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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코슈카 Sep 09. 2021

그래도 꽤 괜찮은 내일이 또 온다

Toscana



속이 상해 엉엉 울고싶었다. 하지만 길거리에서 웬 동양여자가 혼자 질질 짜고 있는건 안되니까. 그저 힐끔 눈물을 몇번이고 훔쳤다.

   불길한 예감으로 시작된 피엔차 행 버스. 캄캄해진 밤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를 막연히, 그리고 매우 불안하게 기다렸던 그 시간과 어디였는지 알지 못하는 그 장소.

       내일이 되면 다 괜찮아질걸. 또 좋은 날이 시작될거야.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고 달래기도하다, 결국 보지못한 그 풍경이 못내 아쉬워 아쉬워 입을 삐죽 내밀어본다.


그래도 토스카나의 뜨거운 햇볕 아래 반팔티 차림을 하고 기분좋게 걸어다녔고, 커다란 돌 위에 누워 단잠을 자고, 골목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와인과 치즈를 맛보다가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Ciao!하고 인사를 나누었잖아.


계획대로 착착- 이루어지지 않는게 인생이고, 나의 예상 경로를 완벽히 벗어난 길로 어쩌다보니 가게 될때도 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불길함에 최악으로 치닫는가 싶다가도 소소한 것들에 웃음지으며 충분히 좋다 생각하면서 그렇게 또 내일을 맞는다.


       November 2015 @Pienza- Montepulciano, Ita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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