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차
도파민. 중추 신경계에 존재하는 신경 전달 물질의 일종으로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의 전구체. 풀어서 설명을 해도 어려운 그는 행복, 즐거움, 의욕을 만들어내는 체내 물질이라고 하는데 언제부턴가 자극을 대표하는 단어가 된 것 같다. 그리고, 난 자극의 대표주자로써 불리는 그 도파민을 굉장히 좋아한다. 정적인 것보다 동적인 운동을 좋아하고 차분히 앉아서 명상하는 것보다 싸우고 빨리 움직이고, 열을 내는데서 삶의 위안을 얻는다.
「 우리 이번에 스키장 가려고 하는데 강습 가능? 」
「 우리? 누구? 」
「 있어. 내 친구. 」
「 여자? 이쁨? 」
「 이쁨. 그런데 남친 있음. 」
「 아... 그러면 안 땡기는데... 」
「 술 사드림. 기름값도 넣어드림. 」
「 오키. 」
겨울이 되면 매년 한, 두 명쯤은 스키장에 갈 사건이 생겼다. 스노우보드 강사를 4년 동안 하면서 지긋지긋할 정도로 보드도 타고 소주도 탔지만, 그래도 살갗을 그슬리는 차가운 북서풍이 불어오면 언제나 가슴이 뛰었다.
“오랜만이다.”
“오랜만이네. 옆에 분이?”
“안녕하세요. 말씀 많이 들었어요.”
“저는 거의 못 들었는데 가면서 얘기 좀 해주세요.”
스키장에서는 설레는 일들이 많았다. 운이 좋게도 스키장에서 꽤나 많은 인연들을 만났고, 운이 나쁘게도 스키장에서 일하는 동안 항상 여자친구가 있었다. 스키장을 떠나고 나자 귀신같이 다음 해에 우리는 헤어졌지만 그래도 스키장을 가면 언제나 재밌는 일들이 생겼다.
“오빠는 여자친구 없어요?”
“얼마 전에 헤어졌어요.”
“왜요?”
“제 복을 제 발로 찬 거죠. 뭐.”
당시, 새로운 여자친구가 있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잘 가지 않았다. 사랑하는 마음이 들지 않았고 설레는 마음이 없었다. 결혼하기는 최고의 여자지만, 연애하기에는 그렇게 좋지 않은 상대. 그렇게 나는 밍숭맹숭하게 그녀를 대했고 결국 그녀는 지친 마음으로 나를 떠나갔다.
“꺄아아아악!”
“아니. 다리에 힘을 주라고!”
“못 주겠어!”
“왜 반말이야!”
“미안!”
정말 수백 번을 강습을 나갔고, 그때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사람들을 잡아주고 가르쳐줬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친구와 몸이 닿을 때마다 뭔가 짜릿했다. 반팔 위로 맨투맨, 스노우보드복 까지 입고 있었지만 그녀의 살결이 느껴지는 느낌이었다. 정말 오랜만이었다. 나이 먹고 이런 감정을 가지는 것도, 괜시리 설레는 것도.
“하아... 고생했어.”
“오빠도 고생했어.”
“둘이 아주 신났다?”
“뭐가?”
“아니다. 이제 갈까? 힘든데?”
스키장 약속을 잡아준 친구가 말하길 그때부터 뭔가 불안하다고 했다. 스키장에서 서로가 대화를 할 때부터. 그리고, 그 불안한 감정은 점점 더 가속화되었다.
-짠.-
“하아... 취한다.”
“그만 갈까?”
“그래. 다들 어디로 가는데?”
“나랑 XX는 이쪽. 오빠는 저기 아니야?”
“어. 맞아. 그럼 다음에 보자. 잘 가.”
그렇게 큰 사건 없이 집으로 향하는 순간 뒤에서 누군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그날 처음 만난 그 친구였다.
“오빠. 나 이쪽으로 가려고.”
“어. 그래. 같이 가자.”
“춥다.”
“겨울이잖아.”
“술 많이 취했어?”
“아니. 적당히.”
“그래?”
“왜 한 잔 더 할래?”
뭔가 다 자연스러웠다. 자연스럽게 그런 말이 나왔고, 자연스럽게 둘만의 2차가 진행되었다.
“와... 해 뜬다.”
“나 이렇게 놀고 마신 거 오랜만이야.”
“나도야. 이렇게까지 논거는.”
“아... 근데 추운데 아직. 집에 어떻게 가지?”
“나 집 가까운데 옷 하나 줄까?”
“그래도 돼?”
“어. 뭐 어때? 다음에 줘.”
그렇게 자연스럽게 우리는 집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당시 하나 잊고 있던 사실은 집에 사촌동생이 함께 살고 있던 것이다. 그녀는 추위에 떨었고 나는 자연스럽게 그녀를 집으로 데려왔다.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때 사촌동생이 나와 그녀를 바라보던 그 거대한 동공이. 집에 들어오자 따뜻한 온기에 그녀는 취기가 올라왔는지 동생을 보지도 못하고 침대로 향했다. 나는 그녀를 옷 하나를 더 챙겨 들고 그녀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순식간에 취기가 오른 그녀는 여전히 춥다면서 자연스럽게 내게 안겼다.
“야... 야... 잠깐만.”
“조금만... 진짜 조금만.”
조금만 안고 있으려 했는데 내 몸은 그러지 못했다. 몸은 그렇게 반응하지 못했다. 그렇게 우리는 집을 앞에 두고 다른 집을 들어가 잠시나마 밖의 찬 바람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