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8. 19. 준비

에세이_하루의 단어

by 시고

이 준비의 끝을 볼 수 있다면.


수많은 준비를 했다.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업무에선 프로젝트를 위해, 여행을 가기 위해,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등. 바랐던 목표를 이룬 준비도 많았다. 실패로 끝난 준비도 있었다. 그럴 땐 후회와 쓰라림, 고통이 함께했어도 늘 그런 듯이 지나갔다. 다시 걸어가야 했으니. 멈출 순 없었으니.


준비는 항상 대상 - 목표와 함께했다. 목표가 없으면 준비도 없어야 했다. 그래야 했는데. 목표가 보이지 않는 준비가 있다. 만남 또는 재회. 인간관계로 표현되는, 이 기약 없는 목표를 위한 준비는 언제야 끝이 날까.


이 준비를 시작했을 때가 언제였는지. 언젠가 찾아올 사람을 기다리며, 끝이 보이지 않는 준비를 하고 있다. 다른 구체적 목표를 대상으로 삼은 준비와는 달랐다. 하다못해 생필품을 구매한다는 목표를 지닌 준비는, 검색을 하거나 매장을 방문하는 것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준비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어야 했다. 이 끝없는 준비는 과연 목표를 향하고 있는지, 앞으로 한 발자국이라도 걷고 있는지.


눈을 지긋이 닫고 생각에 빠지더라도, 눈을 부릅뜨고 연필을 잡고 적어 내리더라도, 목표가 그려지지 않았다. 목표는 내가 바라는 것일 텐데. 인간관계 한 단어로 겨우 뭉뚱그릴 수 있는 이 목표에서, 내가 원하는 지침을 찾지 못했다. 망각 또는 재회인지. 다 타버리지 못하고 남은 감정의 조각만이 찝찝하게 묻었다. 결국 끝 모를 준비만 하고 있을 뿐.


목표가 확실치 않은 준비는 두서없는 방황일 뿐이다. 그렇다고 준비를 멈추기도 싫었다. 합리적으로, 이성적으로, 확률적으로 생각한다면 당연히 이 목표는 성립되지 않는다. 인간관계의 상대방이 전혀 원하지 않을, 인식조차 하지 않을 가능성. 그 확률은 족히 97%를 넘으리라. 나도 부정하지 않는다. 미련이 결국 미련함이 되었다는 사실을 안다. 목표 없는 이 준비를 그저 지금은 끝내고 싶지 않을 뿐이다. 내가 바랐던 목표가 허망하며, 잿더미만 남을 거란 사실을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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