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농부가 되지 않기로 했다

일본 산촌에서 찾은 '농업 밖'의 생존법

by 시골살이궁리소

이 글은 일본산촌 탐방을 동행하는 분들의 사전학습 자료로 작성되었습니다. 현장을 다녀와서 내용이 업데이트될 예정입니다.

맑은 물 입에 한 모금 물고 파란 하늘만 보고 살 수는 없습니다


현실직시

"당신은 지금까지 누구로 살아오셨습니까?" 누군가의 김 과장, 누구의 아내나 남편, 혹은 거대한 조직의 부속품...


도시에서의 삶은 늘 명함 속 직함이 사라지면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그 속에 온전한 '나'는 없었기에, 우리는 은퇴 후 자연 속에서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꿈을 꿉니다.

하지만 환상은 여기까지입니다. "파란 하늘만 보고 살 수는 없습니다."


농촌은 도피처가 아닙니다.

많은 이들이 "할 거 없으면 시골 가서 농사나 짓지"라고 말합니다. 이는 농업이라는 고도의 전문 영역에 대한 모독이자, 인생을 건 무모한 도박입니다.


땅을 일굴 근력도, 재배 기술도 없는 도시민에게 농사는 낭만적인 도피처가 아니라, 준비 없이 뛰어들면 100% 필패하는 냉혹한 산업 현장입니다.


빈 수레를 끌고 막다른 골목에 갇히는 꼴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땅도 기술도 없는 우리는 시골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우리가 시골로 가는 이유는 고립되거나 가난해지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도시의 숨 막히는 속도와 시골의 지루함, 그 경계에 서서 내가 주인이 되어 살기 위함입니다.

이를 위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존엄성 유지 비용'입니다. 큰 부자가 되자는 말이 아닙니다.

하기 싫은 일을 거절할 수 있는 자유,

남에게 고개 숙이지 않고 내 밥값을 해결할 수 있는 경제적 자립.

이것이 보장되지 않는 시골살이는 유배 생활이나 다름없습니다.


일본의 사례 분석

농부가 아니라 '시골 기획자'가 되십시오

이번 일본 산촌 탐방에서 우리는 땅을 파는 농부가 아니라, 가치를 파는 기획자들을 만날 것입니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와 인구 소멸을 겪었지만, 그 속에서도 농업이 아닌 방식으로 활력을 찾은 사람들을 만나러 갑니다.


농사지을 땅도 없고, 기술도 없고, 육체노동이 버거운 도시민에게 의외의 해답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각자의 시선의 높이나 깊이에 따라 다양한 색깔로 보여질 것입니다.


우리가 방문하는 지역의 이주민들은 괭이 대신 자신의 '재능'을 들었습니다.

그들은 농부가 되려 애쓰지 않았습니다.

대신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로 시골에 필요한 빈칸을 채웠습니다.


우리가 방문할 일본의 펜션, 카페, 공방들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닙니다.

공간업 (Space)

낡은 빈집을 어떻게 '사람이 모이는 살롱'이나 '워케이션 오피스'로 바꾸었는가?

식당, 카페 (Food & Beverage)

단순히 농산물을 파는 게 아니라, 지역 식재료에 '나의 레시피'를 더해 줄 서는 빵집과 식당으로 만들었는가?

메이커(Maker)

버려지는 부산물에 '나의 손기술'을 입혀 고부가가치 굿즈나 공예품으로 재탄생시켰는가?

지식/예술(Content)

시골의 풍경과 소재를 '나의 콘텐츠'로 엮어 강연, 저술, 예술 활동으로 연결했는가?


이들은 임업인이나 농부라는 타이틀에 갇히지 않습니다. 이들은 농업인(Farmer)이 아닙니다.

자신의 도시적 경험과 재능을 시골이라는 무대 위에 펼친 로컬 크리에이터(Local Creator)들입니다.

공간, 미각, 체험, 지식을 파는 '비즈니스맨'입니다.


나에게 적용

당신은 시골에서 무엇을 팔 것인가요?

이제 질문은 여러분을 향합니다.

이제 여러분의 이력서를 '시골 버전'으로 다시 써야 할 때입니다.

여러분이 도시에서 쌓아온 수십 년의 경험. 그것이 외국어 능력이든, 마케팅 감각이든, 요리 솜씨든, 혹은 사람을 대하는 노하우든 그 모든 것이 시골에서는 귀한 자원이 됩니다.


농사지을 땅이 없다고 좌절할 필요가 없습니다.

여러분 자신이 콘텐츠이고, 여러분의 기술이 자본입니다. 경계인(Marginal Man)으로 사십시오.

도시의 세련됨과 시골의 여유, 그 사이의 경계에 서서 두 세계를 연결할 때 새로운 소득이 창출됩니다.

남들이 다 하는 농사에 매달리지 마십시오.

당신의 지난 경험이 곧 시골에서의 자본입니다.

그것이 '아무나'가 아닌 '나'로서 존엄하게 사는 방법입니다.


그렇게 했던 사람들이 실패하고 도시로 다시 갔다고요?

맞습니다. 너무 앞서갔기 때문입니다. 지역의 정서와 속도를 무시하고 혼자서 '한 발' 앞서가면 고립됩니다. 반대로 남들과 똑같이 가면 변화를 만들 수 없습니다.

반 발만 앞서 가세요

반 발만 앞서려면 이것이 한 발인지 반 발 앞서가는지 지점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자면 세상의 흐름을 통찰하는 시선의 높이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이번 일본 산촌 방문에서 어떤 경우는 한 발, 어떤 경우는 반 발 앞서거나 또는 뒤처진 경우를 볼 것입니다.


우리는 이번 일본 탐방에서 어떤 이는 한 발 앞서 외로워하고,

어떤 이는 뒤처져 힘겨워하는 모습을 볼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반 발(Half-step)'입니다.

지역 주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딱 반 발짝만 앞서 이끌어가는 것. 그것이 성공의 열쇠입니다.

나의 경제력, 체력, 그리고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여 내가 디뎌야 할 '반 발'의 지점이 어디인지 이번 여정에서 찾으시기를 기대합니다.


이번 탐방의 미션

이번 일본 탐방은 단순한 여행이 아닙니다.

참가자 여러분은 다음 것들을 확인해 봅시다.

관찰

주인장이 손님이 없을 때 무엇을 하는지 관찰하십시오. (부업이나 생산 활동의 유무)

질문

"이 공간을 유지하는 데 월 고정비가 얼마나 드나요?"라는 실례되는 질문을 정중하게 던지십시오.

대입

저 비즈니스 모델에 '내 기술'을 대입하면 한국에서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십시오.


농사짓지 않고도 '존엄성 유지 비용'을 버는 구조. 그 생각의 증거를 수집하러 우리는 떠납니다.


우리가 사로 생각을 나누며 토론하기 위해서 현장에서 다음 자료들을 확보해 주십시오.

인물 포커스

농기구가 아닌, '현대적인 도구(노트북, 에스프레소 머신, 목공구 등)'를 다루고 있는 운영자의 손 클로즈업 사진. (농부와의 차별점 강조)

공간의 디테일

세련된 간판, 메뉴판의 가격표(경제적 가치 증명), 손님으로 붐비는 매장 내부 전경.

인터뷰 숏폼

"농사짓지 않고도 먹고살 만합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현지인의 육성 답변(또는 미소 짓는 영상).

Before/After

(가능하다면) 해당 공간의 리모델링 전 사진이나, 운영자의 도시 생활 시절 사진과 현재 사진 대비.


[이전글] 월 300만 원 직장 대신, 50만 원짜리 일거리 6개를 만드는 '나리와이' 전략.

☞ 2편: 땅 없이 시골에서 살아남는 사람들의 일본 사례

[다음글] 왜 하필 지금 일본일까요? 우리가 일본 산촌에서 훔쳐와야 할 진짜 보물.

☞ 4편: 왜 지금 ‘일본산촌탐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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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집] 2월, 또 다른 '실험의 무대'로 떠납니다 (B코스)

이 연재는 하나의 생각 실험입니다.
그리고 2월, 그 생각을 현실에 대입해 보는 B코스 일본 산촌 현장 탐방이 이어집니다.

A코스와 같은 질문을 품고 떠나되,
지역과 방문처는 완전히 다른 곳으로 갑니다.
다른 조건, 다른 실패, 다른 가능성을 만나기 위함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묻습니다.
"농사짓지 않고, 어떻게 시골에서 존엄하게 살 것인가?"

그 질문을 직접 보고, 듣고, 만지고 싶은 분들을 위해
B코스 탐방단을 모집합니다.

1월 7일까지 '채상헌 교수의 브런치'에 공지

☞ 브런치는 네이버에서 채상헌교수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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