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_하루의 단어
긴 휴식 때는 무엇을 해야 할까.
잠깐의 휴식은 고민이 적다. 가만히 멍만 때려도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왜 귀중한 시간을 허투루 보냈냐는 안타까움도 적다. 무엇을 제대로 해보기엔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니까. 그렇기에 긴 휴식은 늘 소중하다. 온전히 무엇이든 시간을 쓸 수 있는 시간.
긴 휴식, 대표적인 예로는 긴 휴가를 썼을 때. 만족스럽게 보낸 적은 손에 꼽는 듯하다. 나름 그동안 미뤄왔던 것들을 꾸역꾸역 밀어 넣어 계획을 짜면, 이게 휴가인지 밀린 일 처리인지 모르기도 했다. 쌓여있던 리스트에 하나씩 삭선을 그어가는 것도 좋지만 때론 모든 것을 놓고 싶을 때도 있다.
태생이 계획을 선호하는 사람이고, 직장도 계획이 없으면 안 돌아가는 곳이다 보니 갈수록 몸이 계획에 묶여 있다. 그놈의 계획, 계획. 그렇다고 무계획이면 또 불안하다. 할 일이 없는 거 같아서. 직업병인지, 아니면 내 성격이 이런 건지. 이 짧은 문단에도 계획을 일곱 번이나 썼다.
최근 정반대인 사람을 만났다. 계획 세우는 것을 싫어하고, 긴 휴식이면 그냥 어디든 가서 경치 좋은 카페 앉아 쉬거나. 마음이 내키는 대로 움직인다는 사람. 그 무계획적인 긴 휴식은 너무도 편해 보였다. 자유로워 보이기도 했다.
내가 그렇게 쉴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다. 갈 곳을 안 정하고 나가더라도 순간 가고 싶어지는 곳이 생기면, 그곳을 가기 위해 가장 빠른 길은 무엇이며 편한 길은 무엇이고, 거기서는 무엇을 보고 먹거나 할지, 주르륵 나름의 계획을 세워버리는 그림이 뻔히 보인다. 무계획으로 시작한 긴 휴식이 다시 계획적 휴식으로 변해버리는 모습이.
그렇다고 긴 휴식을 집에서 가만히 보내기엔 아쉬움이 크다. 모처럼 받은 휴식인데, 이렇게 보낼 수 없다는 보상 심리. 맞다. 그 보상 심리가 문제였다. 바쁜 일상을 휴식으로 보상하려는 심리가 휴식을 일로 만들어버린다. 일과 휴식을 별도의 선상에서 바라봐야 했다. 그래야 보상 심리가 작동하지 않고 휴식이 지나가는 안타까움이 덜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