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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희 Oct 06. 2020

금융 상품에 호구 잡힌 이야기

좋은 상품은 팔러 다니지 않는다

'야~~ 이제 끝났다'


옆자리에서 팀장님이 한탄하듯 얘기한다. 갑자기 무슨 소린가 했더니 예전에 가입한 금융 상품에 계속 돈을 부어왔는데 이제야 다 넣었다는 얘기였다. 가입할 때는 잘 모르고 혹해서 했는데 알고 보니 가입자에게 큰 이득은 없고 금융사 배만 불려주는 상품이었단다. 돈을 다 넣었더니 금융사 측에서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도록 유도 전화까지 와서 무척 화가 나셨다. 


옛날 생각을 해 보니 팀장님이 상품에 가입할 때 나도 같이 있었다. 벌써 7~8년 전 얘기다. 




당시에 난 막내였다. 점심에 뭐 먹을까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팀 메신저로 단체 메시지가 왔다. 잠시 후 무료 점심을 제공하니 회의실에 모이란다. 공짜를 마다할 이유가 없어 쾌재를 불렀다. 시간이 되어 회의실에 모이니 도시락이 준비되어 있었다. 초밥과 롤로 구성된 제법 맛있는 도시락이었다. 누가 무슨 이유로 이걸 제공하는지 잠깐 의문을 가졌지만 곧 맛있게 먹는 수밖에. 다 먹고 나니 앞에서 얼쩡 거리던 낯선 사람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금융과 관련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자연스레 상품 소개로 넘어간다. 아하! 사람들 모아 놓고 밥 먹이고 금융 상품 팔러 왔구나. 역시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무슨 내용이었는 기억은 안 나지만 복리 효과, 절세 등의 얘기를 했던 것 같고 금융은 까막눈이던 내게도 귀가 솔깃한 얘기가 많았다. 잠시 가입해 볼까 고민했지만  잘 모르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무엇보다 돈이 없어서 하지 못했다. 그때 팀장님을 비롯한 몇몇 사람은 과감하게 상품에 가입했다. 


전 연방 의장이 이런 얘기를 했단다. 문맹은 사는 게 조금 불편할 뿐이지만 금융맹은 개인 경제에 문제가 생겨서 더 위험하다고. 그때 과감했던 사람들을 시간이 지나고 보니 모두 금융맹들이었다. 고민 없이 갑작스레 가입한 상품에 호되게 당한 금융맹들. 


세상에 대한 경험이 조금 쌓이고 보니 어떤 이치를 알 것 같다.

금융사들이 소비자에게 이득이 되는 상품은 절대 팔러 다니지 않는다. 좋은 상품은 광고도 잘 안 한다. 좋은 상품은 소비자들이 알음알음 알아서 찾아가야 하고 그나마도 쿼터가 있어 가입에 제약도 많다. 금융사가 상품을 팔러 다니는 이유는 안 팔리기 때문이다. 좋은 건 잘 팔려서 팔러 다닐 이유가 없다. 얘기 안 해도 잘 팔려서 광고할 이유도 없다. 이런 원칙을 잠시 잊고 주식, 부동산, 금융 상품 등에서 손해 보는 경우를 주변에서 얼마나 많이 보는가. 그렇게 좋은 상품이었다면 나한테까지 올 이유가 조금도 없다.

  

가끔 회사로 카드 가입을 권유하는 영업 사원들이 들어온다. 대부분 연차가 있는 직원들은 잘 뿌리치지만 보통 경험 없는 신입 사원들이 붙들려서 설명을 열심히 듣거나 어영부영 가입하기도 한다. 일단 좋은 카드라면 나에게 가입을 권유하러 오지 않을 것이다. 잘 알아보지 않고 갑자기 가입한 카드는 가계 경제에도 큰 손해다. 카드 영업 사원과 다시 볼 일도 없고 손해 보는 일에 시간을 빼앗겨야 할 이유도 없으니 슬기로운 경제 활동을 위한다면 냉정하게 거절하는 게 맞다. 혹시나 괜찮은 상품일까 들어보기라도 하는 거라면 좋은 상품은 절대 팔러 다니지 않는다는 원칙을 떠올려보라. 들어볼 가치가 없다. 


팀장님은 당시 가입한 상품을 해약도 못하고 있다. 해약하면 더 손해가 날 테니 어쩔 수 없이 손발이 꽉 묶여 있는 것이다. 단순히 상품에 들어간 돈만 생각한다면 본전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곳에 투자돼서 얻었을 이익을 생각한다면 본전이 아니라 손실이 난 것이다. 팀장님의 상황이 안타까웠지만 당시 가입을 고려했던 나도 등골이 오싹한 상황이기도 하다. 


살면서 명심해야 할 원칙.

 '좋은 상품은 절대 팔러 다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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