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8. 3. 축하

에세이_하루의 단어

by 시고

축하는 인지에서 비롯된다.


누군가를 축하할 때 무엇을 먼저 찾게 된다. 어떤 이유로 상대를 축하할 것인지. 상대에게 얼마나 좋은 일이 일어났길래 축하를 하는지. 상대의 좋은 일이 정말 축하해도 되는 일인지 등. 축하는 상대의 존재를 계속 인지하고 있어야 가능하다. 정확히는 우리의 머릿속에 상대가 남아있어야 한다. 그래야 우연히 접한 소식에도 축하할 마음이 들지 않겠는가.


과거에 친했었으나 시간에 묻혀 자연스레 멀어진 사이를 다시 붙이고 싶을 때도 축하는 적절하다. 경사를 축하해주는 걸 꺼리는 사람은 거의 없을 테고. 축하는 한참을 연락할까 말까 주저했던 입장에선 정말 좋은 빌미가 된다. 오랜만에 소식 듣고 연락해. 정말 잘 됐다. 축하해. 이런 말은 높은 확률로 상대의 고맙다는 답장을 예상할 수 있어 그나마 어렵지 않다.


축하는 받는 입장에서도 항상 고마웠다. 누군가 나를 생각하고 있다는 - 정확히는 인지하고 있다는 - 사실은 늘 즐거운 일이다. 가끔 전혀 상상치도 못한 사람에게 축하를 받을 때도 있다. 직장에선 한쪽이 너무 높거나 해서 말조차 쉽게 붙이기도 어려운 관계라 생각했을 때, 적당한 기프티콘 하나 얹어서 해주는 축하는 각별했다. 그게 롯데리아 기프티콘이어도 그랬다. 누군가 나를 생각해 준다는 사실만큼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것은 없으리라.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서로 어색하면서도 적당히 거리가 있더라도, 그저 축하를 담담히 상대가 부담스럽지 않게 건낼 수 있는 사람. 이미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부터 망했다 싶지만. 어쩔 수가 없다. 내 성격과 내가 추구하는 이미지에는 간격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자신을 위로하지만, 어떤 사람에겐 축하가 너무나도 쉬울 수 있음을 안다.


축하는 인지에서 비롯되나, 인지가 항상 축하로 이어지진 않았다.


알면서도 축하를 삼켰던 수많은 순간. 쭈뼛거림과 머뭇거림에 사라졌던 축하가 많았다. 나는 그들을 항상 인지하고 있었으나 건네지 못했던, 쓰고 지웠던 메시지의 글자들. 그 변명을 이렇게나마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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