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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살이궁리소 Nov 13. 2015

치약을 알면 된장을 팔 수 있다

 '소비자는 바보' 외치며 장렬히 전사하는 6차 산업 농가 

[도시락 정보 14] 치약을 알면 된장을 팔 수 있다 알면 된장을 팔 수 있다 치치 약을 

혹시 마트에서 중국산 치약을 보신 적 있나요? 중국산 상품이 넘쳐 나지만 치약만은 찾을 수 없을 거예요. 

왜 일까요? 우리 정부가 치약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정하고 높은 관세를 매기고 있는 것일까요? 

그런데 일본의 마트에서는 우리나라 치약을 찾아 볼 수가 없어요. 우리나라 모회사가 당시 국내에서 가장 유명했던 **치약을 일본으로 수출하고 있었는데  2000년 경에 제가 리포트 서너 장으로  철수시켰습니다....

**치약은 현장에서 보니, 100엔 숍에서 알맹이만 나체(?)로 바구니에 담겨 있더군요. 덕분에 저는 달랑 100엔에 잘 썼지요. 아마도 소비자는  ‘저 속에 뭐가 들었을까?’ 생각하기 때문이지 않나 싶습니다. 


6차 산업에서 많은 비중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 가공입니다. 1차 농산물 생산은 '제로섬 게임'이지요. '천안배'를 집중 육성하면 '나주배'가 덜 팔리게 되겠지요. 반대로 역시 마찬가지고요. 정부가 배를 집중 육성한다고 하더라도 배를 한 상자 소비하던 가정에서 두 상자를 소비하지는 않거든요. 아님 사과가 덜 팔리겠지요. 

심지어 연구기관에서 다수확 품종을 개발했다고 하면, '그 품목은 이제 가격이 떨어질 거'라고 자조 섞인 얘기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해결방안은 '수출'을 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는 거지요. 그중 한 가지가 '가공' 아닐까요? 물론 된장이나 사과잼도 한 달에 한 통을 소비하던 가정이 두배로 소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공이 하나의 돌파구이지요. 문제는 소비자들 맘 속에 중국산 치약과 마찬가지로  ‘저 속에 뭐가  들었을까?’라는 생각이 있지는 않을까요?


물론 가끔은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장 상황에서도 꿋꿋이 버텨 나가고 있는 분들을 접하게 됩니다. 이분들의 공통점은 맛이나 디자인이 압도적이기 보다는, 소비자의 신뢰와 자신만의 가치를 만들어 잘 전달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맛과 디자인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기본이지요. 


한편 100% 국산 원료에 맛과 디자인이 뛰어 남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분들이 '소비자는  바보!'라고 외치며 시장에서 장렬히 전사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봅니다. 신뢰를 못 얻기 때문이지요.


안 그렇다면 왜 '된장이나 고추장은 100% 우리 콩을 사용해 전통방식으로 발효한 것을 먹어야 한다' 면서도 마트의 플라스틱 통에 들어 있는 속성 배합식 장류에 손이 가는 걸까요? 


인터넷에 '된장' 두 글자만 입력해도  '100% 우리 콩' '전통 발효방식으로 3년간  숙성'의 멋진 도자기 항아리 모양 용기에 담긴 장류가 넘쳐 나지 않나요? 비단 가격이 비싸서 외면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8월에 우리 학생들과 해남에 갔을 때, 외양은 '솔찬히 거시기' 한데도 불구하고 비싼가격에 잘 팔리는 된장을 저도 구매한 적이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저 속에 뭐가  들었을까?’ 입니다. 그래서 신뢰가 중요한 거지요.


※ 일본의 6차 산업 자료를 정리하다 든 생각을 오늘의 도시락 정보로 몇 자 올려 보았습니다. 혹시 불쾌하게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면, 제가 특정 국가나 우리를 비하하고자 하는 의도는 일체 없이, 농산물 가공을 하시는 분들에게 좀 더 쉽게 예를 들자고 한 표현이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래는 일본의 6차 산업과 관련하여 정리 중인 내용 중 윗글과 관련되는 일부 내용입니다. 



~중략~ 일본의 경우는 사업자가  부착할 수 있는 6차 산업 인증마크는 없고 6차 산업 서포트센터에 비상근으로 등록되어 활동하는 플래너(분야별 전문가) 인증마크만 있다. 이 마크는 관련법 기본방침에 의거(농림수산성 고시 제607호) 특정 상품 등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엄격히 규제하고 있어 현장에서의 불만이 있다. 이러한 반응은 일본의 6차 산업 인증농가 방문 시 몇 군데에서 듣게 되었다. 한편 원재료의 형태가  확인되지 않는 가공제품의 특성 상, 대기업 브랜드가 아닌 개인이나 농기업 법인이 안고 있는 소비자 신뢰의 장벽 해소에는 정부 인증이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경우 사업자가 아닌, 6차 산업 플래너(분야별 전문가) 를 인증하는 마크


한편 작년에 우리과 학생들과 관동지방의 어느 6차 산업 인증 농가에 같을 때 그런 사실을 모르고 상품에 부착한 사례도 볼 수 있었다. 

플래너 마크를 상품에 붙인 관동지방의 어느 6차 산업 사업자가 만든 블루베리 잼

 

우리나라의 경우는 6차 산업 인증사업자로 선정된 경우는 농촌 융복합산업 인증사업자로 표기할 수 있는 마크가 부여되며 해당 마크는 사업장과 생산 및 가공한 제품뿐만 아니라 그 제품의 포장·용기·홍보물 등에 인증표시를 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다만 이 경우도 6차 산업 인증사업자가 생산하는 모든 것이 아니라, 6차 산업 상품으로 인증된 경우만  부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소비자 신뢰를  유지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따라서 인증마크 부착은 적극 활용하고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6차산업 인증사업자로 선정된 사업자가 상품등에 사용 할 수 있는 농촌융복합산업 인증사업자 마크



오늘 연구실로 배달 온 도시락은 새우연근 튀김, 닭고기, 표고당근찜, 가지무침, 달걀거시기, 단무지. 가격은 41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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