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대피 上
“긴급 속보입니다.”
긴급 속보라고 하기에는 꽤나 타이밍이 늦었지만 방송국은 자신들의 지가게 이유가 있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긴급 속보’라는 단어를 한층 더 강조했다.
“유명 방송 프로그램 갓드레스의 마지막 촬영지인 상하이의 한 스타디움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앵커의 말 뒤로 당시의 폭발이 화며에 비쳤다. 최종 4인의 여신으로 선정된 각국의 미녀들이 나노 패브릭을 받고 어딘가와 연결을 하는 순간 배달원이 말했던 것처럼 그녀들의 몸에 광활한 빛이 터져 나왔다. 여신이라 불리던 4명의 여자들은 그 빛에 당황할 새도 느끼지 못하고 홀린 듯 그 빛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쾅!-
순식간에 거대하게 발산된 빛의 모습이 나왔고, 다음에 나온 영상은 밤하늘을 낮으로 만든 그 영상이었다. 갑작스러운 현상에 같은 현상을 모두 다른 곳에서 찍은 듯했지만 영상의 끝은 모두 같았다. 갑작스러운 폭발과 함께 전원을 뽑아버린 듯 꺼져버린 화면들. 모든 화면에서 보여진 동일한 결말에 손에 들고 있는 닭다리가 쉽사리 입으로 향하지 못했다.
“진짜 뭐지? 데이비드 킴이 도대체 뭘 만든 거야?”
“영화 대사 같네요?”
“네?”
“그 말이요.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잖아요. ‘내가 도대체 뭘 만든 거지?’”
참 이상한 여자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을 수도 있는 뉴스를 보면서 태연하다 못해 뭘 이런 걸로 호들갑이냐는 듯 너무나 평온한 모습을 보였다.
“영상에서 보신 것과 같이 폭발의 여파로 현재 거대한 허리케인이 형성되어 기후가 바뀌고 있습니다.”
-쉬이이이이이.-
뉴스의 속보를 듣자 바깥을 휘몰아치는 거센 바람의 소리가 이전보다 훨씬 더 강해졌음을 느꼈다. 이 여자가 집에 들어오고 난지 불과 5분이 채 지나지 않았다. 배달을 받았을 때 만해도 그저 화분이 깨지고 입간판이 날아갈 정도의 폭풍이었지만 지금의 폭풍은 그 궤를 달리 하고 있었다.
“현재 상하이 인근에 있는 첸산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과 태풍의 여파에 휘말리며 방사능이 검출되었다는 속보입니다. 방사능 유출의 위험이 있으니 국민 여러분들께서는 집안의 모든 창문을 닫으시고 커튼을 치는 것을 권고드립니다.”
-탁.-
뉴스를 듣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서랍에 있는 이사용 테이프를 꺼내왔다.
“치킨 그만 먹고 일어나요!”
“왜요?”
“왜긴 왜야! 방사능 유출 가능성이 있다잖아요. 바람맞고 뒤지고 싶어요?”
어찌 저렇게 평온할 수가 있는지 정말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 와중에 날 배려한답시고 치킨 목을 뜯고 있는 그녀였다. 이전과 달리 사색이 되어버린 내 표정을 보고 나서야 그녀는 현재의 사건이 얼마나 위험한 지 깨달은 듯 보였다.
-찍! 찍!-
창문의 틈에 길게 테이프를 붙여 나갔지만 이전과 달리 불안감은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아파트가 아닌 주택인 우리 집은 바람이 새어 들어올 곳이 훨씬 더 많았다.
-쌔애애애애애앵!-
바람의 소리는 이전보다 훨씬 더 매서운 소리를 내며 속력을 올렸고 지금의 이 행동이 무의미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와장창!-
“시발. 좆댔네.”
“어떻게 해요?”
집 안으로 강렬한 바람소리의 주인공이 쳐들어오자 집안의 모든 것들이 흔들렸다. 벽에 걸려있는 시계부터 곳곳에 걸려있던 인테리어 용품과 부엌에 있는 와인잔과 모든 것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어... 어떻게 해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태연함의 극의를 보이던 그 여자는 광폭한 바람에 떨어지는 물건들을 보고 당황해 다시 천둥에 겁을 먹은 어린 소녀로 변해버렸다.
“일단 저 방으로 들어가 있어요.”
“어디요?”
“저기! 옷방!”
최대한 외부와 단절된 그런 곳으로 향해야 했다.
“어디 가게요?”
“혹시 모르잖아. 챙길 건 챙겨야지.”
그녀를 방으로 보내고 냉장고에서 물과 음식들을 챙기러 부엌을 향했다.
“뭐해요? 방에 들어가라니까!”
“혼자서는 많이 못 챙기잖아요.”
“대충 보고 오래 먹을 수 있는 거 이것저것 좀 챙겨주세요!”
물이랑 오래도록 먹을 수 있는 가공식품들을 챙겨 방으로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왜 안 와?”
“잠시만요!”
여자는 바람막이 안에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집어서 들어온 것 같았다.
-쌔애애애애애앵!-
바람소리가 이전보다 훨씬 더 강렬해졌다. 저 멀리서 오는 바람 소리는 지금과는 뭔가 다르겠구나 하는 확신을 가져다주었다. 문을 잠그고 옷장을 열어 천으로 된 옷가지를 문틈 구석구석에 쑤셔 넣었다. 당장은 그런 일이 없었으면 했지만 정말 만에 하나 방사능을 업은 태풍바람이 집 안에 들어오게 된다면 그때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감히 상상이 가지 않았다.
“이렇게 하면 돼요?”
“네. 일단 그렇게 막고 있어요!”
“네.”
-우우우우우웅.-
건물을 울리는 광폭한 바람은 창문을 뚫고 온 집안을 들쑤시며 문을 열라는 듯 맹수가 내는 울음소리를 터뜨리고 있었다.
-흔들 흔들.-
-끼익. 끼익.-
-깜빡. 깜빡. 깜빡. -
멸망의 여신들 _ 웹소설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