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모 Jun 06. 2023

TO INFINITY AND BEYOND

토이스토리


토이스토리는 20년의 세월동안 누군가의 정체성과 우정에 대하여 유쾌하게, 또 무겁지 않게 다룬다. 


토이스토리4 귀여운 새 캐릭터 포키
우주용사 비웃는 카우보이


토이스토리1(1995)에서는 우주용사 버즈가 장난감으로서의 버즈로 거듭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미 앤디의 충실한 장난감인 우디와 그의 친구들은, 자신을 우주사령관이라고 굳게 믿는 버즈가 우습기만 하다. 


버즈는 우주에서의 중대한 임무를 맡은 자신을 그저 장난감일 뿐이라고 치부하는 우디와 그의 친구들이 괘씸하다. 


전부 앤디의 방 한켠을 차지하는 귀여운 장난감들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르게 받아들인 정체성으로 인해 에피소드가 시작된다. 




토이스토리2(1999)에서는 누구보다도 앤디의 넘버1 최애장난감으로서 충실했던 우디에게 정체성의 혼란이 찾아온다. 우디는 우연한 계기로 희소성 넘치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 알게 된다. 몰랐던 과거를 알게 된 우디는 이내 마음에 동요가 생긴다. 


발바닥에 진하게 새겨졌던 ANDY의 이름이 여러 사건을 거치며 옅어질수록 '앤디만의 우디'라는 자아와 '모두의 우디'는 더욱 부딪힌다.


토이스토리3 다같이 손잡고 보육원 행


토이스토리3(2010)에서 앤디는 더 이상 장난감들을 찾지 않는다. 최애 우디조차도 앤디를 못 만난지 오래이다. 장난감들은 앤디가 대학에 가면 자기들은 모두 구석에 쳐박힐거라며 두려워한다. 


3에서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에는 너무 커버린 앤디, 그리고 앤디와의 아름다운 이별 후 또 다른 '누군가의 무엇'이 될 장난감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애니메이션이라고 얕봤다가 눈물 버튼 열어준 장면


내 주변에서는 토이스토리가 3까지에서 끝났어야 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주인과 아름답게 이별한 장난감이야기이자, 엽기적인 그녀에서 차태현이 전지현의 성격에 대해 구구절절하게 설명하는 장면이 연상되는 앤디의 장난감 이양식으로 시리즈를 마무리하는게 가장 감동적일거라는게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이스토리4(2019)는 시리즈 중 내 맘에 가장 쏙 든다. 바로 미스 보핍:)과 마구마구 흔들리는 우디 덕분이다.


핑크 보핍에서 걸크 보핍으로


이전 시리즈들에서 핑크 드레스를 입고 늘 상냥한 멘트로 우디를 응원해줬던 보핍은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는 이제 핑크 드레스 대신 탱크탑과 바지를 입고, 양 세마리를 이끌며 총총총 걷는 대신 스컹크 위장 차를 몰며 시원시원하게 걸어다닌다. 덜렁거리는 팔 정도는 테이프로 가뿐하게 붙여버리고 목소리는 전보다 좀 더 단단해졌다.

이 모든 것은 앤디네 집에서 나와 버려진 장난감이 된 이후 생긴 변화이다. 


버려졌다는 사실 자체가 자의는 아니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더 이상 '누군가의 무엇'이 아닌 상황에 마주하자 더 과감하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한 셈이다.


20년간의 시리즈 중 가장 다이다믹하고 매력적인 캐릭터(=그냥 내 최애)를 뽑자면 당연 보핍이다. 


내적갈등 우디

우디 역시 우연한 계기로 보핍을 다시 만나고 그녀의 도움으로 사건들을 해결하면서 마음이 일렁이기 시작한다. 우디가 참 정이 가는 이유는 이렇게 주변에서 누군가를 마주할때마다 끊임없이 흔들린다는 것:) 너무 인간적이다.


우디는 더 이상 누군가의 최애장난감이 아니다. 앤디와 헤어지고 만난 새 주인 보니는 우디를 좋아하긴 하지만 서부보안관보다는 인형놀이와 만들기를 더 좋아하는 꼬마일 뿐이기에 우디의 어깨에는 먼지가 쌓여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누군가의 충실한 장난감이었던 우디는 보니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 유치원도 따라가고 새로 만든 포키도 끝까지 지켜준다. 


늘 친구와의 의리와 장난감으로서의 소명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던 우디는 다시 만난 보핍의 변화와 자신이 곁에 있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없을 보니를 보면서 to infinity and beyond로의 인생을 시작하려 한다. 



시리즈가 3에서 끝났다면 나는 토이스토리를 앤디와 우디, 버즈, 슬링키, 포테이토들의 멋진 우정이야기라고 기억했을거다. 


4편까지 보니 토이스토리는 우정과 성장, 그리고 정체성의 이야기이다. 속편이 계속 나오면 처음의 그 재미와 기대감을 계속 갖기가 정말 어려운데 토이스토리는 마지막까지 매력 넘친다. 한편씩 봐도 이해를 하는데 크게 어려움은 없겠지만 1부터 쭉 이어보는게 전체적인 감정선을 이해하는데 더 좋을 듯 하다. 




*만약 우디가 앤디네에서와 마찬가지로 보니네에서도 리더의 입장이었다면? 결말과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아니라고 본다.                                                








작가의 이전글 그리 나쁠 것도 없지 않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