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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어진 손이 가르쳐 준 마음

작은 농사를 지으며 비로소 알게된 농부의 온기

by 시골살이궁리소

밭일에서 손을 놓지 않다 보니,

겨울이면 내 손은 웬만한 발보다 더 거칠어집니다.


핸드크림 대신 발크림을 발라도

옷은 긁히고,

손끝은 갈라져 키보드 치는 일조차 아픕니다.


어젯밤에는

예전 어머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잔뜩 바르고 비닐장갑을 끼고 잠들었더니

조금은 나아진 듯합니다.


한편 저는 교수라는 생계가 있어

손만 거칠어지지만,

밭일이 생계의 전부라면

마음까지 거칠어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도 농부들의 손은

갓난아이 손처럼 부드럽습니다.


아는 사람만 아는,

그 따뜻한 온기가 스며 있습니다.


엊그제는 한 농부가

애써 키운 농작물을 한 아름 갖다 주시기에

지인들과 나누었습니다.


그 마음까지 힘껏 전해보려 했지만

만분의 일이라도 전해졌을지 모르겠습니다.


손이 부드러운 농학자일 당시,

때로는 농부들을 향해

맘이 거칠어진 적이 있었습니다.


문득 생각해 보니

내 손이 거칠어지고 나서야

가끔씩의 그 거친 맘도

생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작은 농사를 지으며

농부의 마음 한 조각을 비로소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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