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 산업 분야의 아무리 마셔도 배부르지 않는 공기. '그린 투어리즘'
농업생산의 한계에 대응하여 생산과 가공, 체험, 판매의 융․복합이라는 개념으로 전개되는 6차 산업의 전개. 하지만 천안배를 집중 육성하면 나주배가 덜 팔린다. 반대로 역시 마찬가지. 또는 사과가 덜 팔린다. 농업분야에서 1차 산업은 한쪽의 이득과 다른 쪽의 손실을 더하면 제로가 되는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의 측면이 강하다.
그런 점에서 가공 역시 한계는 있다. 물론 콩으로 된장을 만들거나 두유도 만들 수 있고 유바와 같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도 있다. 하지만 된장 역시 두 배로 먹지는 않는다.
반면, 농촌체험은 아무리 마셔도 배부르지 않는 공기와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 '농촌다움'이 유지되는 스테이지(농촌공간)
♧'생각'있는 대본(프로그램)
♧ '역량'있는 PD(농업인)가 필요하다.
☞그래야 끊임없이 관객(도시민)이 찾아온다.
이른바 OECD 발표의 경제지표면에서의 베스트 50의 반대쪽 모습인 워스트 50에서 보여주는 아수라백작의 얼굴은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은 우리 사회의 회색빛 그늘.
콘크리트 재질의 사각형 회색빛 그늘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은 곡선과 녹색의 자연공간 농촌이다.
한편 도시산업 사회에 지친 수많은 사람들이 유례없는 행렬을 지어 농촌으로 향하고 있지만 도시민의 2명 중 1명이 언젠가 농촌으로 가서 살고 싶다는 조사 결과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인원이다.
누구나 생각은 할 수 있지만 실행은 어려운 것이 시골살이. 게다가 성공적인 정착은 그것보다 몇 배나 어렵다. 이제 한 편에서의 농촌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더 이상의 귀농은 서로 어려워질 뿐이다! 도시에서 열심히 일하고 가끔 농촌을 찾아 자연과 공기와 흙을 만지면 되지 않겠는가'
공무원 출신으로 20여 년간 마을의 그린투어리즘 선봉에 서서 농촌의 소중함과 가치를 말하는 에히메현 우치코쬬에 살고 있는 모리나가 씨를 찾아 그의 생각과 현장을 살펴보고 왔다.
○주소 : 愛媛県内子町五百木636 (시코쿠 지역 에히메현 우치코쬬)
○홈페이지 : http://www.dokidoki.ne.jp/home2/kokuriko
○전화 : 0893-44-2079
※Inn [客店, lodging place] : 충분하지는 않지만 여행자들이 잠시 들러 밤을 지낼 수 있었던 간이 숙소.
※Raum : 공간, 장소, 틈
○우치코쬬는 에히메 현의 대략 중앙부이며 県都인 마쓰야마市로부터 남남서쪽 약 40Km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면적은 299.43 km2이며 동서 30.0km, 남북 17.9km의 크기이다. 2005년도에 인근 이카자키와 코다라고 하는 두 개의 쬬(町)가 합병된 인구 18,000여명의 작은 도시이다.
○에콜로지 타운을 캐치프레이즈로 농촌 경관 보전이나 농산물 직거래, 농촌 민박, 그린 투어리즘 등에 힘쓰고 있다.
○유입인구를 받아들여 1차 산업을 활성화하자는데 마을 사람들이 공감하고 적극 노력 중인 일본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마을이다.
○모리나가 테루히로 (72세), 레이코 씨 부부
- Farm inn KOKURIKO의 주인
-모리나가 씨는 이 지역의 퇴직 공무원(副町長) 출신이다. 그는 단순한 민박을 통한 농외소득만이 아닌,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을 소명으로 여기고, 자신의 집을 마을 커뮤니티 센터로 설계하여 짓고, 지난 20년 간 마을 가꾸기 활동을 해오고 있다.
- 그는 어느 철학자의 말을 인용해 자신이 생각하는 농업과 농촌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아무리 세상이 변화해 간다 해도 예부터 끊이지 않았던 것은 앞으로도 남아 있을 것이다'
♧첫째. 농업을 중심으로 하는 제1차 산업 (농업은 가장 오래된 미래)이다. 농업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멸망할 것이다.
♧둘째. 땅을 가꾸는 사람은 멸망하지 않고, 땅위에 서있는 사람은 쓰러지지 않는다.
♧셋째. 지금까지 수작업으로 해 왔던 것들은 미래에도 남아 있을 것이다. 농사일이 그렇다.
♧넷째. 가정, 마을, 지역, 국가에서의 커뮤니티가 활발하지 않으면 죽은 사회가 된다.
♧다섯째. 문화를 소중히 하지 않는 마을은 쇠퇴해져 갈 것이다.
○마치 숲 속에 들어와 있는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이다. 본인이 직접 구상한 것인가?
- 오스트리아나 프랑스를 다녀 보며 어떤 집을 지을 것인가를 궁리했다. 집을 지을 때, 작은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기준으로 했다. 멋지거나 돈이 되는 나무를 심지 않고, 작지만 생태계를 구현할 수 있는 집을 짓기로 했다.
- 나무는 낙엽활엽수를 선택해 여름에는 사람과 음지식물에게 따가운 햇빛을 가려주고, 겨울에는 낙엽이 져 황량 해 보일 수는 있지만 집안과 잡목에 따뜻한 햇살이 들도록 설계했다.
[1995년에 우치꼬쬬의 「아름다운 경관 건축물 디자인상」을 받기도 한 건물로 본관과 숙박동이 구름다리로만 연결된 분리 동이다. 게스트 하우스는 각 층이 분리되어 외벽의 철제 계단으로 오르는 2개 동으로 구성]
○일반 농가주택과는 다르게 느껴지는데 구조이다.
- 마을에 활력이 생기기 위해서는 서로 모여 대화를 나누고, 공부하고 즐기는 커뮤니티 장소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1층에 큰 창이 있는 거실에서는 창밖의 다양한 생물이나 나무를 관망하면서 지역에서 생산한 채소를 중심으로 한 식사를 하거나 담소를 나눌 수 있다.
○주로 어떤 커뮤니티 활동이 이루어지는가?
- 마을의 관심사나 취미에 대한 주제별 공부모임인 연구회, 작가를 초청해 낭독회, 절기별 행사에 맞는 이벤트, 마을 사람들이 각자 연주할 수 있는 악기를 가져와 연주회를 열기도 하고 결혼식을 하기도 한다. 마을 내부뿐만이 아니고, 인근 지역이나 도회지 사람들과의 교류와 소통의 장이기도 하다.
○어떤 의미에서 이런 공간을 만들게 되었는가?
- 2층을 작은 갤러리로 꾸몄다. 도자기를 중심으로 마을 사람들이 그린 그림이나 예전의 물건들을 전시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에게 우리 마을의 역사를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고, 특히 젊은 사람들로부터는 농촌의 옛날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게 되어 좋다는 반응이 높다.
- TV나 박물관 등에서 보아 온 것일 수 있지만, 숙박을 하러 온 마을에서 느긋하게 이런 것들을 접하게 되면 느낌이 다를 수 있다. 농부들이 자연환경에 순응하며, 때로는 맞서기도 하며 힘겹게 먹을거리를 만들어 냈던 이야기에는 숙연해 지기도 한다.
- 이후의 식사시간이 다소 경건해 지기도 한다. 웃음 ^ ^ 참고로 마을 사람들이 그린 그림이나 소품은 1층에서 판매도 한다.
○직접 체험을 해보니 재미도 있지만, 날씨가 추울 때는 불편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 그 점이 이 가마솥 체험에서 얻을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 처음에는 다들 재미있어 하지만 사실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가정에서는 꼭지만 틀면 언제든지 더운물이 콸콸 나오고 사용 후에는 어린아이라도 마개를 빼면 사용한 물이 단번에 빠져 나가도록 편리하게 되어있다.
- 우리는 어느덧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여기 와서 이런 체험을 해 보면 자신이 얼마나 부모님 덕분에 편안한 생활을 누리고 있는지 얘기를 안해도 알게 된다.
○식사를 아주 맛있게 했다. 식재료는 전부 직접 농사지은 것인가?
- 직접 농사를 짓고 있다. 요리는 아내가 담당하고 나는 농사일과 정원관리 그리고 마을일이나 체험 숙박객 안내가 임무다. 주 작물은 벼농사이다. 벼 품종으로 우리 지역에는 '니꼬마루'라는 품종이 제 맛을 낸다. 나머지 고구마라든지 채소도 일부 재배하고 있지만, 다양한 채소나 치즈, 계란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부분 마을 농가로부터 농산물을 받고 있다.
- 우리 집뿐만이 아니고 마을에서 그린투어리즘을 하는 농가 대부분이 그렇게 하기 때문에 숙박동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다양한 형태로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 밥 맛이 하도 좋길래, '밥맛이 이보다 더 좋을 필요까지는 없겠다' 고 했더니 아침에 나설 때, 자신이 재배한 쌀을 한 봉지 안겨준다. 농촌의 인심은 어딜 가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오늘 낮에는 현재 살고 있는 후쿠오카 지역 특산인 명란젓이라도 보내야겠다.
채소를 주재료로 한 저녁과 아침 메뉴. 참고로 1박 2식에 1인당 성인 8,500엔 (약 85,000원)으로 보통의 농가에 비하면 1,000~2,000엔 정도 높은 편이나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모리나가씨의 집 근처 논과 그가 올해 새롭게 시도해 봤다는 고시히까리 쌀]
○수벽이 단순한 담장 이상의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그렇다. 이 집의 부지는 도로변에 접한 밋밋한 밭이었는데, 높이가 서로 다른 여러 수종의 수벽(樹壁; tree screen)을 만들어 자연스럽게 숲의 운치와 함께 방음, 방풍까지를 고려해서 식재했다. 도로의 자동차 달리는 소리에 대한 방음벽 역할과 함께 건물을 가려주고, 집안을 숲처럼 아늑하게 한다. 그래서 수벽에 대한 부분은 크레인이 있는 조경업자가 와서 관리할 정도로 수직적이고 높다.
3가지 이상의 관목과 교목을 식재. 좌측 사진의 교목은 정원 내에 자연스럽게 심긴 낙엽활엽수의 모습. 경관이나 입지가 불리한 부지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좋아 보인다.
○마을의 연령별 인적 구성은 어느 정도인가.
- 60세 이하가 3할 정도에 불과하다. 현재 농촌에 젊은 사람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점은 충분히 이야기들을 하고 있으니 다른 시각에서 한마디 할 까 한다. 보통은 고령화로 마을의 활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나이 든 사람들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마을의 활력이 달라지기도 한다. 고령자는 연금 등으로 생활이 안정되어 있으므로 시간을 낼 수도 있고, 주로 지역 내에서 소비도 한다. 고령자가 활동을 하는 마을은 이들의 지혜가 모여 방향성 제시와 구심점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 마을은 그린투어리즘이 활성화되어 동경을 비롯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데 이 중에는 우리 마을에 정착할 의도를 가지고 살펴도 볼 겸 체험객으로 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마을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 주려고 노력한다. 참고로 오늘 저녁 식사에 나온 치즈는 몇년 전에 우리 집에 체험객으로 왔다가 이 마을로 귀농한 사람이 생산한 것이다. 꼭 자손들이 아니더라도 마을에 융화할 수 있고 농업에 애착이 있는 젊은이라면 마을로서는 대환영이다. 최근의 젊은 귀농인에 대한 대한 정부지원이 생기면서 문의가 많은 편이다.
○도시민에게 농촌을 이해하라는 얘기는 많다. 농촌에 이미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 외부에서 오는 사람들을 통해 자신(마을)을 비춰보는 거울로 삼아야 한다. 20년째 이런 활동을 하고 있지만, 오는 손님들을 통해 매번 배우며 원점을 생각하게 된다. 농촌은 농업인뿐만이 아니고, 모두를 위해서 중요하다. 왜 농촌이 중요하지를 알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그린투어리즘 이라고 생각한다. 직접 와서 보고 느끼는 것만큼 설득력을 갖는 것은 없다. 더불어 지역민 (농업인)은 책임과 의무에 대해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왜 농업과 농촌을 다른 직업을 가진, 농촌이 아닌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같이 지켜줘야 하는지를 공감할 수 있게 해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그것을 잃어버리면 외면받게 될 것이다. 도시민이 농촌에 와서 농촌의 소중함과 리프레쉬를 통해 다시 도시로 돌아가 열심히 일하고 다시 찾아오는 순환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는 평생의 과제가 될 것 같다.
○젊은이가 떠나지 않고 돌아오는 농촌이 되려면?
- 농촌생활도 마찬가지로 먹고, 자고, 배우고, 즐기며 노후가 보장되는 생활이 가능해야 한다. 농작업이 힘든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이러한 기본적인 것들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불안을 해소해 주지 않는 한 젊은이가 농촌에 남아있기를 바랄 수는 없다. 일본 정부에서는 6차 산업 등의 정책을 펴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농가에 소득이 보전되는 궁리를 해야 한다.
○어떤 생각으로 마을지킴이 역할을 자임하고 나서게 되었나?
- 풍요다. 우리들에게 풍요롭고 수준 높은 생활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시간을 돈으로 사던 시대는 지났다. 돈은 마음의 양식을 얻기 위해 쓰여지는 시대가 되었다.
- 풍요의 원점은 흙과 어울려 땀을 흘리는 것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느린 세월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오랜 풍상을 견뎌온 농촌 사람들의 삶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마음의 풍요를 얻는 계기를 찾을 수 있다.
- 농촌체험을 통해 스스로 인간성을 회복하는 것. 이것이 "그린 투어리즘"의 주제라고 생각한다. 우리 마을이 도시민들에게는 보다 마음의 풍요로움을 제공하고 농촌은 우리들 마음속에 더욱 반짝이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 우리 마을이 도시민들에게는 보다 마음이 풍요로운 생활을 제공하고, 농촌 그리고 농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들로부터 더욱 존재가치를 인정받는 시대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우리 집이나 마을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거울삼아 나와 우리의 모습을 비추어 늘 반성하고 원점을 생각하며 한발 한발 내디뎌 가고 있다.
○외부시설 영상 https://youtu.be/lKrUSSHcQqI
○내부 시설과 음식 영상 https://youtu.be/TN5BRqn63tc
▣ 문의
○ 채상헌 교수
- 농림축산식품부 6차 산업 우수제품 판로지원 중앙단위 유통전문가
- 농림축산식품부 정책연구용역심의 농정 소위 (위원)
- 천안연암대학 교수 (시골살이궁리소장)
- http://sigolsari.yo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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