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명희 Dec 29. 2019

2019년, 직장에서 깨달은 사실들

회고, 돌아봄, 리마인드

한 해가 일주일도 안 남은 이 시점, 누구나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픈 충동에 휩싸인다. 직장이라는 학교 안에서 배우고 성장하고 울고 웃는 직장인들에게 올 한 해의 회사생활에 대해 회고하는 건 필수는 아닐지라도 한 번쯤 해봐야 하지 않을까? 나는 얼마나 성장했고 무엇이 부족했고 다음에는 얼마나 발전할지 가늠도 해보고 자연히 내년 계획도 세우고 말이다. 물론 잊고 싶은 더러운 기억이 가득하고 신년 계획은 작심 삼일로 끝날지라도 돌아보는 시간 자체는 소중하다. 마룻바닥에 정리하지 않은 레고가 가득하면 발바닥이 찢어질 것 같은 통증을 만나게 되듯 정리되지 못한 경험은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 가는 부유물이 될 뿐이다.


2019년, 직장 생활을 통해 내가 깨달은 사실들 몇 가지를 공유해 본다. 아직도 배우고 깨달을게 많은 직장생활은 참으로 버라이어티 하다.




1. 내보내야 할 사람을 제때 안 내보내면 조직에 큰 타격을 입히더라

사람 자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팀원에  불과한 내가 사람 자를 권한도 없다. 또 해고가 쉬운 회사는 계속 다닐 생각도 없다. 하지만 악영향을 미치는 사람을 그대로 두면 조직에 반드시 타격을 입히더라. 큰 사고를 치거나 아니면 조직의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든다. 열심히 일하던 사람들도 그 사람 때문에 의욕을 잃거나 최악의 경우 먼저 회사를 떠나버리기도 한다. 아무리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도 내보내야 할 사람은 내보내야 한다. 그의 성과보다 조직에 끼치는 악영향이 더 크다.

내가 경험한 내보내야 할 사람들의 케이스는 회사를 다니기 싫어하고 그런 태도가 업무에 드러나는 사람들이다. 다니기 싫은 회사를 계속 다니면 다양한 형태로 업무에 나타난다. 대충 일해서 사고를 유발하기도 하고 일하기 싫은 태도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의욕을 꺾는다. 그 사람이 싸질러놓은 똥 때문에  다른 사람의 업무가 늘어나기도 한다. 회사가 항상 좋을 수는 없지만 365일 싫은 사람은 도저히 같이 일할 수 없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조직을 망친 후 반드시 떠나더라.


2. 리더의 역할이 생각보다 중요하더라

조금 특별한 사람? 권한이 좀 더 많은 사람? 지시를 하는 사람? 나이를 먹으면 나도 맡게 될 자리?  

직장 경력이 조금 더 쌓이고 보니 리더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함을 느낀다. 조직의 운명 50프로가 리더에게 달려있다고 본다. 모든 구성원들은 리더를 바라보고 있고 리더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할지 떠나야 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리더가 제대로 못하면 직원들의 엑소더스가 시작된다. 보통은 일 잘하던 사람들이 먼저 빠져나간다. 그 사람들의 빈자리는 새로운 사람 또는 신입사원으로 대체되고 조직은 조용히 엉망이 되어간다. 리더는 잘해도 욕먹고 못하면 더 욕먹고 위에서 욕먹고 아래에서 욕먹고 결코 쉽지 않은 자리다. 그만큼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것이다. 나이를 먹고 직장을 오래 다녔다고 맡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더라. 다양한 능력을 필요로 하고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하는 자리이다.  


3. 지금보다 좋은 회사로 이직하려면 두배, 세배는 노력해야 하더라

좋은 회사에 대해 많이 접했던 한 해다. 내 업종에서 좋은 회사는 네이버, 카카오, 토스, 우아한 형제들 같은 IT 대기업 또는 유니콘 회사들이다. 찾다 보니 그런 좋은 회사에 이직하려면 지금보다 최소 두배에서 세배는 노력해야 함을 깨달았다. 아무나 다닐 수 있는 회사가 아니더라. 그런 회사는 개발자로서 A급 실력과 A급 마인드를 갖춰야만 다닐 수 있다. 이번 생에는 다니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대신 좋은 회사로 이직은 못해도 개발자로서, 직장인으로서 A급을 목표로 회사 생활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4. 싫은 소리 안 하는 게 좋은 선배의 역할이 아니더라

리더십을 길러보려고 후배들을 열심히 이끌었다. 결과는 대실패. 돌아보니 난 싫은 소리 안 하는 착한 선배가 되고 싶었던 거지, 그들을 이끌 수 있는 좋은 선배의 역할은 하지 못했다. 착한 선배와 좋은 선배는 하늘과 땅 차이의 간극이 존재한다. 꼰대라는 비난을 받을지라도 싫은 소리도 할 수 있어야 했다. 옳은 길로 이끌 수 있다면 공정한 비난도 서슴지 않아야 했다. 물론 그런 관계가 역으로도 가능해야 했다.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게 좋은 선배의 역할이지 싫은 소리 안 하는 게 절대 좋은 게 아니더라. 좋은 게 좋은 건 줄 알았지.


5. 좋은 회사 개발자들은 전부 맥북 쓰더라

좋은 회사들을 모니터링하다 보니 그 회사 개발자들은 전부 맥북을 쓰고 있었다. 진짜 그런 것인가 해서 더 찾아봐도 예외 없이 맥북을 쓰고 있었다. 맥북을 안 쓰면 아이맥. 좀 충격이었다. 윈도우에서 개발하나 맥 os에서 개발하나 별 차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A급들은 오직 맥에서만 개발하고 있던 것이다. 맥북을 쓰겠다는 생각을 못 했단 것 자체가 내가 태생부터 A급이 될  자격이 없었던 게 아닐까 하는 자괴감이 스쳐갔다. A급 마인드 개발자를 목표로 하는 내년에는 무조건 구매해서 맥북이 주는 가치를 경험해 보기로 했다.


6. 병신 보존의 법칙은 예외 없더라

저 병신, 저거 나가면 다른 놈이 그 자리 이어받음. 어라? 병신이 없는데? 하면 내가 병신. 진짜 예외 없이 지켜지더라. 직장 생활 참 재미있다.


7. 좋은 직원은 우리 회사 안 오더라

A급 직원들은 A급 회사만 찾아다닌다. 절대 그 이하급은 가지 않는다. 설사 왔더라도 곧 떠난다. 적당한 연봉, 적당한 복지 같은 걸로 그들을 꼬실 수 없다.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환경과 서로 보고 배을 수 있는 A급 동료들이 있는 회사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이다. 회사에서는 A급 직원을 원하지만 기존 인력들도 그런 인재와 같이 일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올해 구인을 하면서 괜찮았던 몇 명은 면접조차 보지 못했다. 우리가 그런 인재들과 일할 준비가 전혀 안되어 있음을 깨닫고 큰 충격도 받았다. 회사도 A급이 되어야 하지만 그보다 기존 직원들도 A급이 되어야 A급을 뽑을 수 있다.


8. 후배를 통해서도 배우게 되더라

선배가 모범을 보이고 후배들의 롤모델이 되어야 하는 건 맞다. 먼저 시작한 경력과 경험을 존중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좋은 건 선후배가 서로를 보고 배우는 것이다. 각자의 장점이 있으니 후배도 선배의 롤모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나도 올해 한 후배를 보고 많이 배웠다. 그 친구의 업무 태도,  실력, 회사 생활하는 걸 보며 반성도 하고 개선도 했다. 모범이 되고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기 위해 노력도 많이 했다. 후배를 보고 배우는 게 절대 부끄러운 게 아니더라.


9. 일 잘하는 사람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해버리더라

일을 잘하는 사람들의 특성 중 하나가 일이 주어지면 고민하지 않고 바로 해 버린다. 그렇게 긍정적인 자세로 일을 하니 불필요한데 에너지를 쏟지 않아 일이 잘 마무리될 확률도 높고 결과물의 질도 좋다. 그 사람에 대한 평가도 좋아진다. 일을 못하는 사람은 정반대다. 일을 안 할 핑계, 못하는 핑계를 만들거나 실패할 생각을 먼저 한다. 부정적인 생각이 크니 일이 잘 마무리되지도 않고 기본적으로 하기가 싫기 때문에 마무리 후에도 결과의 질이 나쁘다. 당연히 사람에 대한 평가도 안 좋다. 일 잘하는 사람은 정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주어진 일에 몰입하더라. 


10. 반복되는 업무에 지치기보다 그 안에서 변화를 찾는 게 빠르더라

회사 일이라는 게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거의 똑같다. 똑같은 업무의 반복이다. 똑같은 일을 몇 년씩 하면 당연히 싫증도 나고 성장도 없고 하기가 싫어진다. 그러면 대부분 업무에 불평불만을 가지게 되고 급기야 이직을 하게 된다. 면접을 보다 보면 많은 사람이 하던 반복되는 업무에 지쳐서 이직을 한다고 말한다. 나 역시 이런 부분에 지쳐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직을 결심하거나 하염없이 변화를 기다리기보다 내부에서 작은 변화를 주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비슷한 업무를 하는데 다른 솔루션을 도입한다던지 일하던 방식을 바꿔본다던지 혼자 하던 일을 같이해서 효율을 높인다든지 새롭게 주목받는 기술을 공부한다던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어차피 익숙한 업무를 끝내고 나면 남는 시간이 제법 된다. 그 시간에 다른 짓을 하기보다 새로운 방안을 고민하거나 공부를 하다 보면 반복되는 업무 내에서도 발전을 위한 작은 변화를 만들 수가 있었다. 물 흐르는 대로 흘러가지 않고 샛길로 빠지거나 물 위로 올라가는 방안을 고민하는 게 무작정 흘러가는 것과 한 끗 차이인데 그게 시간이 지날수록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11. 사람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말 진짜더라

누군갈 바꿔 보려고 제법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후배도 있었고 선배도 있었고 동기도 있었다. 그런데 절대 안 된다. 사람 절대 안 바뀐다. 사람 바꾸려고 에너지를 쏟는 거 자체가 헛짓거리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이다. 바꿀 수 없다. 문제가 있어서 바꾸려고 하는 거면 그러지 말고 차라리 멀리해라. 죽었다 깨어나도 사람은 바꿀 수 없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고.



 




작가의 이전글 그 시절 직장 생활은 어땠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