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8. 9. 바다

에세이_하루의 단어

by 시고

식상해도 제주도의 푸른 바다가 눈에 남는다.


올해 제주도에 갔었다. 성인이 되고 나선 처음이었다. 언제 제주도에 갔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였으니. 업무로 갔었지만 좋았다. 업무는 핑계일 뿐 사실상 놀러 가서였는지 시간도 많았다. 제주도의 맛집을 돌아다니고, 구경거리를 보고, 놀거리를 즐기고. 밤에는 늘 그렇듯 술과 술. 덕분에 아침은 항상 비었다. 모두가 맨정신을 차릴 시간이 필요했으니 나름의 배려였다. 공식 일정은 항상 점심 어간부터 시작됐다. 이 아침의 배려를 어떻게 할지는 자유였다. 아침의 햇살 아래에도 다들 숙취로 잠들었을 때 홀로 밖에 나갔다. 러닝화와 가벼운 복장으로, 가장 가까운 바다로 뛰었다.


여행지 러닝은 로망이었다. 해외면 더 좋았겠다만 제주도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제주도의 돌담과 야자수를 지나 가장 가까운 해변으로 뛰었다. 대략 6km 정도였을까. 뛰다가 걷다가를 반복하며 바다로 갔다. 분명 언젠가 봤었겠지만 기억에 없는 제주도의 푸른 바다로.


흔히들 고민이 있으면 바다에 가보라고 한다. 널찍한 바다와 파도 소리를 가만히 들으면 분명 고민 또한 씻겨 내릴 거라며, 진부한 조언을 하곤 한다. 뛰어가서 제주도의 바다를 봤을 때, 그 식상한 조언에 감사했다. 이른 아침이어선지 사람도 적어 바다에 쉽게 잡혔다. 나는 작았고, 신발에 엉겨 붙는 모래는 발을 붙들어 바다의 파도를 헤아리게 했다. 부서지고 돌아갔다가 다시 부딪히는 파도의 반복 속에 머물렀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자연의 흐름은 그저 그곳에 있었다.


타인으로부터 비롯한 고민은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흐르곤 한다. 앞으로 가. 아냐, 거기선 뒤로 가야지. 그쪽은 반대야. 몇 번을 속삭여도 말은 닿지 않았다. 타인을 향한 내 감정 또한 그러했다. 충돌하고 스러지고, 다시 솟아 부딪혔다. 그저 둘 수밖에 없다는 진실을 알면서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바다를 향해 뛰어갔던 그날 아침의 제주도는 체념의 과정이었다. 자연 또한 그러한데. 푸르지도 않은 난 왜 뻔한 사실을 외면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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