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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희 Jun 27. 2020

쿠팡 입사 5000만 원 보너스의 의미

개발자가 바라보는 IT세상

'개발자들 쿠팡 입사하면 5000만 원 보너스로 준대' 

바쁜 업무 중에 와이프한테 이런 카톡이 왔다. 잘 버니까 많이도 주네라고 생각하고 말았는데 시간이 지나서 다시 생각나 기사를 찾아봤다. 기사가 많이 검색된다. 진짜 5000만 원을 주고 근무지도 자유롭게 선택이 가능하단다. 파격적인 대우다. 동종 업계 종사자로서 개발자의 위상이 올라가는 것 같아 기분은 좋지만 어차피 쿠팡 같은 회사는 저급 개발자(=본인)는 뽑지 않기에 남의 얘기다. 


5000만 원 보너스라. 중소기업 제법 높은 직급 연봉 정도 되는 큰 금액이다. 조금 더 보태면 테슬라도 한대 살 수 있는 돈이다. 요즘은 스타트업도 입사하면 많은 복지에 균형 있는 워라밸 같은걸 기본 장착하는데 현찰을 한방에 주는 건 뭔가 쿠팡스럽다. 작은 돈이 아니니 누구나 혹할 수밖에 없는 큰돈이다. 개발자 뽑는데 왜 많은 돈을 쓸까? 현직 개발자가 쿠팡의 채용 보너스의 의미에 대해 풀어본다. 완전히 뇌피셜이다.




1. 급변하는 IT 환경

세계 시가총액 최상위권에 애플,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IT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많은 스타트업, 유니콘 기업들은 IT 기술을 기반으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IT 업계는 소리 없는 전쟁터다. 전쟁을 치르려면 병사들이 필요한데 너도 나도 IT를 하고 있으니 이젠 기술 인력의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은 지경이다. 여기서 말하는 공급은 A급 기술 인력을 의미한다. 



2. 금융에도 손을 뻗고 싶고

쿠팡도 하고 싶은 게 많을 것이다. 계속 전자상거래만 할 수는 없다. 규모는 어느 정도 만들어놨고 이제 수익을 내는 일만 남았는데 본인들도 아마존 같은 회사가 되고 싶을 것이다. 그중에서 제일 하고 싶은 건 아마 금융이 아닐까? 카카오도 하고 토스도 할 거고 네이버도 준비하고 있는데 쿠팡이라고 못할 거 있나? 충성도 있는 고객들도 다수 확보했으니 금융만 손댈 수 있으면 국내의 IT 공룡들보다 한발 더 앞서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뭐라도 하려면 IT 인력이 다수 필요하다. 특히 금융 같은 핀테크는 더더욱 많이 필요하다. 그것도 질 좋은 인력으로. 



3. 원하는 건 동종 업계의 A급 개발자

5000 만원을 아무나 줄 생각은 없을 것이다. B, C급 같은 개발자들은 애초에 안중에도 없다. 본인들의 사업을 확장시킬 수 있는 건 A급 개발 인력들이다. 그런 인력만 뽑고 싶고 그래서 5000씩 투자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건 IT 공룡들의 개발자를 원한다. 네이버, 카카오, 토스, 배달의 민족 등등.   



4. 하지만 쿠팡은 테크 업계의 이미지가 없다

개발자 입장에서 쿠팡 하면 물류가 떠오르지 IT 기술은 떠오르는 게 없다. 물론 훌륭한 IT기술이 뒷받침 되어 그들의 사업을 이끌고 있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테크 업계 이미지는 가지고 있지 않다. 테크 업계 이미지가 있는 기업들은 기술 블로그를 열심히 운영하고 자사의 개발자들이 콘퍼런스 같은 곳에서도 많은 활동을 한다. 네이버, 카카오 같은 기업들은 매년 기술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그러면서 테크 업계의 이미지를 차근차근 쌓아가는데 쿠팡은 그런 게 전혀 없다. 그런데 A급 개발자들이 그런 쿠팡에 지원을 할까?



5. A급 개발자들은 단순히 돈만 보고 움직이지는 않아

A급 개발자들은 대부분 IT 쿠팡과 비슷한 규모의 회사를 다니고 있을 것이고 이미 작지 않은 연봉을 받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돈 보다도 본인의 성장이나 좋은 동료들과 일하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둔다. 본인 직업의 본질에 다가가려는 사람들이지 돈 몇 푼에 쉽사리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니다.



6. 채용이 좋은 결실을 거두기는 어려울 듯

테크 이미지가 없는 쿠팡에 A급 개발자들 지원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설사 그런 사람들이 이직을 했더라도 본인의 성장이 더디다고 느껴진다면 오래 다니지 않을 것이다. 5000만 원 받고 다른 곳으로 점프. 쿠팡의 보너스 미끼는 A급 개발자들은 잘 물지 않을 것이고 B, C급 개발자들의 지원만 폭주할 것이다. 



7. 시간을 가지고 테크 기업 이미지를 만들어야

당장은 어려워 보인다. 시간과 공을 들여 꾸준히 개발자들에게 투자하고 무엇보다 테크 기업의 이미지를 만들어 가야 한다. 쿠팡 하면 딱 떠오르는 IT 기술들이 쌓여야 한다. 그러려면 또 좋은 개발자들이 필요한데 좋은 개발자들이 오려면 또 테크 기업이 되어야 하고 이거 뭐 도도리 표다. 어쨌건 쿠팡에게 필요한 건 시간이다. 사업 규모는 끊임없이 커질 것이고 기술 인력도 계속 필요할 것이다. 라이벌 업계의 인력을 빼 오는 게 빠르겠지만 내부 인력에게 투자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차피 A급 개발자의 수는 한정되어 있다. 그들을 빼오는 게 쉽지 않다면 내부 개발자들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게 빠를 수 있다. 이미 회사에 적응되어 충성도가 있는 내부 개발자들은 이직의 위험도 낮다.  




기업의 규모에 비해 다소 늦었지만 이렇게라도 기술 인력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있다는 것 자체가 쿠팡은 더 좋아질 수밖에 없으리라 본다. 적자도 계획의 일부라고 말하는 쿠팡은 위험하면서도 재미도 있고 앞으로를 궁금하게 만드는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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