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_하루의 단어
공간의 경계는 생각으로 그어진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독립을 했을 때부터 나만의 공간을 인식했다. 가족과 떨어져 친지가 없는 타지에서 나 혼자 사는 삶. 처음 구한 방 역시 웬만한 원룸보다 작았으나 혼자 살기엔 나쁘지 않았다. 침대나 화장실, 책상, 옷장, 조그만 냉장고 등. 사는 데 필요한 물건은 모두 방에 있었다. (세탁기는 공용이었다.)
직장 동료 중에는 혼자만의 삶을 못 견디며 매일 술자리나 만남을 가지던 친구도 있었지만, 나는 이 온전하고 조용한 공간이 좋았다.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는, 나의 공간. 비좁고 불편해도 그거면 됐다. 홀로 편하게 어떤 일도 할 수 있음에.
그 이후로 집을 옮길 때마다 항상 나 홀로 판단이 가능한 공간인지를 따졌다. 대부분 전처럼 혼자 살긴 했으나 가끔 룸메이트도 있었다. 룸메이트가 있으면 그 공간은 룸메이트와 나와의 관계에 따라 경계가 바뀌었다. 불편한 사이면 경계는 삐뚤 흐트러졌다. 경계를 어떻게 그어야 할지 고민과 부담감. 반대로 친한 사이는 이미 관계가 정립된 상태였기에 경계는 아주 매끈하게, 불편함 없이 그어졌다.
이처럼 물질적 경계가 없을 땐 생각으로 경계를 만드는 경우가 있다. 혼자만의 집을 떠나, 직장 등 사회에서 그렇다. 이를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불편한 축에 속한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나의 공간이 어느 정도인지 따지게 만들어진, 그런 존재.
경계의 거리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되도록 내가 항상 편한 공간을 남겨두는 편이다. 정말 친한 친구 사이여도, 이 공간만큼은 내주지 않으려 한다. 야속하다는 친구도 있으나 이게 옳게 느껴졌다. 이 온전한 공간을 보전하는 것으로 내가 타인에게 더욱 편하게, 친절하게 대할 수 있으니.
가끔 정말 친할 수밖에 없는 사이의 경우 - 가족, 연인처럼 - 이 공간의 경계를 어디로 설정해야 할지 어려울 때가 있다. 이런 내밀한 사이는, 내가 설정한 경계가 무의미해질 때가 너무도 많다. 밀어내야, 받아들여야 하는가. 질문에 해답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