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차
“어... 어떻게 해? 나까지 눈물 나.”
영화를 보고, 드라마를 보고, 연프를 보면서 남주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 수많은 여성 시청자들이 감정에 이입되는 걸 보았다.
“어떻게 해. 너무 슬픈 것 같아.”
“저게 뭐가 슬프냐? 답답해 죽겠는데.”
“진짜 감정이 없냐? 어떻게 저 장면을 보면서 답답하다고 그러냐?”
“남자새끼가 여자랑 헤어졌다고 우는데 안 답답하겠냐?”
그때는 몰랐지. 나도 누군가와 헤어지면서 눈물을 흘릴 줄.
“헤어지자.”
“하아... 그래. 이쯤에서 끝내자.”
“잘 지내.”
“너도.”
꽤나 긴 연애의 끝. 우리가 서로에게 남긴 말은 허무할 정도로 빈약했다. 사실 눈물이 흐르지 않을 줄 알았다. 오래도록 만났지만 우리는 서서히 이별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결혼 상대는 아니구나.’
‘끝이 보이기 시작하는구나.’
꽤나 오래전부터 예상한 일이었기에 아프지 않을 줄 알았는데,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흔들리는 호흡과 눈물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 나왔다. 정말 찌질하게 울었던 것 같다. 화생방 훈련을 할 때처럼 정말 눈물, 콧물 쏙 다 빼면서 울었다. 미디어는 참 그런 점에서 보면 간교했다.
“잘생기고 이쁜 것들은 울 때도 이쁘고 멋지네...”
대부분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세상 추접하고, 세상 바보 같은데 말이다. 그때, 좀 많은 것을 느꼈던 것 같다. 아무리 좋아했어도 헤어지면 남남이라는 것도. 죽고 못 살 것 같아도 안 보다 보면 서서히 세월에 희석되어 기억에서 사라진다는 것도. 꽤나 오래 좋아했고 함께 할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헤어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좋아했고, 놓고 싶지 않았다. 손을 놓은 순간 우리는 정 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갔고 그 이후로 다시는 보지 않았다. 이후에도 몇 번의 연인들이 있었다. 매번 다른 느낌이었고 매번 다른 감정이었지만 그래도 그때만큼 운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상대가 우는 모습을 더 많이 보았다.
누군가를 위해 울어본다는 감정. 생각보다 귀중한 감정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도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순수를 잃으면서 그런 기분을 느낀 지도 꽤 된 것 같다. 그래서일까? 그냥 누군가 때문에 눈물이 흐를 만큼 좋은 연인을 만나고 싶은 게 요즘의 생각이다.
그런 사람이 나타날까? 아니. 이제 내가 그런 마음이 생기기는 할까? 뭐... 살다 보면 언젠가 또 그런 순간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