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_하루의 단어
기분이 세차게 몰려와 마음을 휘감을 때를 잊지 못한다.
평상시에 기분이 크게 흔들리거나 동요하지 않는다. 기분은 행복하거나, 재밌거나, 슬프거나 어떤 행동과 사건을 통해 바뀌곤 한다. 보통 기분의 흐름은 크게 격변하지 않았다. 잔잔한 물결처럼 위로 아래로 가볍게 흔들릴 뿐 물잔이 넘칠 만큼 기분이 움직이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그렇기에 그때 그 순간들이 생생히 기억난다. 좋았을 때. 안타까웠을 때.
내 기억에 선명히 남은 순간은 보통 성취감이었다. 멀리 행사 지원을 나간 업무였다. 본래 내가 맡을 일도 아니었으나, 사람이 없다며 내게 간곡히 부탁했던 그 일. 그 뜻을 알았기에 싫으면서도 했다. 계획을 세우고, 사람을 배치하고, 중간에서 연락을 주고받고. 원래 있는 곳에서 벌어지는 업무가 아니었기에 애로사항도 많았다. 챙겨야 할 사람과 장비, 물자도 많았다. 이 모든 게 내 머릿속에 있더라도 내 뜻대로 일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날 행사 하루 동안 몇만 보를 걸었다. 하도 걷고 뛰어서 발목 통증까지 생겼으나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욕도 한 움큼 크게 주워 먹었고, 모두 끝나고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인했을 때는 벌써 밤 11시가 넘었었다.
같이 일한 사람을 모두 배웅하고, 혼자 퇴근해 방으로 돌아왔을 때. 그때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안도감과 성취감. 어떻게든 해냈다는 그 감정이, 기분이 세차게 몰려와 가슴을 두드렸다. 그 순간을 잊지 못하기에 계속 일을 하는 것이다. 내 감정과 기분을 위해. 그때 그 맛을 또 한 번 보기 위해.
반대로 지독히 좌절했을 때도 있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닿지 못했다는 그 절망의 순간 또한 생생히 기억한다. 바닥까지 기분이 처박혀, 어떻게 끄집어야 할지 몰랐을 때. 잠을 자도 술을 마셔도 풀리지 않던 그 갈증을. 앞이 보이지 않던 공포의 순간. 그 순간을 이겨내는 방법은 버티는 것뿐이었다.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움직이다 보면 언젠가 성취의 순간이 왔다. 성취가 선사하는 기분만이 버팀목이었다. 발은 멈춰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