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없이 시골에서 살아남는 사람들의 일본 사례

월 300만 원 직장 대신, 50만 원짜리 일 6개 만들기

by 시골살이궁리소

탐방의 태도: 왜 지금, 일본 산촌인가?

우리가 왜 일본의 산촌을 들여다보아야 하는지 제안하며 몇 자 적습니다.


우리의 이번 여정은 일본을 맹목적으로 동경하거나,

그들의 시스템이 무조건 옳다고 믿는 ‘친일(親日)’의 관점이 결코 아닙니다.


그렇다고 쇠락해가는 그들의 그늘을 찾아내어 "우리가 낫다"고 위안 삼거나,

남의 실패를 구경하러 가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일본 산촌을 찾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그들이 우리보다 20년 앞서 ‘인구 절벽’과 ‘지역 소멸’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먼저 맞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먼저 매를 맞은 사람’의 상처와 굳은살을 보러 갑니다.

어떤 정책은 실패해서 상처로 남았고,
어떤 노력은 성공해서 굳은살처럼 단단한 근육이 되었는지,
비록 그 현장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있는 그대로를 목격할 것입니다.

그들의 시행착오 속에서 우리 미래의 문제를 극복할 사고의 단초(端初)를 발견하는 것이 첫 번째 목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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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

거창한 담론보다 중요한 것은 여러분 개인의 삶입니다

국가나 지자체의 정책을 넘어, 이 탐방이 여러분 각자에게 실질적인 해답을 주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나는 산촌에서 어떤 하루를 보낼 것인가 (삶의 형태)
나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여 먹고살 것인가 (경제적 소득원)

이곳의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만의 생업을 만들고 삶을 지탱하는지를 꼼꼼히 살펴봅시다.

일본의 방식이 정답은 아니지만,


여러분이 앞으로 살아갈 ‘내 삶의 설계도’를 그리는 데 있어,

나름 풍부하고 구체적인 참고서가 되어줄 것입니다.


냉철한 머리로 문제를 보고, 뜨거운 가슴으로

내 삶의 나침반을 손에 쥐는 여정으로 만들어 갑시다.


일본 산촌은 어떤 곳인가: ‘소멸의 공포’를 ‘실험의 무대’로

일본 전체 국토의 약 70%는 산지이며, 그 안에 수많은 소규모 마을이 흩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마을들의 공통된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구는 줄고, 평균 연령은 급격히 높아졌다 (고령화율 50% 이상).

학교·병원·상점·교통 등 생활 인프라가 사라지고 있다.

‘헤이세이 대합병(平成の大合併)’ 이후 행정 서비스와 거점 기능이 도시부로 통합되어 축소되었다.

외부 유입 없이는 존속이 불가능한 구조다.

그래서 일본 사회학자 오노 아키라(大野晃)는 이런 곳을 ‘한계취락(限界集落)’이라 명명했고,

마스다 히로야(増田寛也)의 보고서에서는 이를 ‘소멸 가능성 도시(消滅可能性都市)’로 분류하며 경고했습니다.

즉, 산촌은 더 이상 목가적인 자연 공간이 아니라, 사회 구조의 가장 앞단에서 붕괴와 변화가 가장 먼저 일어나는 실험실입니다.


일본 산촌을 바라볼 때는 두 가지 시선이 동시에 필요합니다.


사회적 시선: 과제 선진지(課題先進地)

산촌은 도시에서 멀고, 마을과 마을 사이(집락 간)의 거리가 길며, 대중교통이 거의 없습니다.

일본 산촌은 인구 감소, 고령화, 빈집 문제 등 현대 사회가 겪을 모든 문제를 가장 먼저, 가장 혹독하게 겪고 있는 곳입니다.


이는 물리적 단절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강력한 ‘선별 장치’로 작동합니다.

아무나 들어올 수 없고, 아무 이유 없이 머물 수 없습니다.

도시의 편리함을 포기하고서라도 지키고 싶은 가치가 있는 사람만이 남습니다.

산촌은 “살고 싶은 곳(Want)”이기 이전에,

“살아야 할 확실한 이유(Why)”가 있어야 버틸 수 있는 곳입니다.


일본은 이곳을 숨기거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과제 선진지’라 부릅니다. 이는 "인류 공통의 문제를 남들보다 먼저 겪고 있으니, 해결책도 가장 먼저 찾을 수 있는 곳"이라는 역발상이 담긴 용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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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시선: 삶의 기술을 실험하는 공간

과거 산촌의 경제를 지탱하던 ‘농업, 임업, 공공 토목 공사’의 시대는 저물었습니다.

농업은 소득이 되기 어렵고, 경작 포기지는 늘어납니다.

임업은 기계화·대형화되어 소수의 전문가 영역이 되었습니다.

공공 토목 예산은 삭감되어 일자리가 줄었습니다.

국가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못하는 이 ‘결핍의 공간’에서, 개인들은 각자도생을 넘어선 새로운 생존 방식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시스템에만 의존 할 수 없고, 내 손과 내 이웃의 힘으로 삶을 꾸려가는 주체적인 삶의 현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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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의 비교: 위기를 대하는 태도]

한국 (공포)

지방 소멸을 막아야 할 ‘재앙’으로 보며,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인구를 늘리는 데 급급합니다.

일본 (적응)

인구 감소를 ‘상수(정해진 미래)’로 받아들입니다. 대신 "사람이 줄어든 상태에서 어떻게 행복하게 살 것인가?"를 연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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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조건: 산업은 쇠퇴했지만, 먹고살 길은 다양해졌다

산촌의 전통 산업(농업·임업)이 무너진 사회적 현실 속에서, 개인은 어떻게 밥벌이를 해결할까요?

사회적 배경: 1차 산업의 붕괴

대규모 농업이나 임업으로 큰돈을 버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공공 토목 공사도 줄어들어, 예전처럼 관공서가 주는 일자리에만 의존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산촌이 처한 냉혹한 경제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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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생존법: ‘나리와이(Nariwai, 生業)’

지금 산촌에서 살아남는 방식은 ‘하나의 큰 직업(Job)’이 아니라 ‘여러 개의 작은 일(Work)’을 엮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를 ‘나리와이(生業, 생업)’라고 부릅니다.

이 척박한 환경에서 개인들은 ‘다업(Multi-job)’으로 진화했습니다.

하나의 직업(Job)으로 월 300만 원을 버는 것이 불가능함을 인정하고,

월 50~80만 원짜리 작은 일거리(Work) 3~5개를 조합합니다.

농사가 주업이 아니어도 됩니다. 숙박, 음식, 체험, 교육, 예술, 숲 치유, IT 원격 근무 등 비농업 기반의 작은 일거리 3~4개를 조합하여 월 소득을 만드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이번 탐방에서 우리가 목격할 ‘농사짓지 않고 산촌에 사는 법’의 실체입니다.

Gemini_Generated_Image_7ww74x7ww74x7ww7.png 오전에는 농사를 짓고 (자급)
Gemini_Generated_Image_o39jseo39jseo39j.png 오후에는 민박집 청소를 하고 (용역)
Gemini_Generated_Image_c7zt9ac7zt9ac7zt.png 주말에는 숲 해설 가이드를 하고 (서비스)
Gemini_Generated_Image_bcc9mibcc9mibcc9.png 겨울에는 땔감을 만들어 팝니다 (제조)

[한국과의 비교: 소득 창출 방식]

한국 (대박 지향)

귀농을 통해 ‘억대 연봉’, ‘특용 작물 대박’을 꿈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투자가 크고 실패 시 리스크도 큽니다.

일본 (지속 지향)

큰돈보다는 ‘끊기지 않는 소득’을 중시합니다.

내가 가진 재능을 잘게 쪼개어 파는 ‘적게 벌어 적게 쓰는(다운시프트)’ 삶을 택합니다.


지리·사회적 조건: 불편함이 걸러낸 ‘진짜 관계’

산촌은 물리적으로 고립되어 있고, 행정 서비스는 축소되고 있습니다.

이 구조적 결핍을 개인들은 ‘관계’로 채웁니다.


사회적 배경: 행정의 축소와 인프라 부족

병원이 멀고, 편의점이 없고, 제설 작업이 늦습니다.

행정 구역 통폐합으로 공공 서비스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것은 개인이 감당해야 할 ‘비용’입니다.


개인의 생존법: ‘불편의 선별’과 ‘관계 인구’

이 불편함은 역설적으로 ‘선별 장치’가 됩니다.

편리함만 좇는 사람은 떠나고,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지키고 싶은 가치가 있는 사람만 남습니다.

완전히 이주하지 않더라도, 주말에 오거나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마을 일을 돕는 사람들 관계인구(関係人口)’에 주목합니다


그래서 이곳의 개인들은 혈연 지연이 아니라, ‘서로의 필요와 가치관’을 공유하는 느슨한 연대(관계 인구)를 맺습니다.

관계는 적지만, 깊고 오래 갑니다. 그래서 기술보다 태도가, 자본보다 신뢰가, 화려한 계획보다 ‘누구와 함께하는가’가 중요합니다.

산촌은 개인이 혼자 버티는 곳이 아니라, 관계망 안에서만 유지되는 공간입니다.

돈으로 서비스를 사는 대신, 이웃과 노동을 교환하며 부족함을 메우는 거지요.


[한국과의 비교: 공동체의 모습]

한국 (전입신고 중심)

주소를 옮겨야만 주민 대우를 해줍니다.

원주민의 텃세와 이주민의 단절이 사회적 문제입니다.


일본 (참여 중심)

주소를 옮기지 않아도 자주 와서 돕는 사람을 ‘관계 안내인’으로 대우합니다.

"살지 않아도 괜찮아, 주말에 와서 일손만 거들어줘"라는 유연함이 개인의 진입 장벽을 낮춥니다.


산촌은 ‘가능성의 공간’이자 ‘삶의 구조를 바꾸는 곳’

산촌은 낭만의 공간이 아니라, 삶의 방식을 재설계(Redesign)하는 공간입니다.

이곳에서는 질문이 달라집니다.

"돈을 어떻게 더 벌 것인가"보다 → "돈을 얼마나 벌어야 충분한가(족함을 아는 삶)"를 묻고,

"얼마나 성장할 것인가"보다 → "얼마나 지속할 수 있는가(Sustainability)"를 묻습니다.

그래서 산촌은 불편하지만 주체적이고, 불안정하지만 설계가 가능한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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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정은 산촌이라는 공간이 도시 소멸 시대의 ‘오래된 미래’이자 ‘새로운 삶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아니면 그저 사라져가는 과거의 유물인지,

여러분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답을 찾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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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편: 아무나 농사짓지 마세요

[다음글] 시골살이의 핵심은 '돈'이 아니라 '자존감'입니다. 얼마를 벌어야 비굴해지지 않을까요?

☞ 3편: 농사 밖에서 찾는 존엄의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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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집] 2월, 또 다른 '실험의 무대'로 떠납니다 (B코스)

이 연재는 하나의 생각 실험입니다.
그리고 2월, 그 생각을 현실에 대입해 보는 B코스 일본 산촌 현장 탐방이 이어집니다.

A코스와 같은 질문을 품고 떠나되,
지역과 방문처는 완전히 다른 곳으로 갑니다.
다른 조건, 다른 실패, 다른 가능성을 만나기 위함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묻습니다.
"농사짓지 않고, 어떻게 시골에서 존엄하게 살 것인가?"

그 질문을 직접 보고, 듣고, 만지고 싶은 분들을 위해
B코스 탐방단을 모집합니다.

1월 7일까지 '채상헌 교수의 브런치'에 공지

☞ 브런치는 네이버에서 채상헌교수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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