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8. 5. 단점

에세이_하루의 단어

by 시고

그 단점은 단단합니까? 말랑합니까?


단점을 손가락으로 세어본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점은 - 남이 나를 접했을 때 쉽게 떠오를 만한 것은 - 오른손 엄지로, 그다음 생각난 단점은 왼손 엄지로. 이렇게 하나씩 꼽아보다 보니 새끼손가락만 남았다. 새끼손가락에는 가족이든 그 누구든 간에 죽어도 드러내기 싫은, 가장 말랑한 단점만이 걸렸다.


흔히 타인과 쉽게 친해지는 방법으로 자신의 약점을 보여주란 말이 있다. 남들이 귀엽게 보일 만한, 아니면 남들에게 동정을 사거나 공감을 일으킬 법한, 그런 약점을. 내게 이런 약점은 엄지손가락에 지정된 단단한 단점이다. 남이 이를 직시해도 잠깐 부끄러울 순 있으나 나의 본질에는 타격이 없는 단단한 방패를 가진 단점.


손가락으로 꼽는 단점 순위는 바뀌곤 한다. 엄지의 단점은 보통 그 단점이 사라지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된 경우 없어지곤 한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패션 단점으로 남는 경우도 있다. 중지나 약지에 건 단점은 특정한 계기가 있다면 단점의 말랑함이 보다 단단해지곤 한다. 도저히 견디지 못해 타인에게 단점을 털어놓고, 내성이라는 껍질이 생긴다.


내겐 가족에 관한 이야기가 그랬다. 너무도 화목한 가정이라, 한때 어깨를 짓누르다 못해 깔아뭉개던 현실의 - 금전적 - 문제에 직면했음에도, 차마 증오하거나 미워할 수 없었던 가족과의 관계. 이 양가적 감정은 지독히도 말랑한 단점이 되었다. 이 단점이 단단해진 계기는 털어놓겠다고 예상도 못 했던 상대에게 힘에 겨워 이야기를 꺼냈을 때였다. 순전히 직장에서 만난 사이였는데도, 그 사람은 내가 꺼낸 말랑한 단점에 껍질을 만들어주었다. 그런 양가적 감정은 당연한 것이라는 공감으로.


다만, 새끼손가락에 걸린 단점은 단 한 번도 꺼낸 적이 없다. 순위가 바뀐 적도 없다. 이 단점이 무엇인지 글로 남기고 싶지도 않다. 누군가 바라보기만 해도 쑥 녹아내릴 듯한, 연약하고 말랑한 단점. 이 단점은 내 본성과 닿아있다. 내게 가장 말랑한 단점이 무엇인지 아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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