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전 마을 빈집 등서 먼저 살아보고 결정
귀농·귀촌할 때 가장 고민되는 것 중 하나는 살 집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고향의 옛집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아니라면 헌 집을 사서 고쳐 쓰거나 땅을 사서 직접 집을 짓는 방법, 또는 정부나 지자체의 단지형 전원주택을 놓고 고민하게 됩니다. 살 집을 마련하는 다양한 방법을 알아봅니다.
답:기존의 농가주택을 구입하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대부분 전기·전화·수도 등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으니까요. 또 토지를 매입해 집을 신축할 때 필요한 농지전용이나 건축허가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됩니다.
계약 즉시 입주가 가능하다시피 하므로 살면서 용도에 맞게 천천히 고치면 되고, 지자체의 빈집수리비도 일부 보조받을 수 있습니다. 비용이나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방법입니다.
단점이라고 한다면 화장실이나 주방 등이 대부분 재래식이고 천장이 낮아 불편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농가주택을 구입할 때는 리모델링을 하면 되는 수준인지, 허물고 새로 신축해야 하는 수준인지를 잘 검토해봐야 합니다. 조금씩 수리하다 보면 결국 비용은 신축 수준으로 늘어나고, 집은 오히려 누더기처럼 되어버릴 수 있습니다.
답:집을 짓는 것은 1년 정도 빈집 등을 이용해 살아본 뒤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귀농인 A씨는 부동산 등을 통해 마을에서 약간 떨어진 큰길 옆의 좋은 땅을 아주 싼값에 매입해 집을 짓고 입주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집을 지은 곳이 예전에 마을 상엿집 터라는 것을 알고 황당했다고 합니다. 1년 정도만 마을에서 지냈다면 충분히 알고도 남을 일이었지만 낯선 사람에게 그런 얘기를 해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농가주택을 신축할 경우에는 가급적 여러 집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좋습니다. 무조건 집을 크게 짓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집은 작게 짓는 것이 더 효율적입니다. 본채는 부부가 살 정도로 작게 짓고 나중에 천천히 별채를 짓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요. 집이 크면 건축비는 물론 난방비 등 유지관리비가 많이 들고 그만큼 스트레스도 커집니다. 또 자식들이 와서 지낼 때에도 따로 떨어진 별채가 훨씬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답:전원주택단지의 장점은 도시 못지않은 기반시설을 갖춘데다 비슷한 환경의 이웃이 있어 정서적 편안함을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동호인이나 동창끼리의 공동 귀촌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런 경우 기존의 마을에서는 공간을 구하기도 어렵고 생활문화도 다르기 때문에 전원주택단지를 활용하면 도움이 됩니다.
다만 전원주택단지에 살게 되면 기존 마을 주민들과 위화감이 생길 수 있습니다. 농사를 짓는다면 품앗이를 하거나 농기계를 나눠 쓰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 민간업체들이 주도하는 전원주택단지의 경우 업체의 부실로 인한 도산이나 공사 지연, 토지 전매 등의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이 같은 피해를 막으려면 정부나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농어촌 뉴타운 사업’이나 ‘전원마을 사업’에 참여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귀농인을 대상으로 하는 농어촌 뉴타운은 전국에 5곳이 조성돼 입주를 마친 상태이며, 귀촌인을 대상으로 하는 전원마을은 2014년 현재 160지구가 완료되었거나 추진 중입니다.
채상헌<시골살이궁리所 대표·천안연암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