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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살이궁리소 Aug 07. 2017

지역을 바꾸는 슈퍼 공무원

마을 활력화의 아이콘 시마네현 오난쵸 테라모토 에이지

지난주 일본 전국에서 주목받는 시마네현 오난쵸의 슈퍼 공무원 테라모토 에이지(46세)씨를 만나 그가 선두에 서서 이뤄가는 마을 활력화의 혁신 사례를 취재하고 돌아왔다.  아래의 내용은 이틀 동안 그와 인터뷰 한 내용과 그로부터 제공받은 자료 등을 활용해 편집한 내용이다.

시마네현 오난쵸 청사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잘 지켜 나가는 것이 지역 공무원의 소임이라고 말한다. 테라모토 씨의 활약에서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위기를 겪고 있는 지역의 활력화를 위한 힌트가 있다.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의 식재료를 활용한 먹거리에 주목하여 지역을 맛집 탐방촌으로 바꿨다.

그는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가치는 무궁하다고 말한다

 오난쵸는 테라모토 씨의 프로젝트에 주목하여 도시로부터의 이주자가 증가해 3년 연속 인구감소의 그래프가 멈춰 섰다. 3년 연속 19세에서 50세까지 인구의 변동이 없어 오난쵸는 내각 총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의 열정에 중앙정부도 깊은 관심을 갖고 다양한 시책을 적용시키기에 이른다.


사라진 고향

일본은 헤이세이(평성; 平成) 시대에 들면서 인구감소로 지방 자치단체의 대 합병이 일어 난다. 지방은 과소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급격히 진행되는 과소화는 지자체의 통폐합으로 이어졌다. 

자신의 고향마저도 없어져 버리는 상황을 바라보면서 지방공무원으로서의 무기력과 지역에 대해 너무 몰랐던 스스로에 대한 자책은 테라모토 씨가 움직이게 된 계기가 되었다.

※ 과소화 [depopulation drain, 過疎化 ]

지역의 인구 감소로 그 지역 사회 시스템이 위축되면서 생활상의 불편이 초래되는 상태.

시마네현 서부로 히로시마현과의 경계에 있는 오난초의 인구는 약 1만1,000명 군소지자체 

해답은 지역에 있다

프로젝트 1 - 地産地消 고급 레스토랑 일구는 '食의 학교'

오난쵸의 고령화율은 42%로 전국 평균 24%의 두 배에 근접한 초 과소화 지역. 이 지역은 더 이상 고령화와 인구감소를 멈춰 세울 수 있는 동력마저도 상실해 가고 있었다.

과소화가 심각한 지역 오난초

그런데 이 지역에 전국에서 관광객이 쇄도하고 있다. 이유는 지역의 농산물을 사용한 고급 이탈리안 요리. 객 단가 4,000엔 (약 4만 원. 보통 일본에서 외식 단가 1,000~1,500엔가량)을 넘지만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같은 형태의 점포가 또 한 군데 있다. 일본 최고 과소화 지역이 지금 명품 맛집의 출현으로 지역 전체가 들썩이고 있는데 지자체장은 대항마가 없어 무투표 당선으로 재선하고 있을 정도의 지역 내의 혁신에 대한 평판이 높다.  

전국에서 이 레스토랑을 찾는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지역 활성화의 기폭제로 당시 이 레스토랑을 기획한 것이 테라모토 씨. 그의 직함은 농림 진흥과 계장. 이동이 많은 공무원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그는 13년째 같은 자리에서 근무 중이다. 테라모토 씨의 특별한 역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오난쵸 사무실에서 지역활력화 경과를 설명 하는 우에다 오난초 농림진흥과장(아래 사진 좌)과 테라모토 계장(우)

우에다 농림 진흥과장은 테라모토 씨의 특징은 스피드라고 말한다. 현안이 생기면 현장을 중심으로 즉각적으로 움직인다. 직접 자기 눈으로 확인하고 실행한다.

6년 전 이 레스토랑을 기획할 때 많은 이들이 우려했다. 테라모토 씨는 아무리 지역의 농산물 품질이 좋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차별화를 이룰 수 없다고 판단하고 그는 철저하게 맛으로 승부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다른 대도시 최고의 요리사를 초청해 도시의 레스토랑에 뒤지지 않는 명품 레스토랑을 추구했다.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해 도회지에서 명인을 초청해 맛을 전수 시켰다

콘셉트는 'A급 구루메'. 오랜 불경기와 더불어 장수시대를 맞이한 일본은 미래의 경제적 불안감이 작용하여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중저가 'B급 구루메'가 대세였지만 그는   'A급 구루메'로 승부를 걸었다.

※ 구루메 : 불어로 식도락, 미식을 일컫는 gourmet의 일본식 표현

'A급 구루메' 사용 레스토랑인 오난 이탈리안 레스토랑

오난쵸에서 생산되는 양질의 농림산물을 소재로 하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과 체험'이라는 의미로 'A급 구루메'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새로운 지역브랜드를 구축해서 관련 산업의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食의 학교를 설명하는 테라모토(우)와 모친이 재일한국인으로 요리를 배워 이 지역으로 이주를 희망한다는 연수생(중간)

모든 일에는 '동전의 양면'이 있다. 테라모토 씨의 이 계획에 대해 주변의 인식은 역시 비관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비관적 조건이라는 것은 장점으로도 작용한다. 단점을 스스로의  힘으로 발상의 전환으로 극복해 나가지 않으면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 그는 오난 쵸가  'A급 구루메' 맛집의 고장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우선은 '食의 학교'를 기획했다.

 채상헌 교수 (연암대 농대 영농창업과정) : '食의 학교' 설립목적은 무엇인가?


테라모토 에이지 (오난쵸 공무원) : 첫 번째는 식농(食農) 교육을 위해서이다. 오난쵸의 농업과 식생활 문화를 100년 미래의 아이들에게 전승하기 위한 식농 교육을 실습하는 공간이다.

두 번째는 6차 산업화 추진을 위한 오난쵸 식재료에 대한 활용 방안을 연구하여 신상품을 개발하거나 테스트 마케팅을 하고자 한다.

이 날은 지역의 고등학생들이 전국대회 예선을 준비하고 있는 등 지역전체가 요리에 관심 

세 번째는 주민들에게 우리 지역의 장점을 재 인식하여 오난쵸에 주민으로서의 프라이드를 새삼 인식시키자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네 번째는 오난쵸의 매력을 창조해 내는 공간이다. 지역을 찾아온 사람이나 외부인들을 연대화 시키기 위해 오난쵸의 농업과 식문화가 갖는 매력을 찾아 내거나 정보를 정리해 내는 역할이다. 

 채상헌 :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나?


테라모토 : 오난쵸 음식 문화의 발전과 계승을 목표로 다양한 요리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요리교실뿐만이 아니고 마을 회관 출장 강좌나 그룹별 주문식 강좌도 운영하고 있다. 

연중 강좌 에서는 전문가 과정, 미래 요리사 프로젝트 어린이 과정, 내추럴 푸드 강좌 등을 운영하고 있다. 단기 강좌로는 지역의 전통 음식·행사 음식, 특별 강사 초청 강좌 등이 있다. 

보육원 시설을 개조해 만든 오난쵸 '食의 학교'


우리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는  '食의 학교'를 통해 연수를 받고 우리 지역 특산물을 이용해 레스토랑을 열어   'A급 구루메' 맛집을 계속해서 열고 있다. 이런 사람들의 유입은 물론, 레스토랑이 주목을 받으며 외부에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어 지역활력화의 동력이 되고 있다.



'食의 학교''를 수료하고 지역에 오픈한 A급 구루메' 사용 레스토랑 오난 이탈리안 레스토랑

'최고의 식재료는 시골에 있다'라고 쓰여 있는 입구의 안내문.

"시골에는 많은 생산자들이 있다. 조상 대대로 선조들이 지켜온 논 밭이랑 기술, 그리고 품종 덕분으로 지역에는 맛있는 것들이 넘쳐 난다. 최고의 식재료를 아침에 수확해서 최고의 상태로 들여올 수 있는 것이 시골 레스토랑의 매력이다"

런치 코스 메뉴가 3,780엔 (약 38,000엔) 대도시 레스토랑에서도 만만치 않은 가격이지만 손님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는다.


한 때 전국방송에까지 소개되던 이 지역 명품 소고기 '石見화우(和牛)'는 과소화로 인해 농가가 줄면서 생산량이 급감해 그 명성을 잃어 가고 있었는데 테라모토 씨는 여기에 주목했다. 소량밖에 생산되지 않아 이 지역 지정이 아니면 맛볼 수 없다는 재료의 희귀성에 명인의 손길을 더해 탄생시킨 전략은 주효했다. 

이 레스토랑은 당일 수확된 지역농산물로 만들어 내는 요리가 어필. 지역에서 생산한 지역맥주 역시 인기다.

니시가타 (남 32; 사진 중앙과 우측) 씨는 한 때 대인기피로 1년 이상 방에서 두문불출하기도 했지만 오난쵸 '食의 학교'를 통해 요리를 배우고 현재 이 레스토랑에서 연수중인 농사짓는 셰프. 외부인의 인터뷰에도 응할 정도로 그의 변화를 이끌어 낸 것이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이다.  '食의 학교'는  일본 총리가 방문(우측 사진)할 정도로 일본 내에서 지역활력화라는 측면에서 의미를 갖는다.

테라모토씨는 자신이 직접 나서 전국의 일류 요리사들을 초빙해 학습시킨다

그가 추진하는 食의 학교는 도시의 요리학원과 다른 것이 오난쵸의 명품 농산물로 오난쵸 지역에서 만들어 오난쵸 지역에서 맛보는 것이다. 다만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해서는 각 점주 스스로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었으므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했다고 한다. 그래서 '食의 학교'를 열고 자신이 직접 교섭해 일류 요리사들을 초빙해 왔다.  

음식을 배워 지역에 정착하겠다고 들어온 이주자나 지역 레스토랑 점주의 실력을 키워 오난쵸 전체를 '맛의 고장'으로 만들어 이주자와 관광객이 넘치는 활기찬 지역을 만드는 것이 테라모토 씨의 목표다. 


프로젝트 2 - 地産地消 생산 인력 양성하는 '農의 학교'

그는 방치되고 있는 시민농원을 농림과로부터 양도받아 農의 학교를 만들었다. 이곳에서는 유기농업을 실시하고 있었는데 농업을 목표로 하는 이주 예정자를 대상으로  'Agri-남자'와 'Agri-여자' 육성을 운영하고 있다.

農의 학교에 대해 설명하는 테라모토씨. 뒷편으로 보이는 것이 현장 강의동이다

농사의 달인이나 되어야 도전할 수 있다는 유기농업을 초보자들이 한다는 것은 사실 상 불가능에 가깝기도 해 테라모토는 일본 국내에서 으뜸으로 꼽히는 유기농 전문가를 農의 학교로 스카우트하여 와서 자신들만의 독특한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아쉽게도 그가 외부 강연으로 출장 중이어서 만날 수는 없었지만 이후로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그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관광농원이었던 자리를 교육생들의 실습농장으로 활용

農의 학교는 레스토랑의 식재료 공급원으로써 안정적인 지산지소(地山地消)를 정착시키는 시스템과 지역으로 귀농해 오는 젊은이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 공급과 농사기술 지도가 목적이다.  

유기농 실습농장에서 작물을 생산하는  지역 이주 예정 교육생들

채상헌 :  '食의 학교'와 '農의 학교'는 서로 연계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일본의 경우도 보통은 귀농인력 유치 방식이 일반적인데 새로운 시도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수강생의 모집이나 운영은 일반 행정조직에서 추진하다 보면 예산집행의 절차상 어려움이나 사후 관리 등의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그런 것들에 대한 별도의 대응 방식이 있는가?

 테라모토 : 맞는 말씀이다. 그래서 지난 4월 3일에는 일반 사단법인으로 '食과 농업인재 양성센터'를 설립했다.

먹거리와 농업에 관한 업무는 그동안 오난쵸 관광협회가 맡고 있었으나 2017년부터 농림 진흥과 내에 "식량과 농산업 전략실"을 만들어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이 센터에서 요리 연수 시설 '食의 학교'를 기획 운영하는데 지역 부흥 협력대 제도를 활용한 '농사짓는 셰프, 'Agri-남자' 'Agri-여자' 육성이나 연수, 마케팅 업무 등을 추진한다.

연암대학 '농대 영농창업과정'과 오난쵸 '農의 학교'는 향후 상호 교류에 관한 협약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편 연암대학 농대 창업과정의 경우는 2학년 1학기 한 학기 동안 전액 국고 지원으로 국내외의 현장에서 실습하는 것으로 학점을 인정해주는 실습학기제를 운영하고 있다 
'農의 학교' 있기에' 食의 학교' 있다고 주장하는 테라모토씨

테라모토 자신은 지역이 대단하다는 자부심을 갖고 살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자신뿐만이 아니고 오난쬬 지역 모두의 생각이 되었다고 말한다. 또한 앞으로 자라나는 지역의 아이들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것이 바람이고, 그들이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지역 공무원의 소임이라고 말한다. 불과 이틀 동안이었지만 그는 지방공무원으로서의 격이 다른 신념을 느끼게 했다. 


테라모토 씨는 '農의 학교'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하기 위해 직매장을 개설하기도 했다. 그가 기획해서 개설한 농산물 직매장 '오난 마르쉐'. 


농산물 직매장 오난 마르쉐

테라모토 씨에게 사전 협조를 요청하여  '農의 학교' 연수생 남녀 한 명씩을 추천받아 동행한 우리 과에 재학 중인 2030 예비농부와 오난 마르쉐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이민준 (남 33세) : 연암대학교 스마트 원예 계열 1학년 재학생. 일반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다 농업에  관심을 갖고 창업했다가 기초부터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2년 과정에 입학해 농식품부에서 지원하는 젊은 농부 양성 프로그램인 '농대 영농창업과정생'으로 선발되어 1학기를 마친 상태. 현재 계획은 졸업 후 충남 아산에서 장애우 체험이나 생산농장에 관심 갖고 준비하는 중.

이민준 연암대 학생(좌)과 모리구치 카나 農의 학교 연수생(우)

모리구치 카나 (여 35세) :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다니다 뉴질랜드에서 1년 반을 살게 되었는데 이때 농업에 관심이 생겨 오난쵸에서 운영하는   '農의 학교'  알게 되어 입교한 지 1년 4개월째. 이 지역에 정착해서 농사를 짓기로 하고 적당한 농지를 구하고 있는 상태.


김기태 (남 27세) : 마찬가지로 연암대학교 스마트 원예 계열 1학년 재학생. 일반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 병역을 마치고 나서 성환에서 대농으로 배 과수원과 유통을 하는 부모의 가업을 이을 목적으로 우리 과에 입학  '농대 영농창업과정생'으로 1학기를 마친 상태. 

이즈미 타카시 農의 학교 연수생(좌)과 김기태 연암대 학생(우)

이즈미 타카시 (남 39세) : 동경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도시의 삶에 회의를 느끼고 고민하다 농촌에서 사는 삶에 관심을 갖게 됨.   '農의 학교'를 마치고 이 지역에 정착해서 농사를 짓고 있다.


이민준 :   '農의 학교' 입교하게 된 경위는?


모리구치 카나 : 여러 나라 여행 중 뉴질랜드에서 농사에 관심이 생겨 국내에서 배울 만한 곳을 찾다가 오난쵸에서 이런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들어온 지 1년 4개월 되었다.


이민준 :   나도  기본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다시 농대에 입학해 한 학기를 마친 상태다.  '農의 학교'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나?


모리구치 카나 : 서른 넘어 농사를 하겠다고 전공을 바꿔 준비하고 있다니 동질감을 느낀다 ^^   '農의 학교'는 정규대학은 아니고 귀농학교 같은 곳이다. 일주일에 하루는 식물생리나 토양과 같은 이론적인 내용도 배우지만 현장에서 직접 농사를 지으며 배우는 것이 특징이다.

이민준(33세) 학생. 연암대 농대영농창업과정 1학년

이민준 :  그래도 1년 4개월 되었으면 다양한 작물을 키워봤겠다.


모리구치 카나 : 그래 봐야 작물은 1년에 한 번 수확할 수 있어서 달랑 한번밖에 겪어보지 못해 잘은 모르지만 농업을 하기 위한 기본적인 원리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이 농가에서 실습하는 것과는 다르다. 기본적인 원리를 이해해야 스스로 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기태 :  실습과정이 끝나면 이 지역에 정착하나?


모리구치 카나 : 그럴 예정으로 적합한 농지를 찾고 있다. 다행히 주변에 농경지는 많고 주민들도 서로 빌려주겠다고 나서는 편이라 긍정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모리구치 카나 (35세 ) 農의 학교 연수생

김기태 :  미혼여성인데 연고도 없는 곳에서 농사를 지으며 산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걱정도 되시겠다.

 

모리구치 카나 : 워낙 자유로운 영혼이라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전 세계를 여행하고 다녀 특별히 반대는 안 하신다 ^^


이민준 :  농사에 관심을 갖게 된 구체적인 이유를 소개해 준다면?


모리구치 카나 : 음식 관심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재료가 되는 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 가능하면 내가 직접 키운 농작물로 요리를 하고 싶었던 것이 계기였는데 지금은 만드는 것보다는 키우는 것이 더 재미있어졌다.

김기태(27세) 학생. 연암대 농대영농창업과정 1학년

김기태 :  과정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본인 농사를 할 예정이라고 들었는데 어떤 작물을 키우고 싶은가?


모리구치 카나 : 작물은 아직 결정하지 못했는데 일단 농가주택을 구하는대로 그 지역에서 농지를 구해 농사를 시작할 생각이다.  대나무 공예에 관심이 많아서 제철 농사철인 봄부터 가을까지는 소규모로 작물을 키우고 겨울철에는 이 지역에 많이 나는 대나무 공예를 하고 싶다.


이민준 :  스스로 자유로운 영혼이라 했는데 자유로운 생활을 즐기다 농촌에 들어와 정작을 해야 하는데 적응할 수 있겠는가?


모리구치 카나 : 처음 농사를 접한 것이 뉴질랜드였다. 그 전후로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오히려 내 나라인 일본에 대해 더 알고 싶은 것이 많아졌고 그리웠다. 어느 정도 생활이 정착하면 뉴질랜드에는 한번 더 놀러 가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정착은 일본 농촌이다. 일본은 사계절이 뚜렷해서 자연에서 자라는 풀 하나하나의 변화가 신비롭고 관심도 크다. 직접 키워 먹고 나누고 하는 즐거움이 너무 좋다.

이즈미 다카시 (39세 ) 農의 학교 연수생

김기태 :  농부가 되기로 한 계기는 무엇인가?


이즈미 다카시 :  동경에서 사람을 대하는 일을 했었는데 사람 대하는 직업이라는 것이 사실 끝없는 정신피로의 연속이다. 본래부터 유난히 동물이나 자연이 좋고 그런 생활에 동경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막연한 꿈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엄두를 내지 못했었는데 오난쵸의 '農의 학교'를 알게 되면서 용기를 내게 되었다.


김기태 :  도시에서 동경하던 농촌생활이라는 것이 직접 해보니 어떠한가?


이즈미 다카시 :  도시에서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의 연속이다. 하지만 그것은 눈에 보이거나 몸으로 느껴지는 모습과 형태의 것이고, 마음과 생각의 공간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가치롭고 보람된다.


김기태 :  만약 도시에 일자리가 생기고 그 일자리가 이전의 일자리보다 훨씬 좋은 제안이 온다면 다시 도시로 갈 생각은 있나? 

이즈미 다카시 :  결코 다시 갈 일은 없을 거다. 도시에서의 좋은 일자리는 그저 일자리일 뿐이지 다시 또 거기에 나는 없게 될 것이다. 내가 농촌에 온 것은 일자리를 찾아온 것이 아니고 사는 방법을 찾아온 것인데 여기에서의 삶은 누가 뭐래도 일단 내가 주인이다.   

요리가 좋아 귀농했는데 키우는게 더 좋아져

이민준 :  이즈미 씨는 자신이 바라는 삶의 방식을 찾은 것 같아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 과정도 그렇고 지금도 앞으로도 많은 어려움은 있을 것이다. 만약에 당신의 지인 누군가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농촌으로 이주해 와서 살고 싶다고 한다면 찬성하겠는가?


이즈미 다카시 :  그것은 전적으로 자신이 판단할 문제다. 어디에서 살든지 어려움은 있다. 시골에서 사는 방식이 자신에게 맞다고 내린 판단이라면 말릴 이유는 없다.


이민준 :  아무리 시골에서 살아가는 것이 가치 있는 삶이라고 여기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런 가치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경제적 소득이 있어야 하고 소득을 얻자면 농업기반이 필요하지 않나?

최소한의 경제적 소득이 있어야 하지 않나?

이즈미 다카시 :  큰돈을 벌겠다고 생각한다면 말리고 싶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농촌은 자신이 부지런하고 열심히 할 생각만 있다면 농지는 공짜로도 빌릴 수 있는 곳이 얼마든지 있다. 


농사 준비하는 기간 2년과 시작하고 5년까지 매월 생활유지비 15만 엔 (약 150만 원)은 국가에서 지원되고, 세금도 거의 내지 않거나 병원 등 복지도 소득이 낮으면 지원되는 것이 많기 때문에 적어도 먹는 것은 자급자족 가능하고, 정부에서 지급해 주는 15만 엔의 비용으로 광열 수도비나 공공요금과 약간의 용돈까지는 가능하다.

내가 다 가지면 뒤에 오는 사람 없어 혼자 살아야

김기태 :  좀 전의 대화중에 주변에 농지는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고 했는데 왜 작은 규모를 고집하나?   


이즈미 다카시 :  지금 농사짓는 땅은 임대료 없이 공짜로 쓰고 있다. 땅주인이 나이가 들어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어 풀밭이 되어 주변에 민폐 끼치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공짜로 빌려주고 있는데 나는 이 정도면 적당하다.  더 큰 농사를 한다고 더 큰 내가 되지 않는다고나 할까? 그리고 내가 이 주변 땅을 다 차지하면 주변에 사람도 없이 나 혼자 농사 져야 하는데 그건 참 쓸쓸한 일이다. 나는 여기에 살러 왔지 농업 비즈니스를 하러 온 게 아니다.


지역의 농산물 직매장. 일본에는 약 14,000여개의 직매장이 있다

지역의 직매장 또한 신규 농부들의 판로처가 된다. 대부분은 기존 농업인이지만 앞으로 같이 해 나가야 할 후배 농업인을 위한 양보와 배려는 또 한 측면의 지역 농업의 지속성을 위한 스스로의 노력이다. 

기존 농업인의 배려와 협력이 신규농의 진입에 결정적이라고 말하는 테라모토씨
먹거리에 대한  불안이 커질 수록 품질보다는 신뢰. 매장에 설치 되어 있는 바토드 인식시에 상품을 갖다 대면 내용이 잘 표시된 생산이력을 쉽게 확인 할 수 있다
생산자의 '얼굴 있는 농산물'은 우리나라에도 도입된 직매장의 기본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생산농가에 있어서는 비용과 노력의 증가가 수반된다. 더군다나 이미 10여 년 전부터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농촌에서 이러한 방식으로 생산물을 낼 수 있는 농가는 제한된다.

소비자는 지역의 농산물을 애용하고, 농업인은 그러한 소비자들의 성원에 응답하기 위해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농촌 공간을 잘 지키고 가꾸는 의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교차 준수의무'(cross-compliance)                                                                        

기존의 관광 농원 시설을 활용하여 허브가든을 만들고 신규 취농자의 일자리 역할을 한다
허브가든은 전체 면적에 일체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 지역 주민들에게 인기있는 쉼터가 되고 있다
관내의 레스토랑은 누구나 허브가든에서 허브를 자유롭게 가져가 음식 등에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오난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디저트에 있던 허브도 이 허브 가든에서 채취한 것 
그런 이미지가 지역의 A급 구루메 레스토랑 홍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테라모토씨는 오난쵸만으로는 품목이 부족해 전국의 젊은 농부들로부터 유기농 농산물을 취합하여 유통하는 일도 기획해 냈는데 매출과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시즌에는 수십 미터 까지 길이 늘어선다는 유제품 레스토랑
역시 테라모토의 지역 낙농업 부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탄생한 역발상 우유 잼
축사 제로. 전체 방목을 구현하는 부친과 아들이 만들어 내고 있는 유제품은 일본내에서도 주목
사계절로 자라는 풀이 달라 사계절로 우유맛이 다르다는 점이 오히려 고객에게 어필
사계절 맛이 다름을 당당히 내세우는 이른바 사계절우유

프로젝트 3 - 도시민 유치

일본에서는 현재 고령화율이 40%를 넘는 지자체가 194개소나 된다. 하지만 테라모토 씨가 근무하는 오난쵸는 3년 연속 유입인구가 늘고 있다. 지역을 활기차게 하는 것은 도시로부터의 이주자. 우리의 귀농 열풍에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이지만 작년에 젊은이 9명이 지역활력대를 자처하고 오난쵸로 이주해 왔다. 

오난쵸 이주를 위해 상담 대기중인 도시에서 온 젊은이들

최근 6년 동안 35명이다. 바닥을 모르고 감소하던 인구 11,000명의 소도시에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이들에게는 정부에서 연간 400만 엔 (약 4,000만 원)의 보조금이 지급된다. 

단, 보조금은 3년이 한도. 그 사이에 이들이 지역에 정착하지 않으면 진정한 의미로서의 지역활력대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한다.

오난쵸는 '食의 학교'와 '農의 학교'가 젊은이들에게 어필하고 그들의 정착을 돕는 차별화된 시스템이다

과제와 불안은 산더미처럼 짓누른다. 하지만 테라모토의 생각은 전향적이다. "걱정이야말로 모두의 에너지가 되고 단결력이 된다. 걱정과 불안을 해소하며 동료로 연대해 가는 것, 항상 공통의 불안을 느끼며 해결하려고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라고 주장한다.


프로젝트 4 - 답은 지역에 있다 (주민과의 공감)

작년 4월 테라모토 씨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지역의 농산물을 사용한  'A급 구루메'를 지역민에게 판매하는 찾아가는 이동식 식당차

[지역 농산물을 사용한  'A급 구루메'를 지역민에게 판매하는 찾아가는 이동식 식당차 '오난쵸 키친 카']


이 키친 카로 지역을 순회하며 'A급 구루메'라는 콘셉트를 주민들에게 침투시키는 것이 그의 목적이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몇 가지의 애로사항과 시행착오를 거치며 주민들로부터 많은 아이디어와 현실 인식을 하게 된다. 새삼 지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를 기울이고 시선을 두지 않는 행정은 예산을 낭비하고 불신을 확산시킨다는 깨닫게 된다. 현장에는 지역의 행정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자 그것을 끌고 가는 추진동력이 숨어있다. 

"혁신적이되 지역민보다 가끔 반 발자국만 앞서 나가는 어깨동무하는 친구"


한편 그가 동경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의 지방공무원이 된 이유는, "시골은 공무원이 가장 안정된 직장이다"는 부모와 조모의 권유가 있었다. 그의 일상은 매일 평범한 업무를 마치고 나서 집으로 돌아와 가족과 함께 보내거나 휴일에는 취미인 다이빙을 즐기는 무난하고 평범한 삶이었다.  

동경농업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의 공무원이 된 테라모토씨(중앙)과 부모

그러나 지역은 날리 갈수로 활기를 잃어가고 과소화가 착착 진행되어 가고 있었다.

결국 테라모토 씨가 공무원이 된 10년째 33세 되던 해에 시정촌 통폐합에 의해 그가 태어나고 자라 온 이와미쬬는 없어지고 말았다. 안정된 직장이라고 해서 고향의 지방 공무원이 되었는데 그 지역이 합병으로 없어져 버리는 장면을 목도하고 충격에 빠졌다. 

지역의 급격한 인구감소는 지역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고 악순환의 늪으로 빠지게 한다 

그는 인구가 감소해서 고객(주민)이 없어지면 공무원도 필요 없게 될 수가 있구나 하는 공포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 해 그에게는 장남이 태어났다. 그에게는 지역의 장래, 아이의 장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불안과 위기감을 느낀 테라모토 씨는 움직였다.

자신의 근무처이자 고향이기도한 이와미쬬가 통폐합으로 없어지던 해 장남이 태어났다

 그는 당시에 유행하던 온라인 판매에 주목하고 특산품을 온라인 판매로 연결하자고 지역민들을 설득했다. 사이트만 열면 수수료 없이 지역특산물이 팔릴 거라고 계산했다. 지역민들을 찾아다니며 매출이 늘 것이라고 설득해서 특산품을 참가시켰다. 하지만 오픈하고 4개월이 지나도 성과는 없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지인이나 관계자들에게 구매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 왜 이 상품이 살만한 것인지를 설명할 수가 없었다"다"

지역을 위해 일한다고 하면서도 무늬만 '지역 공무원'이었던 자신의 모습이 참으로 부끄러웠다고 테라모토는 회상한다. 

참담한 실패로 끝난 테라모토씨의 첫 작품 인터넷 직판

그는 해답을 찾기 위해 지역 속으로 들어가 많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해 귀를 기울였다.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현장에는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와 요구가 넘쳐나고 있었다.

"다른 생산자와 연계해서 새로운 상품을 만들고 싶다", "직접 도시의 레스토랑에 납품하고 싶다"

당시 그는 눈이 번쩍 떠지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행정이 아무리 깃발 들어도 지역민이 원하지 않는 행정은 쓸모없다
그는 비로소 지역의 문제는 지역에 해답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그가 내린 결론은 "해답은 지역에 있다. 공무원이 해야 할 일은 주민들이 뭔가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는 역할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내린 결론이 주민들이 할 수 일이 되는 것이고 주민들이 스스로 할 수 있어야 지속성을 갖는다.

어떤 지역이 무엇으로 성공했으니 우리도 그걸 하면 되겠다는 식은 답이 아니다. 스스로 어떤 지역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그 지역의 특성을 살려 그 지역민들이 할 수 있는 우리 지역만의 것 (Only one)을 만들어야 한다. 어딘가의 흉내를 내거나 경쟁을 해서 한 번쯤 최고(Best one)를 만들어 봐야 소용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지속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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