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ㅣ 트렌센던스 Transcendence]
윌 캐스터(조니 뎁)는 대중 강연에서 자신이 연구 개발 중인 슈퍼컴퓨터 '트렌센던스(Transcendence)'에 대해 설명한다.
"이 슈퍼컴퓨터가 완성되면 역사상 존재하는 모든 인류의 지능을 모두 합한 것보다
더 뛰어난 존재가 탄생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자 객석에서 한 남자가 일어나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지금 신(神)을 창조하려는 것인가요?
모든 것을 초월하게 될 존재의 탄생을 설렘 속에 준비하는 과학자에게 객석의 남자는 약간은 겁에 질린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윌은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이렇게 답했다.
인류는 늘 신을 창조해왔습니다.
'트렌센던스'는 시작과 함께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상당부분을 펼쳐놓고 들어간다. 늘 '신'을 '창조'해온 인간이 인간의 뇌를 업로드한 슈퍼컴퓨터를 만들어 '신' 그 자체가 되고자 하는 이야기다.
기술을 발전시켜나가는 과학자들이 등장하고 이러한 기술 발전을 반대하는 반(反) 과학 집단이 등장한다. 여기까지는 다른 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과학 기술에 대한 경계는 언제나 좋은 영화 소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렌센던스'는 여기서 좀 더 디테일한 한 가지를 함께 갖고 간다. 바로 '신'의 존재와 의미에 대한 언급이다. 실제 영화에서 '신'이 언급된 것은 앞서 소개한 영화 도입부 한 장면이지만, 조금 더 살펴보고자 한다.
'신'이란 무엇일까? 대개 종교적 대상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조금 더 시간을 과거로 되돌리면 거의 모든 것이 '신'이었다. 태양, 바다, 천둥, 번개, 비, 바위, 동물과 같이 내가 아닌 거의 모든 것이 신이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어떻게 태양이 뜨고 지는지, 파도는 왜 밀려왔다 다시 빠지는지, 천둥과 번개가 치고 비가 내리는 이유를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토속신앙으로 자연을 숭배하는 경우는 있으나 더 이상 자연 자체를 무조건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즉, 사람은 이해하지 못하는 일을 두려워한다.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는 것은 아는 것에 대해서는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영화 속 대사와도 일맥상통한다.
'트렌센던스'에서도 이 '두려움'이 등장한다. 그 대상은 바로 인간의 '뇌'다. 인간의 뇌는 미지의 세계이기에 인간의 뇌가 연결된 슈퍼컴퓨터의 등장을 더욱 두려워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한 가지 더 살펴보면 어떨까 한다. 한민족의 3대 경전 중 하나인 《삼일신고(三一神誥)》에 따르면 ‘모든 사람의 뇌에는 이미 하늘이 내려와 있다’는 '강재이뇌신(降在爾腦神)’ 사상이 등장한다. ‘신’은 인간이 두려워하는 미지의 무엇이나, 종교적인 경배의 대상이 아니라 바로 우리 모두의 ‘뇌’라는 것이다.
미지의 대상에게 갖는 두려움을 투영한 '신'이 바로 모든 인간의 '뇌'에 자리하고 있다는 지점에서 '의식'에 대하여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 이번 영화 시나리오를 받아들고 한 배우가 캘리포니아공대의 신경과학자를 찾아갔다고 한다. 인간의 뇌를 컴퓨터에 업로드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신경과학자의 답은 간단했다.
(인간의 뇌를 컴퓨터에 업로드하는 일은) 현재 학계에서 논의 중이다.
그리고 영화를 본 많은 과학자들이 "실제로 30년 뒤에는 가능한 일"이라며 '자각(self-awareness)'이 가능한, 즉 의식을 가진 컴퓨터의 존재를 예측했다. 다시 말해, 컴퓨터에 업로드 된 인간의 의식은 0과 1의 전기신호로 영원한 생명을 영유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불사(不死)의 욕망은 어제오늘만의 것은 아니다. 과거 진시황은 불로초를 찾아 세계를 헤맸고, 오늘날 사람들은 온갖 의료기술로부터 영원한 생명을 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의식'이 아닐른지. 기술 진화를 통한 육체의 영생 이전에, 지금 내 뇌에서 일어나는 온갖 정보의 건강과 안녕을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