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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살이궁리소 Aug 11. 2018

애플파이로 수십 억 매출 올리는 사과농부의 회한

규모나 매출 증대도 좋지만 그 중심에 내가 있어야 

시골살이는 과연 SLOW LIFE 한 삶인가? 대부분의 경우는 정반대라고 한다. 도시보다도 더 바쁜 생활의 연속이다. 하지만 생각하기 나름일 수도 있다. 겨울은 춥고 여름은 덥다고 느낄 수 있지만 겨울은 따뜻하고 여름은 시원하다고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몸은 도시생활보다 바쁘지만 마음은 여유로울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아무리 안빈낙도의 삶이라 하더라도 100세 시대를 맑은 물 한 모금 입에 물고 파란 하늘만 보고 살 수는 없다.

부모로부터 승계 없이 영농기반을 마련해 농사로 소득을 얻는다는 것은 다시 또 월드컵 4강만큼이나 어려운 것이 현실.
11박 12일간 일본의 농촌 카페, 펜션, 레스토랑을 탐방하며 농사가 아닌 방법으로 소득원을 얻고, 농사를 하는 마을 사람들과 공존해 사는 사람들을 만난 결과를 문답식으로 정리했다. 방문처별로 형식을 바꿔가며 연재할 계획. 운영방식은 연암대학교 채상헌 교수의 <농대 영농창업과정 교원연수> 과제에 일반인이 3박 4일씩  3 코스로 나눠 참여하는 형식으로, 코스별 참여 인원을 본인과 가이드 포함 총 6명으로 제한하여 상호학습 효과를 높이고자 했다.                                                  


Q. 사과농원으로 알고 왔는데 입구부터 감나무가 많이 눈에 띈다

A. 부친의 단감 농장을 이어받아 24년 전부터 품목과 방식을 바꿔 사과나 거봉 수확체험을 시작하여 현재는 무화과라든지 딸기, 포도, 블루베리 등을 포함하여 계절별로 손님들이 체험을 할 수 있는 체험농장과 애플파이 제조, 농가레스토랑의 2, 3차 산업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애플파이의 카페와 파스타 요리를 중심으로 하는 농가 레스토랑

Q. 규모가 어느 정도이고 어떤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가. 

A. 전체 규모는 2ha (6,000평)이고 20명의 직원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은 반경 15km 이내에 살고 있는데 가급적 지역민을 고용하고 있다. 가족단위로 체험하기 위해 많이 오는데 체험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고 레스토랑이나 카페를 대개 이용한다. 평일과 휴일 구분 없이 수만 명의 방문객이 골고루 분산되어 연중무휴로 운영하고 있다. 


Q. 그 정도의 규모로 운영하자면 연간 매출이 상당해야 할 것 같다. 

A. 물론이다. 몇 명 정도는 파트타임의 시간제로 일 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정직원이다. 요즘이 가장 한가할 시기이고 추석이 8월 중순인데 그때는 수확철이라 가장 바쁜 시기이다. 그럴 때는  아르바이트를 추가로 고용해서 24~25명 정도로 운영한다. 

조각 애플파이와 아이스크림의 케잌 세트는 800엔 (약 8천원) 이다

Q. 대형버스가 진입하기 어려워 보이는데 단체 손님을 받는데 어려움이 있겠다.

A. 한편으로 그것이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 대형버스가 들어와서 한꺼번에 사람들이 들어오면 이 정도의 서비스를 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우리가 가진 맛과 멋을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래도 대형버스가 들어오면 품질도 나빠지고 서비스도 나빠지고 번잡스러워져 현재 이곳을 찾는 고객층은 발길을 돌렸을 것이다. 


Q. 애플파이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의도했던 것은 아니고 26년 전에 시속 50km의 지붕이 날아갈 정도의 강력한 태풍이 상륙해 감이나 사과가 다 떨어졌다. 떨어진 사과는 대부분 멀쩡했지만 떨어진 것은 이미 상품이 아니기에 그대로 팔 수는 없었다. 고민하다 이것을 가공해 보자고 나선 것이 애플파이다.

자가 농장에서 수확 한 블루베리를 얹은 케잌

Q. 애플파이 생산량에 비해 사과재배 면적이 작아 보인다. 

A. 그렇다 사과밭 규모는 900평 정도에 불과하다. (사실 이곳 후쿠오카는 따뜻한 지역이라 사과 품질이 좋다고  볼 수는 없다. 주종은 감귤류). 농장주가 직접 재배한 사과로 애플파이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우리 고객들은 우리 농원의 애플파이 맛을 보고 찾는다. 우리가 재배하는 사과도 사용하지만 사과로 유명한 아오모리나 나가노산의 품질 좋은 사과를 사용한다.


Q. 그렇다면 원재료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있는데 고객들은 언제 먹어도 일정한 맛의 애플파이를 기대하지 않나? 

A. 그렇다. 애플파이는 사과뿐만이 아니고 설탕과 아몬드 그리고 레몬, 버터 등의 부재료를 첨가해 맛을 낸다. 부재료를 비롯한 우리의 기술력이 원재료인 사과가 좀 다르다 하더라도 일정한 맛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각종 방송과 잡지등에 실리는 것이 홍보수단이라고


Q. 주문업체라고 말씀하셨는데 무슨 의미인가.

A. 농원뿐만이 아니고 백화점이나 마켓, 그리고 직매장에서 판매를 하고 있고 전국으로 발송한다. 우리 농원의 주력 품목은 애플파이이다. 

배송용 애플파이는 1,600엔 (약 16,000원)으로 전국 발송하고 있다

Q. 홍보는 어떤 방식으로 하고 있나.

A. 잡지나 TV를 통해 많이 알려지는 편이다. 그렇다고 비용을 들여 광고를 해 본 적은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사람들이 많이 찾고 유명해지니까 그런 곳에서 취재를 많이 오고, 그러다 보니까 그걸 보고 방문객이나 주문 업체가 늘어나는 식이 되었다.


Q. 본업은 농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 농장은 누가 관리하나. 

A. 그렇다. 매출 규모로야 적다고 볼 수 있지만 농업이 본업이다. 따라서 농장일은 저와 아내와 아들이 주로 하는데 바쁠 때만 일시적으로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는 정도이다. 


Q. 물론 지금도 농사를 짓고 있지만 무려 24년간 2, 3차 산업 분야의 농산업을 한 셈이다. 지나고 보니 어떤 생각이 드는가?

A. 글쎄다. 요새는 목표도 보람도 적어진 것 같다. 어느덧 내가 없어도 돌아가는 가공이나 요식업 구조의 회사형태가 되어 버렸다. 후회는 없지만 할 일이 없어진 느낌이랄까... 그나마 아들이 받아서 잘해 준다면 다행이겠는데 세상의 아들들이란 부모 생각대로 움직이지는 않는다고 하는 말을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참고로 아들은 현재 농원에 합류해 있는 상태) 


일행 소감

좌로부터 김채현(연암대생), 채상헌(연암대 교수), 백승천 (행복드림농원), 김광남 (6차산업 전문위원), 이수미 (이수미팜베리)

먼저 체험농원으로서의 '사과와 포도나무'는 어떻게 보셨나요? 

'우선 체험농원은 사과와 포도나무라는 카페, 그 옆에 사과 파스타 요리를 주로 하는 레스토랑이 있고 가공판매장을 지나 살짝 오르막길을 넘어서니 거기에 체험이나 생산용 과수원이 있더라구요'


'과수원 관리 상태를보니 품질이나 모양에 초점을 맞춘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카페나 레스토랑  운영 아나가서는 농가에서 만든 애플파이 이미지를 위한 보조 콘셉트같은 느낌이예요. 작물을 감에서 사과 등으로 바꾸긴 했지만 부모님께 영농 물려받은 경우이더군요'

과수원 관리상태는 생산전용이라고 보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감나무가 보였고, 그다음 알프스오토메 같은 꽃사과가 살짝 보였는데 안쪽으로 들어가다 보니까 사과나무와 무화과, 감나무, 포도나무가 있더라고요. 딸기 체험장도 있었고'

'어린이들의 딸기체험이 많아서 그런지 어린이 키높이용 재배상은 참 인상적이었어요. 그야말로 고객맞춤이더라구요. 디테일한 부분에 신경 쓴 배려가 돋보이는 장면이었어요'

체험장 일부는 유아들이 직접 만지거나 따 볼 수 있는 높이의 체험용 2단 베드로 설치되어 있었다

'후쿠오카의 한 딸기 농장에 간적이 있는데 그곳도 하우스 중 일부는 체험용으로 사용하면서 어린이용은 낮은 베드를 제작해서 운영하고 있더라구요. 밀어내기 (push)식이 아니라 끌어당기기(pull)식의 마인드가 중요한거죠. 여기와서 딸기체험 해볼테면 해봐라 식은 딸기체험장이 여간해서 없을 때 하던 방식이지요'


'육묘시스템을 나이아가라 방식이라고 해서 이렇게 여러단을 두고 하는 것이 있어서 육묘장인가 싶었어요'

2009년 방송 제작 차 도치기현의 농가 방문 당시 딸기를 여러단으로 늘어뜨려 육묘하는 시스템을 나이아가라 방식이라고 했다


'딸기 체험농장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우리는 대부분 딸기 끝물에 체험을 해요. 왜냐하면 아이들이 딸기를 따면서 막 잡아당기고 하니까 다음날이면 실뿌리가 끊겨 딸기가 몸살을 앓거든요. 그러니까 수확용이 끝나고 나서 하는데 체험객 입장에서는 그때쯤 되면 응애로 인한 거미줄도 잔뜩하고 하엽도 생겨 지저분하고 상태가 안 좋으니까 불만이죠'


'그렇다고 만원 받으며 체험했다가 농장이 망가져 버리면 농가는 손해가 크죠. 새야 새야 파랑새야. 청포밭에 앉지마라. 청포꽃 떨어지면 청포장사 울고간다 심정이죠'

딸기 뿌리에서 열매까지의 모식도를 그려 여기까지 오는 도로와 비교하여 설명하면 아이들은 함부로 당겨 따지 않는다

'그걸 시스템으로 보완 할 수 있다고 봐요. 딸기는 요령이 없으면 잘 안 따지잖아요. 아이들에게 그냥 조심해서 따라고만 하면 아이들은 조심조심 계속 당겼다 놓았다 하게 되요.  대부분 체험농장은 고설 양액 재배라 코코넛 껍질이나 펄라이트 같은 배지에 고정되어있으므로 당길 때마다 실제로 양수분을 빨아들이는 가는 뿌리는 끊어져 버리게 되는 거죠' 


'딸기 지상부와 지하부를 나타내는 그림을 현수막으로 프린트해서 걸어 놓는 거예요. 가는뿌리, 굵은뿌리 줄기까지 표시해 놓고 아이들에게 "여기가 아침에 나올 때 너희 집이라고 치자. 골목길(가는 뿌리)을 나와서 작은 도로(굵은 뿌리)를 지나서 큰 도로(줄기)를 지나 여기(딸기)까지 왔지?"

〒838-1306 福岡県朝倉市山田758

'그런데 집 앞에 작은 도로가 끊겼으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하고 물으면 아이들은 못 온다고 대답하겠죠. 우리가 딸기를 마구 당기면 바로 여기 집 앞에 작은 도로가 끊겨서 우리가 간 다음에 물도 못 먹고 밥도 못 먹어서 딸기가 죽게 된다. 막 당겨야 할까 말아야 할까? 하고 물어보면 바로 이해가 될 거예요. 실밥 뜯는 쪽가위 있잖아요. 그런 것을 하나 주고 이것으로 자르라고 하면 되요. 아이들은 잘 알려 주면 하거든요. 한 손에는 쪽가위, 한 손에는 바구니 들고 있으면 장난 칠 손도 없어져요 ^^. 쪽가위라는 한 단계를 거치게 되면서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저는 이 농원의 체험농장 시설을 보면 다소 실망스러워요. 체험은 곧 교육이기도 하거든요. 교육적인 장면이나 공간이 매우 미흡하다고 느꼈어요. 직접 재배하는 농부라는 이미지 콘셉트만 주자고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구요. 수만 명의 방문객 숫자도 그렇고 정확한 금액대신 수십억이라고 만 밝히기는 했지만 그 정도로 알려지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 치고는 주변의 경관이나 정리도 조금 부족했다고 봐요'

얼핏보아서는 입구를 찾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가공실만해도 그래요.  우리나라와 비교해서 보면 설비의 종류나 규모 그리고 위생적인 부분 측면에서 저래도 되나 싶었어요.  규모도 작지만 위생적인 부분은 청소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손 소독이나 출입구의 에어샤워 등 기본적인 설비가 있어야 하거든요'  


'제 생각도 그래요. 그리고 판매 전시장에는 많은 종류의 물품들이 있기 했지만 그것이 해당 농원에서 만든 상품들이 아니고 대부분 외부에서 가져 온 것으로 보여졌어요'

다양한 제품이나 용품들이 판매되고 있었지만 자가 제품은 많지 않았다

'보통은 자신의 농원만의 의미와 가치를 제공하고 방문객들에게 행복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 농원은 대표님 표정이나 심지어 사모님까지도 뭔가 이건 아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희들을 무시하거나 불친절하게 한 것은 아니지만 두 분 표정 등에서 그런 것들이 느껴졌어요'


'우리나라와 일본은 뭔가 정서가 좀 다른 것이 있는 걸까요? 앞으로 더 다니면서 살펴봐야 하겠지만 농촌에 오면 즐거움과 여유로움과 편안함이 필요하다고 봐요. 그런데 저는 오늘 이 농원에서는 좀처럼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어요. 하루 1,000명 까지도 방문한다는데 이런 환경인데 어떻게 1,000명이 올 수 있을까? 도대체 와서 뭘 볼까? 애플파이만 사가는 걸까? 하는 의구심이 계속 들더라구요'

농원의 관리상태는 평균점 이하라는 것이 일행들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충분히 가능한 얘기가 제주도에 가면 우유부단이라고 있어요. 아이스크림 가게인데 소똥 냄새가 엄청나는데도 하루에 몇백 명씩 와요. 말하자면 소똥 냄새나는데서 그 우유나 아이스크림 먹으려고 오는 셈이죠. 이 농원이 독보적인 애플파이의 명소로 자리 잡았으니까 오는 사람도 있고, 주문하는 사람도 있고 그래서 그 정도 방문객이나 매출은 나올 수 있지 않나 싶어요'


'눈여겨 볼만한 부분중의 하나는 과수종류가 다양했다는 거라고 봐요. 보통 사과 체험농가는 사과체험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과, 포도, 무화과, 딸기, 감 까지 연중 체험 거리가 있다는 거예요'

사과농원이었지만 다양한 과수를 식재하고 있었다 

'네. 반면에 농원 대표는 다양한 품목으로 농장을 체험 위주로 운영한다고 하셨는데 저는 처음 딱 들어갔을 때 난잡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딸기하우스와 포도과수원, 무화과, 사과를 심은 공간이 어지럽게 섞여 있어서 아이들이 체험하기에 어디에 들어가도 되는지 안되는지 구분하기 어려울 것 같았어요. 아이들이 한 번 설명한 것을 잘 듣고 그걸 잘 지킨다면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그런 부분이 좀 아쉬웠어요'

파스타와 일식 요리를 취급하는 농가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경영성과를 이루고 있었는데 이유가 뭘까요?

'이 정도에서 직원 20명 규모의 경영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 놀라워요. 어떻게 저렇게 하지? 뭔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어쨌거나 경외감이 들더라구요'


'그렇죠. 종업원이 20명을 운영할 수 있는 수익이 나온다는 것이죠. 직원도 대부분 정규직이라니까 상시적으로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라고 봐야지요' 


'카페에서 우리가 한 시간 남짓 농원 대표를 인터뷰 하는 동안 손님은 그다지 없었어요. 대략 10테이블 정도 되던데 하루에 10번 손님이 바뀐다고 해도 종업원 20명은 설명할 수가 없는 규모예요. 농장의 농사 부분은 본인과 부인 아들 셋이서 한다고 했구요'

실내 공간은 그다지 넒다고 볼 수는 없었지만 농촌지역 카페 규모로 봐서는 작지 않은 규모였다

'그리고 옆에 파스타 요리를 제공하는 레스토랑이 있었는데 애플파이를 파는 카페 공간과 대동소이한 규모로 보였고 주자장에 주차 되어 있는 차량 정도로 보아도 20명 종업원을 설명할 수는 없다고 봐요'


'백화점이나 마트 그리고 전국에 택배로 배송하고 있다는데 답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가공장에는 직원수도 많지 않았고 10명 이상이 작업 할 수 있는 공간도 아니라고 봤어요. 결국은 오전중에 만들어서 배송하는 직원들까지 포함 되지 않나 싶어요'

비좁고 왠지 지저분한 상태로 보여지는 가공공간

'자 그러면 오늘 분명히 저기서 만들어 판다는 얘기는 2가지 방법이 있죠. 하나는 택배를 이용한 개인 판매이고, 하나는 박스 규모로 포장해서 외부 매장에 출하하는 거지요. 그런데 오늘 저희가 먹은 택배 상품의 금액은 택배비의 5~10배 비용은 아닌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개인 택배물량은 많지 않을 것이다. 결국은 박스 출하라고 봐야 할 것 같아요. 어딘가로 정기적으로 일정한 물량이 계속 간다는 거죠. 임실 치즈를 생각해 보면 그런 식으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확인할 순 없지만 저희가 볼 때 그 집은 그런 방식이 아니면 20명의 직원을 쓸 수 없다고 봅니다. 현장에 있을 때 이런 부분을 확인하고 오지 못해 아쉽네요'

애플파이는 이 농원의 핵심 상품으로 일행의 맛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애플파이는 다양하게 먹어 본 편인데 이 농원의 애플파이가 엄청나게 큰 영감을 주진 못했던 것 같아요.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먹을 수 있는 일반적인 맛이었다고 생각해요. 저라면 굳이 시내에서 그곳까지 애플파이를 먹으러 가지는 않을 거 같아요'


'결국 이 농원의 핵심역량은 애플파이인데 우리는 맛에서 특별한 점을 느끼지 못했다고 했어요. 하지만 그 해답은 간단하게 풀릴지도 몰라요. 우린 외국인이잖아요^^. 일본 사람에게는 필시 맛있거나 믿을 수 있거나 뭔가의 대단한 가치가 있다고 봐야하는 거지요. 자 이부분은 확인이 안되는 부분이니까 넘어가기로 하죠'


'그런데 원료가 되는 사과를 아오모리나 나가노산을 사용한다고 했는데 우리로 치면 남해의 애플파이점인데 정선쯤에서 가져 오는 거잖아요. 가져 오는데 비용이 많이 들지 않을까요?'


'직접 배송 받는 것이 아니겠죠. 인근 시장에 가면 전국의 사과가 있을 테니까요'


이 농원은 주력이 애플파이이고 소비처는 현장의  카페나 개인 직거래 보다는 어딘가 대량으로 보내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농장 사과 뿐만이 아니고 타 지역 사과도 사용하지만 아몬드나 우유 등 부재료와 기술력으로 일정한 맛을 유지한다


마지막으로 농촌지역에 있는 카페로서의 장단점을 얘기하고 마무리할까요?

'카페 자체의 분위기는 되게 괜찮았어요. 아늑하고 작으니까 더 정다움이 가고, 음악도 선곡이 괜찮았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와서 잠시 쉬다가는 그런 느낌이 좋았던 것 같고'

카페는 정리정돈이 잘 된 차분한  분위기와 음악이 흐르는 공간으로 일행 모두가 만족해 했다 

'서비스 되는 음료나 케익 등이 화려한 플레이팅은 아니었지만, 그것만의 장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워낙 애플파이에 대한 기대가 커서 그랬지 전반적으로 파이나 케익은 맛있었다고 봐요' 


'외곽의 농촌 공간에 있으므로 해서 갖는 플러스적인 효과는 컸다고 봐요. 도심지역에 그정도 수준이었다면 이 정도의 성과를 내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싶어요'

카페는 전형적인 농촌지역에 위치하고 있었다

'농촌 카페가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크게 얻고 있는 장면을 봐서 개인적으로 안심도 되고 기대도 되요. 제가 운영하는 카페도 도심과 떨어진 농촌지역에 있어서 어려운 점이 많지만 도시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공간과 느낌을 주는 것이 차별화 포인트라는 확신을 하게 되었고 그 중심에 여기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신선함과 품질 좋은 맛이 있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


'동감이예요. 고객을 끌어들이는 매력 포인트만 있으면 멀거나 불편해도 일부러 찾아 오는 분들이 있는 거예요. 

감성소비의 시대인거죠. 평범하게 돈을 쓰는 것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시간과 비용을 소비하는 시대인거죠.


'그리고 사과 농사를 짓다가 태풍이 와서 모두들 좌절할 때 본인은 떨어진 사과로 애플파이를 만들어보는 시도를 했던 점은 정말 극적이예요'

농원대표인 사쿠라기 해로하니 씨 (사진 오른쪽)

'그러니까요. 태풍은 그 집만 온 것이 아니고 옆집도 왔는데 옆집은 '태풍이 왔네, 사과 떨어졌네, 올해는 망했네?' 이런 거였는데 전혀 다른 대처 방안을 궁리해 낸 거죠.


'그렇게 해서 시작해서 지금까지 왔다는 것이 제 1부인 것 같고, 2부는 지금까지 온 게 어떻게 왔나 몰라도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는 내 손을 벗어났다. 나는 재미가 없다. 목표가 없다. 이거보다 더 뭘 따로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생각해 보면 내가 없어도 돌아가는 것 같고 이런 것이 표정에서 많이 묻어났어요. 본인도 그렇게 얘기했구요'


'규모를 키우거나 사업을 다각화 해서 이익을 더 키우는 것도 좋지만 그 중심에 내가 주인으로 서 있는 모습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같은 것 보고 다르게 생각한 것이 비결

비슷한 시기 아오모리현에 전봇대가 날아가는 태풍이 불었다. 아오모리현의 사과농가들은 떨어진 사과를 전부 폐기하고 아직 나무에 붙어 있는 사과를 모진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는 사과로 전국적 히트를 친 '합격사과'를 만들어냈지만 사코라기씨는 그것을 따라 하지 않고 떨어진 사과 중에서 멀쩡한 사과를 골라 애플파이를 만들게 된 것이다.

 

아오모리현의 합격사과

1991년 일본의 사과 산지이자 후지(부사), 아오리, 홍옥 등의 발생지인 세계 사과의 메카라 할 수 있는 아오모리현 후지사끼 지역에 지붕이 날아가고 전봇대가 뽑히는 대형 태풍이 덮쳤다. 이 지역 사과는 궤멸적 타격을 입었다. 

강력한 태풍으로 세계적 사과산지 아오모리현의 사과산업은 큰 타격을 입었다

9할의 사과가 떨어져 버려 모두가 실의에 빠져 있을 때 한 젊은이가 손을 들었다. "아직 10%의 사과가 달려있다. 떨어지지 않은 사과를 팔아 봅시다" 모두는 의아해했다. 태풍으로 크고 실한 사과는 대부분 떨어지고 붙어있는 것이라고 해야 작고 못난 사과뿐이었다. "저걸 누가 산다는 말인가?" 젊은이가 대답했다. "전봇대가 뽑히는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은 사과. 합격사과를 만들어 봅시다" 전설적인 합격사과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같은 것 보고 다르게 생각한 젊은이의 역발상이 실의에 빠진 사과농가들을 구했다. 이후 합격사과는 전국의 신사 등을 통해 입시철과 입사철을 앞두고 있는 샤모니즘의 문화가 깊은 일본에서 1개만 원의 고가에도 날개 돋친 듯이 팔렸다.

전봇대가 뽑히는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은 사과를 만들어 내자는 젊은이의 역발상은 지역사과농가들을 구했다


2016년 2월 18일 당시의 역발상의 주인공 야스하라 씨를 방문했다. 어느덧 초로에 접어든 그에게 당시의 패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인터뷰 내내 그는 깊은 회한에 빠져 있었다. 합격사과가 큰 히트를 친 다음 해 문제가 발생했다. 매스컴과 고객들은 여간해서 태풍이 불지 않는 이 지역 사과농가들의 대응에 주목했다. 결국 야스하라 씨는 무리수를 두었다. 사과가 익기 전에 "떨어지지 않는 사과" 스티커를 붙인 것이다

 인터뷰 내내 그는 깊은 회한에 빠져있었다. 그가 시도한 역발상은 무리수를 두면서 가치로 승화하지 못하고 아이디어로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거기에는 스티커를 떼어 낸 자국만 있을 뿐 감동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들이 해야 할 것은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 아니라, 세간이 주목해 줄 때 이렇게 말했어야 했다.

우리 지역은 세계적 사과 산지이다. 사과가 가장 맛있게 자랄 수 있는 기후와 토양과 기술을 가지고 있다. 올해는 다행히 태풍이 불지 않아 여러분들에게 세계 최고의 사과를 전해 드릴 수 있게 되었다. 더 이상 떨어지지 않는 사과는 없다



○ 상호 : 사과와 포도나무 (林檎と葡萄の樹)

- 일정한 맛을 유지하는 명품 애플파이 제조 판매

- 카페(사과와 포도나무)와 레스토랑(링고안) 운영

- 통 사과 카레, 거봉 파스타 등 과일을 이용한 요리를 개발

- 대표 : 사쿠라기 헤로하니

- 주소 : 일본 〒838-1306 Fukuoka Prefecture, Asakura, Yamada, 758

- 전화 : +81 946-52-0913

- 홈페이지 : http://www.ringo-to-budou-no-ki.com 

- 방문처 섭외 및 진행 : 여행박사 전주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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