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8. 22. 청소

에세이_하루의 단어

by 시고

청소는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청소하시는 것을 보며 자랐다. 특히 아버지가. 두 분이 같이 일을 하지만, 퇴근하고 나서 항상 아버지가 집을 주로 청소했다. 화장실부터 거실, 방, 베란다 등. 아버지는 늦게 퇴근하시고도 항상 그렇게 부지런히 청소를 했다. 어머니는 너희 아버지는 원래 깔끔한 사람이라며 당연히 호평했다.


그런 부모님 밑에서 자랐으니 나도 비슷했다. 더러운 부분은 쉽게 넘어가지 못한다. 직장의 책상 위도 그렇고, 지금 사는 숙소 또한 그렇다. 내가 의도한 위치에 물건이 놓여야 마음이 편하다. 같은 종류의 물건은 한곳에 모여 있어야 기분이 좋다. 분리수거도 마찬가지다. 플라스틱, 캔, 비닐, 종이 등을 명확히 구분하는 정리함이 어찌나 좋은지. 더러운 얼룩은 없어야 하며, 보일 때마다 닦아내고 정리했다.


식물도 키우고 꽃을 피우는 아버지에겐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청소는 늘 하고 나면 기분이 좋다. 방바닥에 있는 머리카락 하나를 주워 버려도 그렇다. 청소는 내가 바라는 풍경에 현실을 맞추는 과정이다. 내가 원하는 모습은 생각보다 뚜렷하다. 직장 책상에선 모니터는 어느 높이여야 하며, 잘 안 보는 서류는 어느 서랍에, 휴대폰 거치대는 왼쪽에 있어야 한다 등. 나름의 기준에 맞춰 청소와 정리를 하다 보면 내가 바라는 이상향이 어떤 것인지 점점 명확해진다. 물건이 어디에 있어야 더 좋아 보일지, 어떤 것을 치워내야 깨끗할지, 더 이상 쓰지 않는 물건 중 어떤 것을 버릴지 고민하는 과정. 청소는 분류와 삭제의 과정이다.


내 삶 또한 비슷하다. 분류와 삭제. 내 인생에 일어난 사건과 사람을 끝없이 분류해야 한다. 이 사람은 친구 또는 원수. 저 사람은 연인 또는 끊김. 이 사건은 중요하니 잊지 말아야 할 기억에 두고, 저 사건은 창피하니까 삭제하자. 청소는 이 과정을 시각화할 수 있다. 분류해야 할 물건은 눈에 보이고, 버려야 할 물건은 손에 잡힌다. 한번 버렸으면 끝이니 좋다. 삭제해도 내 안에 남아있는 것들과는 다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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