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태풍 下
「 갓드레스 마지막. 」
“어?”
여자는 처음으로 반응을 보였다. 세상의 90퍼센트가 본 방송이니 당연히 이 여자도 관심이 있었겠구나 싶었다. 혹시 모르지. 이 사람도 갓드레스에 출전한 경험이 있을지도.
“갓드레스 시청자셨나 보네요.”
“네... 뭐 그런데 전 세계 사람들이 거의 다 봤으니깐요.”
“하긴...”
“애청자신가 보네요.”
“애청자... 뭐 비슷하죠?”
“혹시 출전하셨던 거 아니에요?”
“...”
여자는 말이 없었다. 대부분 해쉬태그 한 번쯤은 달았으니 그럴 수는 있었겠다 싶었다. 괜한 말을 해서 그런지 둘 사이에 바람소리가 이전보다 더 크게 침투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휘이이이이이잉.-
-우르릉. 쾅! 쾅!-
“깜짝이야!”
“아! 놀라라.”
“죄송해요... 날씨가 갑자기 왜 이러지?”
“그러게요. 도대체 무슨 일이 난 건지... 이렇게 여유롭게 치킨을 먹고 있어도 되나 싶네요.”
“뭐... 어떻게 해요. 지금 나갈 수도 없는데... 배달 콜 많이 밀렸었는데... 하아...”
여자는 이 와중에도 배달을 걱정했다. 점점 더 거세지는 바람소리와 점점 더 선명해지는 빗소리. 훨씬 더 크게 울려 퍼지는 천둥소리와 점점 더 밝아지는 번개가 아니라 그깟 배달 콜과 한눈에 봐도 구려보이는 그 스쿠터가 그녀에겐 더 큰 골칫거리였다.
“갓드레스 마지막 장면 보셨어요?”
“마지막이요? 배달오기 전에 잠깐 봤어요.”
“어떻게 됐어요?”
“스포 해도 괜찮아요?”
“네. 뭐 어차피 저는 재방이나 돌아다니는 짤로 다시 볼 것 같아서요.”
“아... 탑 4 다 말해드려요?”
“네.”
“4위가 엘레나, 3위가 비비아나, 2위가 조안, 1위가 유나영이에요.”
“유나영이 결국 1위를 했구나...”
결국 해냈구나 싶었다. 엘레나는 일반인 출신으로 그저 외모 하나만으로 올라온 사람이었기에 결국 조회수에서 한계가 보였다. 그러나, 나머지 세명은 각자의 영역에서 꽤나 입지가 탄탄한 사람이었고 그중 유나영은 카메라 앞에서도 뒤에서도 유명했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역시 나영 씨가 또 1등이야. 어떻게 제일 바쁜 사람이 이렇게 항상 제일 먼저 와서 준비를 할까?”
“감사합니다. 다들 저 하나 때문에 그렇게 움직여주시는데 열심히 해야죠.”
유나영은 촬영장에 늦는 일이 없었다. 매니저의 말로는 침대에 누워 자는 시간이 불과 2시간도 안될 정도로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했지만 단 한 번도 짜증을 내거나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진짜 크게 될 사람이야.”
“PD님. 이미 크게 된 사람이에요.”
“그러네.”
내가 방송국에 있을 때도 그녀는 대단한 사람이었다. 수천만의 팔로워를 보유했고 이미 10대의 나이에 빌보드를 진입한 그녀는 자기관리면 자기관리, 긍정적인 멘탈과 특유의 아이덴티티로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심지어 쉽사리 피할 수 없다는 정치색의 함정에서도 오히려 정면으로 그 이야기를 응수하며 사람들의 지지를 이끌어낸 그녀는 모든 분야에서 정점을 바라보고 있었다.
“참... 유하나는 대단하긴 하죠.”
“그러니깐요. 그렇게 죽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
“네?”
“진짜 못 봤나 보네요?”
하긴 위성사진을 바꿀만한 폭발이 있었는데 거기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겠냐만 뭔가 그녀의 죽음을 실제로 들으니 망치로 머리를 한 대 가격 당한 느낌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요?”
“화면에 제대로 잡히지는 않았는데 나노 패브릭을 받고 뭘 연동하는 순간 바로 빛들이 사람들 몸을 감싸더니 그대로 화면이 꺼졌어요.”
“빛들이 사람들 몸을 감쌌다고요?”
“네. 진짜 난리도 아니었는데...”
그 광경을 보고도 치킨을 배달해 온 이 여자의 모습에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 어떤 비극에도 살아갈 사람은 살아남아야 했다. 하지만 살아남아야 하는 사람들과 다르게 보도해야 하는 사람들이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 왜 뉴스가 안 뜨죠?”
“그러게요. 잠시만요... 아.. 바로 뜨네요. 속보가...”
당시의 속보가 뜨는 와중에도 대기를 가르는 바람소리는 그 정제된 날카로움으로 점점 더 날이 세우고 있었다.
-휘이이이이이잉.-
-우르릉. 쾅! 쾅!-
바로 옆에서 고함을 지르는 듯한 천둥도, 금방이라도 정수리를 관통할 듯 가까이 다가온 번개도 점점 더 그 간격을 가까이하고 있었다.
멸망의 여신들 _ 웹소설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