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 of Design, 안유정님
세계는 현재 5G 붐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5G 및 신기술 개발에 여념이 없다. IT 대기업들은 5G 통신 기술 및 사물인터넷, AR VR과 같은 혁신기술을 줄지어 선보이고 있다. 그중 주목받고 있는 사업은 자율 주행이다. 말 그대로 운전자 없이 자동차 스스로 운전을 하는 기술이다. 우버,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투어 자율 주행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영화에서나 보던 미래의 자동차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첫 인터뷰로 미국 최초 자율 주행 택시 상용화를 시작한 Waymo에 다녀왔다. Waymo는 자율 주행 기술 개발 회사로 Google X의 프로젝트에서 처음 시작되어 현재는 독립된 자회사로 자율 주행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Waymo에서 Head of Design 을 맡고 계신 안유정 디자이너님을 만나보았다.
- 안녕하세요 디자이너님, 바쁘신 와중에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Waymo의 현직자이신데요. 맡고 계신 직책과 하시는 일에 대해 설명해주시겠어요?
Waymo에서 디자인팀을 담당하고 있고요, 전반적으로 무인 차 인테리어와 익스테리어, 하드웨어 디자인, 센서, 제품 디자인과 패키징, 브랜딩 관련 디자인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Waymo에서 개발하는 모든 제품과 CMF (color/ material/ finish) 디자인도 저희 팀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 저도 실리콘밸리 무역관에 와서 자료 조사를 하며 자율주행 차에 대해 알아가고 있는데요. 아직 자율주행 차가 생소한 개념으로 다가올 일반인들에게 이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일반 사람들에게 ‘자율주행 차’라고 하면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먼 미래에나 만날 수 있는 우주선이나 최첨단 슈퍼카를 떠올리게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실제 무인 차는 생활의 일부가 될 다음 단계의 운송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12 - 13년전만 해도 스마트폰이라는 개념이 없었죠. 스마트폰이 개발되면서 휴대폰의 개념이 바뀌고, 전화를 걸고 받는 용도에서 휴대가 가능한 다용도 통신기기를 소유하는 개념으로 바뀐 거니까요. 이처럼 무인 차도 우리의 생활 전반에 변화를 가져올 운송 수단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금의 자동차(승용차)를 생각하면 소유하고, 직접 운전하고, 주차도 해야 하고 여러 가지 해야 할 것이 많잖아요. 그렇지만 무인차 서비스가 시작되면 굳이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아도 되고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되며 졸음운전이나 교통사고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죠. 주차공간을 찾기 위해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고. 차로 인한 스트레스나 사고 위험에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거라 생각해요.
여러 해 전에 한 미국 코미디언이 무인 차를 패러디한 적이 있었어요. 우리 손주들 세대가 되면 “할아버지, 진짜로 운전을 직접 했었어요?" 라고 물어볼 거라고.
“Grandpa, did you really drive by yourself?"
그걸 보면서 웃었지만 정말 그렇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 무인 차가 당연시될 날이 올 거라고 믿어요.
- Waymo가 선보인 ‘Firefly’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Firefly도 디자이너님이 디자인하신 거죠?
네. 컨셉부터 개발, 제작까지 직접 디자인을 담당했습니다. 사실 처음 개발 들어갈 때는 "어떤 플랫폼을 개발해야 하나?"에서 시작됐어요. Firefly는 우리가 무인 차를 처음부터 끝까지 개발하는데 필요한 경험을 쌓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개발을 가속화 시킬 수 있도록 고안되었습니다.
디자인을 시작했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안전성” 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최고로 안전한 무인 차를 디자인 할 수 있을까? 그래서 고속이 아닌 저속 주행 자동차를 개발하게 된 거고요, 자동차의 구조나 디자인, 재질 모두 안전하게 만들었어요. 예를 들어 차에는 날카로운 모서리가 전혀 없이 둥근 모양이고요, 자동차 전면은 특수 제작된 폼 재질이에요. 전면 윈드 쉴드도 유리가 아닌 특수 플라스틱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엄청난 횟수의 가상실험과 테스트를 통해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안전한 디자인을 할 수 있었습니다.
Firefly는 빠르지 않기 때문에 빠르지 않아 보이게 디자인되었습니다. 빠르지 않아 보이는 자동차는 상대편 운전자나 보행자에게 좀 더 안전하게 느껴져요.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사람들의 인식이었어요. 무인 차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미래를 떠올렸고, 미래형 디자인에 대한 인식은 종종 차갑고, 강하며 밝은 이미지만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무인 차에 대한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다시피 Firefly는 주로 기술개발을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이 이용할 수 없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행중인 Firefly를 마주하거나 온라인을 통해 접하게 되는 게 일반적이었죠. 우리가 처음으로 디자인하고 제작한 무인 차였기 때문에 최대한 친근한 이미지의 디자인이 필요했습니다. 누가 봐도 위험해 보이지 않고, 긍정적이고, 궁금한, "저게 뭘까?", "한번 타보고 싶다", "아 이제 미래가 멀지 않았구나"라고 생각이 들 수 있는 디자인을 하고자 했어요.
또한 Firefly는 사용자를 위해서 단순하고, 편리하며, 쉽고, 정직하게 디자인되었습니다. 무인 차이기 때문에 운전에 필요한 자동차의 핸들이나 페달, 계기판은 없고요, 인테리어 전반이 운전자가 아닌 승객에 중점을 두어 디자인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문턱이 없어서 쉽게 타고 내릴 수 있고 내부 공간이 넓어 승객이 편하게 앉아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며, 캐빈 내 수납공간과 이용하기 쉬운 컨트롤 버튼이 있습니다. 창밖을 보는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적절한 높이로 디자인된 디스플레이는 승객에게 꼭 필요한 정보만 담았고, 사용자의 편의를 위한 충전용 커넥터와 인터랙티브 라이팅, 고성능 스피커도 추가되었습니다.
- 들을수록 유저들의 행동에 관찰이 진짜 많이 되었다고 느껴집니다. 디자인 개발 과정은 어땠나요?
초반에 디자인할 때 풀 사이즈 레이아웃 프로토타입만 7개 정도 만든 거 같아요. 사이즈, 공간 배치, 좌석 위치, 디스플레이, 문 크기, 천장높이 등등 모두 다르게 만들었죠. 전반적인 레이아웃 방향을 결정하고 나서 본격적인 디자인이 시작되었어요. 그 이후 수도 없는 스케치와 디자인 프로토타입이 진행되었고, 검증과 테스트가 계속되었어요.
- 그 모든 디자인 총괄로써 책임감이 엄청나신 거 같아요. 같은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습니다.
처음에는 뭔가 안 해본 일을 한다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밤낮없이 일했어요. 정말 일에 미쳤다 싶을 정도로 그 생각만 했죠.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해서 내 디자인을 세상에 내놓고 싶었고, 많은 제품을 디자인했지만, 아무리 새로운 디자인을 해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반복이 돼버려요. 그런데 이 일을 시작하고부터는 지루할 틈이 없었어요. 아직도 모르는 게 너무 많으니까 계속해서 배워야 하고 연구해야 하거든요.
그리고 이 일은 팀워크가 정말 중요해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해요. 특히 이 분야의 디자이너들은 엔지니어링 쪽도 많이 알아야 해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가장 최적의 성능을 이끌어내려면 어떻게 디자인 해야 하는지...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가 브레인이라면 카메라와 센서는 눈과 귀가 되는 거죠. 모든 소프트웨어와 센서들이 함께 작동을 해서 사람보다 훨씬 멀리 보고, 듣고,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죠.
기술은 너무나 빨리 발전해서 오늘 최선을 다해 디자인을 해도 6개월 뒤에 새로운 기술이 검증되면 모든 디자인을 다시 해야 할 수도 있어요. 디자이너는 변화된 상황에 빠르게 대처해야 해요. 아무리 이전 디자인에 애착이 있어도 새로운 정보가 추가되면 이전에 했던 디자인을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거죠. 디자인과 성능, 안전성은 떼어놓을 수 없는 중요한 관계에 있습니다. 디자이너는 이 모든 것을 고려해서 디자인을 해야합니다. 디자이너가 美에 대한 욕심에만 너무 중점을 두고 다른 성능과 관련된 부분을 경시하면 그 제품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 저에게 있어서 디자인은 예술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말씀을 듣다 보니 기술적인 측면이 많이 관여되는 것 같네요.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디자이너라면 미학적으로 보기 좋고 사용이 편리한 디자인을 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디자인은 주관적인 부분이 많아서 세상의 어떤 디자인도 모든 사람의 입맛에 맞추기는 불가능하죠. 간단한 생활용품이나 패션디자인 같은 경우에는 예술적인 측면이 많이 적용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무인 차를 비롯해 각종 하이테크 제품을 개발하는 디자이너들은 기술적인 측면이나 안전성 등등 예술적인 부분 이외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 제품 디자인에 있어서 다른 팀과의 협력 또한 긴밀히 이루어져야 할 것 같은데요. 어떤 팀과 어떻게 협업하시는지 궁금합니다.
Waymo는 부서 간 협업이 매우 효율적입니다. 누가 무엇을 담당하는지 쉽게 알 수 있고,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지 누구에게나 물어볼 수 있죠. 상품개발팀과 함께 제품의 방향을 논의하고 리서치팀과 함께 User research를 계획하며 마케팅 팀과는 브랜딩 디자인 관련된 일을 함께 합니다. 특히나 엔지니어링팀과는 거의 매일 함께 일합니다.
-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디자이너님이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 뭐가 있을까요? 물론 다 맘에 드시겠지만요...
디자이너들은 항상 현재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어서 계속 새로운 디자인을 한다고 해요. 열 가지가 맘에 들어도 그 중 한 가지가 맘에 안 들면 계속해서 그것만 거슬리는 거거든요. (웃음)
지금 보면 그래도 Firefly가 제시간과 마음을 가장 많이 쏟은, 참 재미있는 프로젝트였던 것 같아요.
- 디자이너님이 제품을 구매하실 땐 어떤 디자인을 선호하세요?
개인적으로 저는 단순하고 사용하기 편한 심플한 디자인을 좋아해요. 많은 사람들이 디자이너는 유행에 민감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트렌디한 디자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오래 써도 질리지 않는 timeless한 제품, 디자인을 선호합니다.
- 디자이너님의 하루 일과가 궁금해요! 아침에 커피를 즐긴다던가 여타 일 속에서 찾는 여유가 있으신지요?
매일 아침 회사에서 라떼 한 잔을 만들어 마시는 게 사소한 즐거움이고요(인터뷰 전 디자이너님께서 직접 라떼를 만들어주셨다:) ) 협업이 많아서 하루 중 대부분은 다른 부서나 팀원들과 회의하면서 보냅니다. 저녁에는 집중해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고요. 주말에 시간이 날 때는 영화를 보거나 요리를 하기도 합니다.
- 모티베이션과 아이디어를 얻는 디자이너님만의 방법을 공유해주시겠어요?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고요, 다양한 서적도 시간이 나는 대로 읽는 편입니다.
- 인터뷰를 마치며 마지막으로 질문드리겠습니다.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기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실까요?
저는 세상에 모두에게 완벽한 직장은 없다고 생각해요. 요즘 보면 사람들이, 특히 어린 학생들이 자꾸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남들의 의견에 더 귀를 기울이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유망한 직업, 좋은 직장, 뭔가 멋져 보이는 것들... 전 그런 것에 좌지우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자신이 정말 좋아하고 즐길수 있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다른사람의 생각보다 중요하겠죠.
직장(직업)을 선택한다는 것은 학교(전공)를 선택하는 것 보다 좀 더 신중하고 어른스러운 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Interviewee: 안유정 (Waymo)
Interviewer: 김지윤 (KOTRA Silicon Valley)
Date: Aug. 23rd 2019
@ Waymo, Mountain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