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8. 1. 우연

에세이_하루의 단어

by 시고

우연이 인연이 되기를.


나름 아끼는 문장이다. '우연'에서 딱 한 글자만 바꾸어 '인연'이 된다면. 그 쾌감과 즐거움은 생각보다 자주 곁에서 보인다. 길을 걷다 여기서 나타날 리 없는 과거의 인연이 우연히 내 앞에 등장했을 때. 우연이 선사하는 반가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올해 들어 이런 경험을 두 번 정도 겪었다. 넓디넓은 서울 한복판에서 과거의 인연을 떡 하니 조우했다. 한 명은 같은 직장에서 이역만리 타지에서 생고생을 함께 한 사이였으니 직장 동료겠고, 다른 한 명은 대학생 때 나 자신이 그리도 모자란 인간임을 깨닫게 해준 동아리의 후배였으니 동아리 후배겠다.


사람도 빽빽이 많은 서울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공간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직장 동료는 늦은 밤 족발집에서, 동아리 후배는 저녁 지하철역에서. 모두 우연히, 내가 있던 곳에 신기하게도 있었다.


직장과 대학 동아리라는 전혀 다른 집단에서 쌓은 관계인 만큼, 이 두 우연한 만남엔 공통점이 거의 없다. 명확한 공통점이라면 둘 다 각자의 연인과 함께 였어서, 나와 너무도 반갑게 이야기를 나눈 탓에 "대체 뭔 사이야?"라고 저들의 연인의 궁금증을 일으킨 것 정도일까.


우연히 사람을 만나면 먼저 얼굴에 물음표가 뜬다. 작은 폰트도 아니고, 큼직한 걸로 물음표 세 개 정도. 공기를 더듬던 시선이 정확히 마주치고. 한번 우리의 눈을 오가면 물음표는 느낌표로 바뀐다. 급격히 거리가 좁혀지며, "뭐야! 너가 왜 여깄어?" 하고 악수 또는 포옹까지.


못 만난 시간과 어색함을 단숨에 뛰어넘는 반가움이란.


감정이 순식간에 뒤바뀌는 이유는 우리가 진즉에 인연이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인연은, 우연한 기회에 다시 현재의 인연으로 바뀔 수 있다. 지난 인연이 지금으로 이어질 때 다시금 내가 헛살지 않았음을 느낀다. 내가 맺었던 연이 세월에도 남아있기를.


우연히 만난 사람이 인연이 되어도 근사하다. 우연이라는 작은 기회가 단단한 인연을 만드는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즐겁다. 인연과 우연은 선후가 바뀌어도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