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동안 마츠모토 타이요의 작품에 관해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의 작품을 충분히 보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더 솔직히 말하면 그는 이미 창작의 정점에 도달해서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으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그릇된 판단이지만, 당시의 생각이 전적으로 터무니없던 것은 아니었다. 『철콘 근크리트』는 칸의 연쇄와 서스펜스를 단단히 결합시켜 숨 막힐 정도로 빠른 추격전을 선보인 바 있으며, 이어 『핑퐁』에서는 공을 직선의 선으로 환원시키며 칸과 칸 사이의 운동성을 말 그대로 폭발시킨다. 이뿐만이 아니다. 유년기에 고착되었다가 성인기로 이행하는 마츠모토 타이요의 빌둥스로망(Bildungsroman)은 『GOGO 몬스터』에 이를 때쯤이면, 주인공의 내면과 반향하며 머뭇거리는 기표들로 범람하는 학교-공간을 구축한다.
그런데 뒤늦게 마츠모토 타이요의 후기작인 『루브르의 고양이』, 『써니』, 『죽도 사무라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동경일일』을 읽고서, 나는 중요한 무언가를 놓쳤음을 깨달았다. 마츠모토 타이요는 고정된 형식에 순응하는 작가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진화해온 작가였다. 이후 자세히 논의하겠지만, 그는 이 일련의 후기작을 통해 선(線)에서 면(面)으로의 전회(轉回)를 성취한다. 누군가는 이러한 마츠모토 타이요의 성숙함으로부터 ‘말년의 양식’을 떠올릴지 모른다. 물론 에드워드 사이드가 언급한 말년의 양식은 조화와 해결의 징표가 아니라 비타협, 난국, 풀리지 않는 모순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마츠모토 타이요의 관조적인 후기작과 완전히 부합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시간과 성장의 개념은 여전히 유효하다. 말년성이라는 개념은 마츠모토 타이요를 말년성의 형식을 창조 중인 만화가로 바라보게 하고, 이를 통해 40여 년에 걸친 창작 여정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고찰하게 만든다. 마츠모토 타이요가 진심으로 경의를 표했던 타카노 후미코는, 매 작품마다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기존의 양식을 파괴하려는 의지를 가졌던 작가였다. 그런 점에서 타카노 후미코에게 던졌던 질문을 이제 마츠모토 타이요에게 되돌려보자.
“마츠모토 타이요는 어떻게 해서 마츠모토 타이요가 되었는가?
『동경일일』, 만화에 관한 만화의 의미
『동경일일』은 30년 넘게 만화계에 몸담은 편집자 ‘시오자와’가 동경했던 만화가들을 차례로 방문하여 자신이 꿈꾸던 만화잡지를 완성해가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동경일일』은 출판 만화가 생산 및 유통되는 과정을 표면에 드러내면서 일본 만화계의 다양한 층위-편집자 시스템, 만화가의 열정과 노동, 상업성과 예술성 사이의 긴장 등-을 성찰한다. 요컨대 『동경일일』은 만화에 관한 만화인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많은 이들이 『동경일일』의 자기반영성을 논의할 때 만화가를 방문하는 여정 자체에 관해서는 충분히 주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나는 이 진지하고 경건한 여정으로부터 세스(Seth)의 『약해지지만 않는다면 괜찮은 인생이야』를 떠올린다. 시오자와를 닮은 안경 낀 주인공이 많은 이들에게 잊힌 만화가의 흔적을 찾아 헤매기 때문이다. 『약해지지만 않는다면 괜찮은 인생이야』가 그려낸 만화의 진심어린 애정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다만 여기서 마츠모토 타이요의 작가론을 확장하려면, 『약해지지만 않는다면 괜찮은 인생이야』의 세스를 포함한 대안만화 잡지 『로』(Raw)에서 기원한 작가들의 미학적 기획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트 슈피겔만(Art Spiegelman), 세스(Seth), 대니얼 클로즈(Daniel Clowes), 벤 케처(Ben Katcher), 크리스 웨어(Chris Ware) 등 여러 작가들은 초기 신문 만화를 발굴하고 수집하여 이를 토대로 자신들의 만화 미학을 새롭게 구성해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동경일일』의 주인공이 다소 시대착오적 작가들을 방문하는 이유는 단지 잡지 제작이라는 서사적 필요 때문만은 아니다. 이는 앞선 세대의 작가를 향한 경의와 함께 무엇보다 마츠모토 타이요 자신의 방법론을 명확히 보여주기 위한 선택이다. 『동경일일』에서 시오자와가 “인생을 지탱해준” 만화책을 처분할 때 헌책방 주인을 재차 등장시켜 이시모노리 쇼타로의 『하늘색 리본』을 시계(視界)에 부상시키고, 동봉된 박스에서 데즈카 오사무, 오토모 가츠히로, 미야자키 하야오, 우메즈 카즈오 등의 만화를 기어코 쏟아내게 만든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마츠모토 타이요는 자신의 방법론에 관하여 이렇게 언급한다. “어렸을 땐 누구도 만든 적 없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런 생각은 『철콘 근크리트』를 만들 무렵 그쳤죠. 나이가 들면서 개인적으로 시도해본 적 없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으로 만족하기 시작했습니다. 『핑퐁』이 그랬죠. 저는 고바야시 마코토의 『유도부 모노가타리』를 좋아했고, 탁구도 그런 만화가 하나쯤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또한 보다 직접적으로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나는 그저 흥미롭게 유지하고 싶고, 끊임없이 진화하고 싶어요. 다른 사람의 예술을 부정하고 싶지 않은 이유도 계속해서 흡수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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