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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살이궁리소 May 09. 2016

바람결 雪燈 물결에 여행자 맘도 출렁

지역축제는 지역을 아끼는 지역 사람들의 '마음 모음' 에서 부터

땅거미가 내려앉기 시작하자 옛 철길 골목은 눈 속에 흔들리는 촛불로 장관을 이룬다.


불빛 사이를 걷는 가족이나 연인, 생각에 잠긴 듯 말없이 걷다 서다를 반복하는 행인들을 따뜻하게 보듬는 설등의 물결.


지난 2월 '오타루 설등로 Otaru Snow Light Path'를 참관하기 위해 오타루를 방문했다.

제 18회 오타루 설등로 Otaru Snow Light Path

【개 요

오타루 설등로 축제란?

오타루 설등로 축제는 자원봉사자들이 눈을 이용해 일일이 각종 설등(Snow candle)이나 오브제(objet)를 만들고 그 속에 양초를 밝혀 구 철길이었던 마을의 골목길을 밝히는 소박한 축제.


소박하다고는 하지만 어느덧 18회를 맞이하는데 현재는 국내는 물론 해외 관광객들의 방문이 폭증해 기간 중에는 호텔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마을 만들기 부문 내각 총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탄광산업 몰락으로 사람도 기차도 떠나 페선된 철길 자리에 다시 피는 따뜻한 온기


오타루 설등로가 추구하는 정신

북해도 개척의 창구 역할을 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으나 계획도시 삿포로에 밀려 변두리 항구마을로 전락한 오타루市.


한때 물고기 잡는 어구 생산과 탄광촌 길목으로 번성했으나 플라스틱의 출현과 석탄산업의 몰락으로 작은 운하와 페선철도만 덩그러니 남았다.


엄동설한의 인적 드문 마을 한 구석의 운하와 철로 사이사이에 물고기 잡던 어구와 눈으로 설등을 만들고 그 속에 양초를 넣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들의 마음은,


「서로 지키자、서로 이웃하자、서로 인사를 나누자」


이제 이들은 마을 사람들 뿐만이 아니고 흔들리는 작은 등불을 통해 이 메시지를 자신을 양초처럼 태우며 살고 있는 세상 사람들을 향해 발신하고 있다.

서로 지키자、서로 이웃하자、서로 인사를 나누자


이벤트 콘셉트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 무언가를 소중히

오랜 세월 격동의 시대에 휩쓸리면서도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되는「뭔가」가  '오타루 설등로 축제'의 감동의 원점.

새로 나게 하소서


역 발상. 직진만 할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춰 서는 것도 필요

고도 경제 성장 시기 '꺼지는 도시"로 불리며 침체된 오타루. 그러나 '오타루 설등로'는 산업화가 버린 자리에 우연히 남겨진 거리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더욱 감동을 주는 장소가 되었다.

하얀 눈 속에서 따스한 불빛의 소리가 말한다. '멈추면 보인다'


촛불 담은 설등 하나에서「누군가의 손길 스민」의 따뜻함이

개최 초기부터 "삿포로 눈 축제"와는 대조적으로 '참가형' '손 작품'을 고집해 왔다. 행사기간 중 총 12만 개의 소박한 촛불의 불빛이 오타루의 밤을 비춰 준다.


마을단체, 시민 봉사 활동, 각종 단체와 한국·중국에서 총 66명 해외 봉사 활동을 맞아 이들 자원봉사자들의「손길 스민 따뜻함」이 축제를 유지한다.

녹아내린 설등을 매 만지는 자원봉사자의 손길

자원 봉사자의 눈에 보이지 않는 노력이 축제의 원동력

연인원 2,000명을 넘는 자원봉사 요원은 설국의 자연을 맨 몸으로 마주한다.


뼛속 깊이 스미는 혹한 속에서의 작업. 수시로 다가오는 예측할 수 없는 눈보라에 맞서 스스로 제설할 수밖에 없다.


행사 기간 동안 매일 한 개 한 개의 양초를 갈아 넣고 불을 켜고 꺼지면 다시 하나하나 손으로 켜는 작업.


한편으로는 이 경험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의 공유', '우정' 이 스태프 사이에 싹트기도 한다.

행사장에서 만난 한국(좌)과 중국(우)에서 온 자원봉사자 그룹


겨울철 명물로 자리 잡은 '오타루 설등로' 그 다음에 목표로 하는 것.

 '오타루 설등로'. 일본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삿포로 눈 축제"에 이어 북해도 겨울의 명물로 자림매김.


그들은 북해도 겨울의 혹한과 공존하는 사람들의 지혜, 혹한지 특유의 광경, 수제품만의 인정미 넘치는 만남 등 지역성, 사람과의 만남, 자연과의 공존을 테마로 매년 성장해 왔다. 이들이 앞으로 지향하는 것은,


지역에서 지구로.


지역 경제, 세계 평화, 지구 환경을 비롯한 우리가 나아갈 미래에 희망을 밝히는 계기로  

개척시대 세상의 문물이 들어오는 역할을 했던 이 운하을 통해 세계로 발신하고 싶은 것

【마을 축제의 핵심 자원봉사자

오타루 설등로에서 자원봉사란?

집행본부의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자원봉사자가 있어 이 행사가 가능하고 이들의 「손길 스민 따뜻함」을 통해 '오타루 설등로'의 의미가 살아난다고 말한다.


설등이나 작품의 제작, 보수

 양동이와 삽 등을 이용하여 설등이나  오브제를 만든다. 각 현장에는 담당자가 배치되어 초보자를 지도하기도 한다.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내던 작품들도 날이 새면 녹아 버리기도 한다

양동이에 눈을 채워 넣고 한 가운데에 양초가 들어갈 자리를 만들고 뒤집어 양동이를 빼내기만 하면 되는데, 익숙해지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업이지만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인근 지역의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양동이를 이용하여 설등을 보수하거나 새로 만들고 있다


촛불 점화, 회수 

이벤트가 시작되는 17시에 맞추어 약 15분 전부터 설등에 불을 켜기 시작한다. 행사 중에도 수시로 다니며 재점 등하거나 초를 갈아 넣는다. 행사가 끝나는 21시가 되면 모든 촛불을 끄는 것도 이들의 역할

꺼진 양초에 다시 불을 붙여 넣는 자원봉사자


메시지(message) 양초 등 판매

고객에게 종이컵과 펜을 주고 소원을 적도록 안내. 그 종이컵에 촛불을 넣고 이벤트장 내부를 들고 다니는 것이 '메시지 양초' 이 메시지 양초를 장내의 눈 위에서 올려놓음으로써 참가자들도 '오타루 설등로'만들기에 참여하게 된다. 1개 100엔으로 축제의 주요한 수입원이기도 하다.


관광객의 카메라 사진 찍어주기 또는 노약자, 장애우 도우미 봉사

적극적으로 나서 관광객의 카메라 사진을 찍어 주거나 노약자나 장애우를 돕는 것도 봉사자들의 역할.     


미끄럼 방지 모래 뿌리기 작업

눈이 내리지 않는 국가에서도 관광객이 많이 찾는데 이런 경우는 겨울 신발이지 않아 미끄럼 방지를 위한 모래 뿌리기는 필수.


행사장 내에 설치된 상자에서 페트병에 든 모래를 꺼내어 미끄러운 곳에 뿌리는 일. 이벤트 장 뿐만이 아니고 이벤트장 까지 오는 길가 까지가 대상이다.

까만 것이 미끄럼 방지용 모래.  까만색 모래라 식별이 쉽다


타다 남은 양초의 재생 작업 

전부 타지 않고 바람이나 젖어서 꺼진 양초는 심지를 깎아 재사용한다.

대학생 봉사잔 2진이 도착하고 있다. 행사장 뿐만이 아니고 행사 준비실에서의 잡무도 이들의 역할

관광객 수 조사 및 안내 책자 배포

행사장 관람 인원을 세는 일이나 안내 책자를 배포하는 것도 봉사자들의 임무다.           

       


【인터뷰

집행본부에 파견 나와 있는 오타루市 공무원 신보 미츠히로 주사

질문 : 지역민들의 호응은 어떠한가?

답변 : 18년 전 마을을 활성화하겠다고 나선 것은 주민들이었다. 행정은 한 발짝 뒤에 서 최소한의 협조를 할 뿐이다.


질문 : 최소한의 협조라 함은?

답변 : 보시다시피 설등로 이벤트장은 입장료도 받지 않고 물건도 팔지 않는다. 물론 별도의 시설이나 설비를 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비용이 발생하지도 않는다. 행정에서는 도로의 제설이라든가 안전 등의 지원이다.


※ 하지만 다른 경로를 통해 확인해 보니 지자체에서 행사 관련한 보조금은 물론, 행사기간 중 공무원의 상주라든지 관내 기관의 협조 유지 등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은 되었다.


질문 : 하지만 호텔이나 음식점, 카페, 선물 가게 등은 상당한 이익을 보고 있는 것 같은데 이익의 순환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답변 : 그렇다. 아무리 설비나 시설을 하지 않고 자원봉사 중심으로 한다고 해도 여러 가지 비용이 발생하고 주민들은 불편을 겪기도 한다.

오타루시 상공회의소에서는 '오타루 설등로' 이벤트를 통해 이익을 얻는 주체들로부터 상당한 금액을 기부받아 '오타루 설등로' 행사비나 기타 비용을 충당한다. 자견에도 700여 개소의 크고 작은 업체가 협찬을 했다.

'오타루 설등로' 공식 브로셔에 소개된 관내 협찬 업체 명단

 

질문 : 협찬이란 기부금을 말하는가?

답변 : 그렇다. 기부금 이외에도 자신들으 사업장이나 주변에 설등을 만들어 매일 바꿔 놓는 등 협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오타루 설등로' 이벤트가 이 정도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취재를 끝내고 호텔로 돌아 오는 길.  직원이 호텔 현관 앞의 설등 초를 갈아 끼우고 있다

학생들과 자원봉사 활동중인 지역 소재 대학의 키타고 히로미 지역사회학과 교수

질문 : 지역과 함께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답변 : 지역에 있는 대학의 중요한 소명 중의 하나가 지역과 함께이다. 지역을 사랑하고 지역민들과 호흡하는 대학이 지역에서 사랑받는다.  


질문 : 학생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답변 : 사람마다 차이가 있어 내켜하지 않는 경우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그런 학생도 현장에서 활동을 해보면 대부분 오기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더불어 살고, 도우며 살고, 나누며 사는 것은 오히려 요즘 젊은이들이 더 잘 받아들이는 가치이지 않나 싶다. 분명 학생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멀리 교토에서 봉사활동으로 찾은 교토여자대학 3학년 후지와라 유카코

질문 : 비행기를 타고 와야 하는 거리인데?

답변 : 북해도를 꼭 와보고 싶었다. 봉사도 할 수 있고 북해도를 여행할 수도 있어서 너무 좋다. 우리 지역에서는 이렇게 많은 눈을 구경할 수도 없고 특히 한국이나 중국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어서 좋았다.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질문 : 이번 말고도 지역 봉사 활동 경험이 있는가?

답변 : 대학에서 단체로 하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에 혼자서도 참가할 수 있는 자신이 있었던 것 같다.


마을 인근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후쿠다 세이치

질문 : 소감은?

답변 : 친구들과 참여하고 있는데, 힘들기는 하지만 재미도 있고 우리 지역에 대한 애착과 프라이드가 커진 느낌이다.


학과수업의 일환으로 당일 단체 참가 하고 있는 학생들. 대학에서 차량제공등의 편의는 제공하며 점심 도시락은 각자 준비

질문 : 행사 기간 중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

답변 : 다소 유동적이지만 기본적으로 매일의 일과는 아래와 같이 정해져 있다.

- 9:30 기상, 아침 식사 준비

- 11:30 숙소 출발(시내버스, 점심)

- 13:00 조형물 제작·관리, 촛불 점등

- 18:00 저녁

- 19:00 관광 후 촛불 소등·회수

- 21:30 회의장 출발(셔틀버스), 목욕 등

- 23:00 한중일 자원 봉사자 교류회

- 2:00 취침


질문 : 참가자의 대상은 어떻게 되나?

답변 : 내국인은 18세 이상 대학생·대학원생·단기 대학생·전문 학생이다. 지역 활동에 흥미가 있는 사람, 한국이나 중국 대학생과의 교류에 관심이 있는 사람, 설국을 체험하고 싶은 사람, 방학 중 특별한 일을 해보고 싶은 사람, 이벤트를 좋아하는 사람 등 다양한 목적으로 참가한다.


외국인 학생은 왕복 항공료는 자부담이지만 숙소 제공이나 식사 등의 편의가 일부 제공되므로 오전이나 18시 이후는 자유시간을 보낼 수 있어 반응이 좋은 편이다.


질문 : 모집시기는 언제인가?

답변 : 학생 자원 봉사자 합숙의 모집은 매년 11월경부터 하는데 모집 방법 등 자세한 정보는 정해지는 대로 이 HP나 페이스북에 공지한다.     


【동영상

https://youtu.be/D3yaKtokiTA



【위치

북해도의 수도 삿포로시에서 직통 전철로 약 32분 거리에 있는 도시로 포도 생산과 와이너리로 유명한 곳이다.


▣ 문의

 ○ 채상헌

- 연암대학교 교수 (친환경원예계열 농산업창업전공 / 시골살이궁리소장)

- http://sigolsari.yonam.ac.kr  

- ka50@naver.com


#‎자세한‬ 내용은 농림축산식품부 6차 산업 홈페이지 자료실에 다운 받을 수 있는 형태로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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