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대피 下
그 바람의 여파로 방안의 불은 쉬지 않고 깜빡이고 집안을 흔드는 진동에 벽에 붙어있는 장롱들이 삐걱거리며 이상한 소리를 내었다.
“으으으으.”
“괜찮아요. 이 방에 있으면 그래도 괜찮을 거예요!”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대폭발에도 겁을 내지 않던 여자는 문을 열으라는 듯 무식하게 방문을 밀어붙이는 바람에 완전히 패닉상태에 빠진 그녀는 머리를 감싸 안고 자리에 주저앉아 몸을 웅크렸다.
“하아... 진짜.”
바람이 얼마나 억센지 문을 잠궜음에도 불구하고 금방이라도 문이 열릴 것 같았다. 마치 사람이 문을 열려는 것 같은 힘에 바닥에 누워있는 여자에게 도와달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왜 저렇게까지 겁을 먹었는지 모르겠는 이 정체 모를 여자에게 무언가를 바라기는 무리였다.
“이런 젠장!”
온몸에 땀을 뻘뻘 흘리며 한참 동안 옷방을 들어오려 문을 밀어붙이는 바람을 막아내고 나서야 귓가를 맴도는 그 맹렬한 바람소리는 완전히 그 자취를 감추었다.
“허억... 허억... 이제 괜찮아요.”
“쿨... 쿨...”
“저... 저기요?”
어이가 없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겁을 먹고 바닥에 몸을 붙이고 있던 그녀는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한 아이의 모습으로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또 한 번 속에서 부아가 치밀었다. 어떻게 집에서까지 이런 일이 벌어지지 하며 어떻게든 분노를 삭이려 했다. 속을 비우고 비워내자 언젠가 그런 말을 들었던 게 기억이 났다.
“하아... 다 좋은데 여복이 안 좋아.”
“네? 여복이요?”
“어... 사주, 관상, 손금 뭐 이런 거 다 찾아가 봐. 아마 다 똑같은 얘기가 나올 거야.”
“아니. 여복이 어떻게 안 좋은데 그렇게 까지 말해요?”
“그냥. 다 안 좋아. 여자 때문에 인생이 흔들리고 여자 때문에 인생이 꼬일 거야. 항상 여자 조심해. 아니다... 그냥 막살아.”
“왜요?”
“네가 무슨 짓을 하고 무슨 삶을 살아도 한 여자가 네 운명을 쥐락펴락 할 거야.”
“제 인생을 쥐락펴락 한다고요?”
“어. 엄청나게 강한 여자야. 적당히 기운이 세다, 힘이 세다. 이런 수준이 아니라 정말 엄청난 여자가 자네 곁으로 다가올 거야.”
“이쁜가요?”
“하아... 하여간 남자들이란... 이뻐. 이쁘기는 엄청 이뻐.”
“그럼 나쁘지 않은데요?”
“가봐야 알겠지.”
“하아... 찜찜하네요.”
“그래도 희망은 있어. 널 힘들게 하는 여자에게서 또 다른 여자가 널 자유롭게 만들어줄 거야.”
“이쁜가요?”
“이뻐. 네 주변에 못생긴 여자는 없어. 다 이뻐. 널 다 힘들게 해서 문제지.”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까지 용한 사람이 없었다. 남자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미녀에 둘러싸인 삶이었지만 신점을 보는 그 아주머니의 말대로 내 인생은 그 미녀들로 인해 힘들어졌다. 정말 그렇게 이쁜 여자들을 앞에 두고 항상 똥 씹은 표정으로 일관하는 사람은 전 세계에 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아... 진짜 어이가 없네.”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런지 바닥에 쓰러져서 코까지 골며 자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 헛웃음까지 피어올랐다. 그러나, 그렇게라도 웃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소한 행복이었는지 깨닫는 데 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반짝. 반짝.-
“이게 뭐지?”
옷방이라면 쉬이 볼 수 있는 작디작은 실오라기. 그러나, 그 실오라기는 뭔가 달랐다. 힘없이 그저 공중을 떠다니기만 하는 그런 실오라기가 아니라 밝은 빛을 내며 자신의 존재를 대놓고 드러냈다. 작은 벌레처럼 꼬물거리는 그 작은 실오라기들은 방에서 무언가를 찾으려 여기저기를 둘러보는 것 같았다.
-꼬물. 꼬물.-
한 실오라기 하나가 공중을 귀엽게 날아다니다 내쪽을 응시하듯 바라보았다. 얼굴도 없고 눈코가 어디 달려있는지도 모르게 생긴 그것이었지만 그것이 나를 보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몇몇 실오라기들은 바닥에 누워 잠을 자고 있는 그 여자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저기요.”
-찌릿!-
“아야...”
그 작은 실오라기는 내가 그녀에게 손을 대려 하자 손끝이 잘려나갈 듯한 전격으로 내 접근을 방해했다. 저 작은 실오라기가 내는 정전기가 이 정도 수준을 낸다면 지금 이 방은 어지간한 지뢰밭보다 더 위험한 공간이었다.
“어... 시발...”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나를 무섭게 응시하던 그 실오라기가 천천히 내게 다가오며 미간 앞에서 정지했다. 불안함의 감정은 아주 본능적이고 또 그 미래를 확실하게 예견했다. 몸을 조금씩 부풀리던 그 실오라기는 내 미간을 뚫고 지나갔고 난 그 자리에서 그대로 기억을 잃었다.
멸망의 여신들 _ 웹소설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