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은 미래고, 중장년은 현재다

실패하는 20대와 좌절하는 50대를 잇는 투트랙 농정

by 시골살이궁리소

27세 청년 A군은 2년 전, 부푼 꿈을 안고 귀농했습니다. 정부의 '청년창업농'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어, 3억 원에 달하는 융자를 연 1.5%의 저리로 대출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돈으로 최신식 스마트팜을 지었습니다. 월 100만 원 남짓한 정착 지원금도 나왔습니다. 하드웨어만 보면 성공은 따 놓은 당상 같았습니다.

하지만 A군은 지난달 짐을 쌌습니다. 실패의 원인은 '기술'도 '자본'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지독한 외로움'**과 **'관계의 실패'**였습니다.

우리 대학 산업체 전공 만학도 학생들과 2박 3일간의 합천 현장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 안. 눈보라가 몰아치는 창에 3일간의 일들이 비추어집니다. 어젯밤 우리 학생들과의 토론회에서 나눴던 이야기들이 무겁게 가슴을 짓눌렀습니다.

우리는 흔히 '청년농 육성'이 농촌의 유일한 살길이라 외칩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조금 다릅니다. 지금 우리 농촌에는 지원은 집중되었지만 정책을 나르는 혈관이 막혀 체한 청년과, 애당초 혈액 공급이 되지 않아 정책의 결핍으로 굶주린 중장년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여기, 우리가 직면한 두 가지 뼈아픈 현실을 가상의 사례로 재구성해 보았습니다.


사례 1. "돈은 있었지만, 사람은 없었습니다." (20대 청년 A군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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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세 청년 A군은 2년 전, 부푼 꿈을 안고 귀농했습니다. 정부의 '청년창업농'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어, 5억 원에 달하는 융자를 5년 거치 20년 장기 분할 상환의 연 1.5%의 저리로 대출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돈으로 최신식 스마트팜을 지었습니다. 월 100만 원 남짓한 정착 지원금도 나왔습니다. 하드웨어만 보면 성공은 따 놓은 당상 같았습니다.

하지만 A군은 지난달 짐을 쌌습니다. 실패의 원인은 '기술'도 '자본'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지독한 외로움'과 '관계의 실패'였습니다.

마을 어르신들과의 소통은 불통의 연속이었습니다. 농사일 틈틈이 닥치는 돌발 상황을 의논할 선배도, 퇴근 후 맥주 한 잔 기울일 친구도 없었습니다. 텅 빈 최첨단 온실 안에 홀로 남겨진 밤, A군은 작물이 병드는 속도보다 자신의 마음이 병드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원금은 고마웠지만... 외로움은 돈으로 해결이 안 되더라고요

결국 그는 빚더미를 안고 다시 도시로 떠났습니다.


사례 2. "의지는 있지만, 사다리가 없습니다." (50대 부부 B씨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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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52세 동갑내기 B씨 부부가 있습니다. 이들은 은퇴 자금과 살던 집을 정리해 마련한 돈으로 농지를 구입하고 작은 집을 지었습니다. 부부가 함께 노지에서 고추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뙤약볕 아래 누구보다 성실히 땀 흘렸지만,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여름 장마철마다 찾아오는 '역병'과 '탄저병'은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없었습니다.

여보, 우리도 비가림 하우스를 지읍시다

부부는 안정적인 수익을 위해 비닐하우스 시공을 알아보았습니다.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계산한 '생존을 위한 적정 규모'는 약 1,200평이었습니다.


※ 부부의 영농 계획

규모: 1,200평 (부부 2인이 감당 가능한 노동력의 한계)
예상 매출: 연간 1억 2천만 원 ~ 1억 5천만 원
목표 소득: 경영비를 제외한 순수익 연 6,000~8,000만 원

이 정도가 되어야 도시 근로자일 때의 소득을 대체하고, 막내의 대학 학비를 일부 지원하며, 퇴직금이 없는 자영농으로서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경제적 규모'가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견적서를 받아든 부부는 망연자실했습니다.

요즘 자재비와 인건비가 폭등해, 쓸만한 내재해형 단동 하우스를 짓는 데 평당 30만 원은 족히 든다는 것입니다. 1,200평 × 30만 원 = 3억 6,000만 원.

그런데 이미 땅 사고 빈집을 구입해 수리하는 데 평생 모은 돈을 다 썼습니다. "자재만 사서 우리가 직접 지으면 반값이라는데..." 남편이 말했지만, 아내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기후 위기로 태풍이 잦은데, 비전문가인 자신들이 지었다가 무너지면 재기 불능이기 때문입니다.


B씨가 하소연합니다.

"우리가 공짜 보조금을 달라는 게 아닙니다. 청년들처럼 장기 저리로 융자만 해줘도 좋겠습니다. 일반 대출 이자는 감당이 안 되고, 나이가 50이 넘었다고 청년 지원 정책에서는 다 탈락입니다. 기술도 있고, 일할 의지도 있는데... 돈줄이 말라 진퇴양난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가뭄의 단비 같은 '정책 융자' 딱 하나뿐입니다."


엔진과 차체의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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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례는 우리 정책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청년(2030)에게는 자본이라는 '엔진'을 달아주었지만, 그 엔진을 지탱할 경험과 관계라는 '차체'가 부족해 전복되었습니다.

반면, 중장년(4050)은 단단한 사회 경험과 의지라는 '차체'를 갖췄지만, 이를 굴릴 자본이라는 '엔진(연료)'을 공급받지 못해 멈춰 서 있습니다.


50대 부부에게 필요한 3억 6천만 원.

이것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그들이 도시 빈민으로 전락하지 않고 당당한 농촌의 경제 주체로 서기 위한 '생산 기반 투자금'입니다. 이들에게 저리 융자라는 사다리만 놓아준다면, 그들은 갚을 능력도, 성공할 확률도 청년보다 훨씬 높습니다.


두 날개로 날아오르는 농촌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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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번 현장 수업을 통해 '투트랙(Two-track) 농정'을 제안합니다.

청년들에게는 그들의 외로움을 다독여주고 마을에 융화시켜 줄 '이웃(4050 멘토)'이 필요합니다.


중장년들에게는 그들의 튼튼한 의지를 현실화시켜 줄 '금융 사다리(정책 자금)'가 필요합니다.


4050 세대가 튼튼하게 자리를 잡고 고추 농사로 수익을 내며 청년들을 품어줄 때, 비로소 청년들도 떠나지 않고 농촌에 뿌리내릴 수 있습니다.

청년은 미래고, 중장년은 현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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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가 무너지면 미래도 없습니다. 50대 부부의 한숨이 희망가로 바뀔 때, 대한민국 농촌의 소멸 시계도 멈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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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산업체 전공이란? (연암대학교 스마트원예계열 산업체 전공 기준)

대상: 고등학교 졸업(예정)자로서 산업체 근무 경력이 있거나 현재 재직 중인 자 (농업 경영체 등록 경영주 포함)


특징: 직장 생활이나 생업을 병행하는 학습자를 고려한 맞춤형 수업

금요일: 비대면(온라인) 수업
토요일: 직접 출석 대면 수업


입학 전형: 수능 성적 미반영 (서류 및 면접 선발)


비전: 정규 전문학사 학위 취득 및 전공심화과정(4년제 학사 학위) 연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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