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분석]
우린 이런 사람이 필요해요!

실패하지 않는 채용을 위한 첫걸음

by jems

#1. "사람 좀 뽑읍시다."


업무를 하다 보면, 어느 날 문득 채용 요청이 들어올 때가 있다.
이번에는 고객의 요구에 따라, CS(Customer Service) 전담 인력을 뽑아야 한다는 요청이었다.


그동안 우리 회사는 B2B와 B2G 중심의 사업을 이어왔기에, 별도의 CS 인력이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처음으로 CS 포지션이 신설되었고, 자연스럽게 고객 응대 전담 인력이 필요해진 것이다.


아래는 해당 부서에서 전달한 채용 요청 내용이다.

모집분야
- 고객 서비스 운영지원 (경력 1년 이상~4년 미만)

담당업무
- 공교육 서비스 이용 관련 다양한 고객 문의 대응 (Q&A, 콜, 이메일 문의 등)
- 고객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서비스 요청(SR)을 기록/관리하여 서비스 개선 기여
- 서비스 품질 관리(QA) 및 프로세스 개선 및 관리 (매뉴얼 작성 등)

자격요건 (필수)
- PC/모바일 서비스(교육 및 게임) 관련 이해도가 있으신 분
- MS Office / Google Workspace 사용 능력이 원활하신 분
- 긍정적인 마인드를 바탕으로 고객의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능력과 원활한 소통 능력을 갖추신 분
- 팀워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협업에 능하신 분

우대사항
- 교육 관련 서비스 또는 온라인 학습 플랫폼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CS 경험이 있으신 분
- CS 프로세스 개선 또는 사용자 가이드/매뉴얼 작성 경험이 있으신 분


이제, 만약 당신이 이 포지션에 지원한다고 가정해 보자. 입사 후 무엇을 하게 될지, 얼핏 보면 감이 잡힐 수도 있다. 적어도 ‘무엇을 한다’는 문장은 나와 있으니까.

하지만 내용을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명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구체성이 부족하거나 실질적인 업무가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선 모집 분야부터 살펴보자.
공고에는 ‘고객 서비스 운영지원’이라고 적혀 있다. 이 표현은 이 내용을 작성한 담당자 입장에서는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원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모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운영지원’이라는 명칭의 포지션은 최근 채용 시장에서는 이 표현이 거의 사용되지 않거나, 다른 의미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KDI국제정책대학원의 직무기술서를 살펴보면, ‘운영지원’은 일반적으로 경영지원, 인사, 총무 등의 행정 업무를 지칭하는 용어로 분류된다.


즉, 우리가 통상적으로 말하는 고객 응대 중심의 CS(Customer Service) 직무와는 분명히 다른 성격의 업무라는 점이다.

이처럼 지원자와 내부 담당자 간의 해석 차이는, 잘못된 채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첫 번째 단추가 된다.


스크린샷 2025-05-20 163636.png 출처: KDI국제정책대학원_직무기술서


담당 업무 항목 역시 문제의 소지가 있다.

공고에는 CS(Customer Service) 업무와 QA(Quality Assurance) 업무가 함께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지원자 입장에서 큰 혼란을 줄 수 있다.


채용공고에서 ‘담당 업무’는 입사 후 실제 수행하게 될 업무를 예측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정보다.
하지만 현재의 표현만으로는 내가 고객 응대를 하는 CS 포지션인지, 아니면 제품 품질 검증을 수행하는 QA 포지션인지 명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더욱이, 최근 인재상은 Generalist에서 Specialist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CS와 QA를 동시에 맡는 구조는 범용적 역할에 가깝기 때문에, 한 분야의 전문성을 심화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CS와 QA는 기본적으로 연결 고리가 약한 직군이다.
따라서 두 업무를 병행한다고 해서 시너지가 생기거나, 효율성이 극대화될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각 업무의 전문성과 집중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만약 조직 내에서 CS와 QA 모두의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각 업무에 적합한 인재를 별도로 채용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2. "어떤 사람을 뽑고 싶으신가요?"


또 다른 예시를 살펴보자. 이번엔 개발자 채용요청 분야다.

실제로 내가 우리 회사에 친한 직원에게 기존의 채용공고의 내용을 보여주면서 어떤지 여쭈어봤다.

OOO님. 채용공고 중 담당업무에
- Java, Spring Framework 기반 Web Application개발 및 운영
- 시스템 모니터링 및 성능 최적화
- CSR 대응 시스템 업무

이렇게 적혀있으면 무슨 일을 할지 감이 오시나요? 아니면 지원을 하고 싶으실 거 같나요?


이에 대한 대답은 이랬다.

음... 저는 이 회사를 다녔으니까 저 키워드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유추는 하지만 딱 봤을 때 정확한 업무가 무엇인지는 모를 거 같긴 해요. 딱 봤을 때는 일단 자바를 기술스택으로 한 백엔드 업무를 한다는 느낌?으로 다가오긴 하죠.

근데 저 공고가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는 점은 너무 추상적이라는 거예요. 조금만 더 자세하게 알려주면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회사로 보이긴 할 것 같아요. 이를테면 시스템 모니터링 및 성능 최적화는 사실 굉장히 모호한 업무 카테고리로 보여요. 시스템 모니터링은 어떤 시스템을 말하는 건지, 모니터링이나 성능 최적화는 프로젝트의 유지 보수의 의미로 해석되는데 어떤 종류의 프로젝트에 어떤 분야의 최적화인지가 좀 더 드러나면 좀 더 자세히 보게 될 거 같습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우리는 채용공고를 작성할 때, 철저히 ‘우리의 입장’에서 쓰고 있다는 것이다.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우리는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 당근, 토스)처럼 이름만으로 신뢰를 주는 기업이 아니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우리가 어떤 회사인지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공고를 처음 접하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추상적이고 단순히 나열된 공고 문장만으로는 ‘무슨 일을 하게 될지’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

결국 이는 지원자의 이해를 방해할 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과 차별성이 없는 공고는 인재 전쟁(The War for Talent)에서 패전하게 되는 주요 원인이 된다.


실제로 우리는 채용공고를 작성할 때, 회사 내부의 배경지식에만 의존해 지원자에게 불친절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어떤 직무가 '식사를 한다'라고 가정했을 때, 지금까지의 공고는 단순히 "밥을 먹음"이라고만 적혀 있는 셈이다.


하지만 지원자가 궁금한 건 ‘밥을 먹는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그 밥이 일식인지, 중식인지, 한식인지, 아침인지 점심인지 저녁인지, 뜨거운 음식인지 찬 음식인지 — 이런 구체적인 정보들이다.


채용에서 가장 기본이자 중요한 것은 정확한 정보 제공이다.
지원자는 채용공고를 통해 업무 내용, 기대 역할, 필요 역량 등을 파악하고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막연하고 추상적인 표현은 혼란을 주고, 좋은 인재를 놓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좋은 채용은 좋은 정보에서 시작된다.
지원자가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우리는 먼저 정확하고 친절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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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원률이 달라졌어요!"


위에서 살펴본 #1과 #2의 과정을 거쳐 나는 채용공고 작성 전, 정확히 어떤 사람이 필요한지 파악하기 위해 직무분석을 시작하게 되었다.


직무분석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기술법이다. 이는 해당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직원 본인이나 담당 관리자에게 직접 직무 내용을 기술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는 업무의 주요 내용, 사용하는 도구, 책임 범위, 보고 체계 등을 중심으로 자유롭게 기술하도록 요청하며, 실제 수행자 입장에서의 구체적인 정보가 담기게 된다. 기술법의 장점은 실무자의 생생한 목소리를 바탕으로 실제 업무 현실을 잘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면접법이다. 이 방법은 분석가가 직접 직무 담당자와 인터뷰를 진행하거나, 업무 수행 현장을 관찰하여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이다. 면접법은 단순한 사실 수집에 그치지 않고, 질문을 통해 직무의 맥락, 난이도, 빈도, 중요도 등을 심층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기술법보다 분석가의 해석과 개입이 많기 때문에, 보다 체계적이고 비교 가능한 정보를 얻는 데 유리하다.


하지만, 소규모 기업이나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이렇게 체계적인 직무분석을 시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럴 때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있다.

바로 NCS(국가직무능력표준)다.


https://www.ncs.go.kr/index.do

스크린샷 2025-05-20 180441.png NCS 홈페이지에서 바로 직무기술서를 확인할 수 있다.


흔히들 NCS를 시험이라고 생각하지만, NCS의 정의는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지식·기술·태도 등의 내용을 국가가 산업부문별·수준별로 체계화한 것을 말한다.(자격기본법 제2조 2항)"


나 또한 NCS를 통해, 직무 분석과 직무 기술서 작성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직무에 대한 기초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는, 이처럼 국가가 나서서 정리해 놓은 체계적 자료를 참고하는 것이 매우 큰 도움이 된다.


지원자분들에게도 하나의 꿀팁을 주자면,
NCS 직무기술서를 보고 자신의 지원 포지션을 더 깊이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이력서나 면접에서 훨씬 강한 인상을 준다.
어쩌면, 누구나 다 하는 토익이나 컴활 자격증보다, 직무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힌 대화가 면접관에게 더 신뢰감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즉, NCS를 활용해서 당신의 포트폴리오에 잘 녹여보자. 그리고 그것을 당신의 삶에 투영시켜라.


이러한 과정을 거쳐, 나는 직무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채용공고를 새롭게 작성했고, 실제로 지원율이 눈에 띄게 상승하는 성과를 보였다.


아래 이미지를 보면, 직무분석을 반영한 공고(상단)는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직무분석 없이 올렸던 공고(하단)보다 지원자 수가 훨씬 많다.

스크린샷 2025-06-11 003052.png

지원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곧, 더 많은 인재를 만날 수 있다는 의미다.
적은 수의 지원자 중에서 인재를 찾는 것보다, 더 많은 지원자 중에서 선택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지원자 풀이 넓어질수록, 직무에 부합하는 역량과 경험을 갖춘 인재를 선별할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진다.

이는 채용의 정확도를 높이고, 입사 후 조직 적응률과 업무성과 향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물론, 지원자가 많아지면 인사팀의 실무 부담도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이제 인사담당자의 역할은 단순한 관리자가 아니라, 조직의 전략적 파트너이자 채용 경험을 설계하는 책임자로 바뀌고 있다.


그만큼 우리는 단순히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누구를 어떻게 뽑을 것인가'를 설계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직무 분석을 토대로 한 채용은 단순히 지원자 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 조직의 방향성과 문화에 맞는 인재를 유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누군가는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무분석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수없이 고쳐 쓴 이력서와 포트폴리오 속에는, 지원자의 간절함과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노력 앞에 채용 담당자로서 부끄럽지 않기 위해, 나 역시 철저히 준비해야 했다.

직무분석은 단지 채용 공고를 잘 쓰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좋은 인재를, 제대로 만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누구를 뽑을 것인가’만큼이나 중요한 건 ‘무엇을 하게 될 사람인지’ 명확히 설명하는 일이다.
그 출발점이 바로 직무에 대한 이해이고, 직무를 정리하는 작업이다.

채용은 결국 조직의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그 첫 단추를 허투루 꿰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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