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명희 Jan 20. 2023

여직원들이 남직원들과 밥먹기 싫어하는 이유에 대한 변명

남자들을 위한 변명

SNL의 한 프로그램인 MZ 오피스에서 남초 회사에 파견 나간 여직원의 에피소드를 그렸다. 그중 점심시간과 관련한 풍자에 할 말을 잃었다. 현실과 너무 똑같아서. 남직원들은 메뉴로 제육 아니면 돈가스를 추천했고 밥 먹기 전에는 쓸데없는 축구 얘기를 하다가 밥 먹을 땐 아무 말도 안 하고 또 후딱 먹고 일어나는 모습이 우리 회사랑 똑같았다.


그래서인지 보통 여직원들이 남직원들과 점심 같이 먹는 걸 좋아하지 않더라. 남자들은 점심 먹을 때 왜 그러는지 이유를 분석하고 그에 대한 변명을 해 본다.




1. 제육 아니면 돈가스만 먹는다

남자들은 기초 대사량이 높다.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다. 고열량 고에너지를 낼 수 있는 음식은 고기다. 고기를 안 먹으면 오후에 배고파진다. 직장 주변에서 먹기 쉽고 가격 저렴하고 어지간하면 맛있는 고기가 제육 아니면 돈가스다. 그래서 그거 위주로 찾는 거다. 질리지 않냐고? 안 질리던데.


원시 시대를 생각해 보자. 수렵 채집을 하던 인류에게 고기는 좋은 에너지원이다. 높은 포만감과 강렬한 에너지를 줬을 것이다. 또 먹고 나면 오랜 시간 안 먹어도 든든하다. 남자들이 고기를 선호하는 이유는 고기가 생존에 유리하다는 게 원시 시대부터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2. 밥 먹기 전 쓸데없는 얘기를 많이 한다

남자들은 대화에 익숙하지 않다. 그런데 아무 말도 안 할 수는 없다. 억지로라도 대화를 해야 한다. 개인적인 얘기는 시시콜콜하다고 생각한다. 남자들이 알법한 공통의 주제를 꺼내야 하는데 그러면 스포츠, 주식, 자동차 같은 얘기로 모아진다. 사실 조용히 있기 뭐해서 얘기하는 거지 어차피 서로 관심도 없고 다들 흘려듣고 만다. 


다시 원시 시대를 생각해 보자. 남자들은 사냥을 나가야 한다. 사냥은 부족의 생존이 달린 일이다. 사냥의 성공 확률을 높이려면 협동을 잘해야 한다. 협동을 위한 공통된 얘기들. 너는 어디에 있고 너는 어디로 가고 이런 공통의 주제를 얘기하기 바빠서 다른 얘기를 할 시간은 없었던 것이다.


3. 밥을 빨리 먹는다

남자들은 미션 지향적이다. 어떤 일을 하나의 미션이라 생각하고 그걸 빨리 수행해 내길 원한다. 점심도 그날 해결해야 하는 미션인 거다. 빨리 먹고 치워야 하는 미션. 4번과 연결되는 내용인데 밥 먹을 때 말을 안 하니 먹는 것에만 집중하게 돼서 더 빨리 먹는 경향도 있다. 


또 원시 시대다. 남자들은 사냥을 나가거나 부족의 경계를 서야 한다. 느긋하게 밥 먹을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4. 밥 먹을 때 말을 안 한다

남자들이 멀티플레이에 취약하다는 건 많이 알려졌다. 밥 먹으면서 말하는 거 불편하다. 먹다가 가끔 하는 말도 맛있다, 맛없다, 맵다 같은 느낌정도.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고 싶다. 그리고 빨리 끝내버리고 싶다. 먹으면서 말할 시간이 없다. 


원시 시대. 인간이 가장 취약한 시간은 잘 때와 먹을 때다. 잘 때는 어쩔 수 없지만 먹을 때는 경계를 설 수 있다. 소리를 통한 감각을 곤두세운 채 적이나 위협적인 동물이 오는지 감지해야 한다. 그러려면 조용히 먹으면서 귀를 열어둬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2022년 이용 후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