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골살이궁리소 May 13. 2016

정확한 농촌체험

서툴고 느슨한 준비와 시골은 원래 그런 것은 다른  의미

기대보다 2% 더 채워 주는 것에서 감동. 그러기 위해서는 남다른 궁리와 철저한 준비 


가르치는 사람의 기술이나 경험뿐만이 아니라 체험객의 협조와 매너도 중요


'일본 다움', '지역 다움', '농촌다움'을 잘 보존하고 매 만지는 것이 외국인 관광객 유치의 비결


지난 1월 하순 어느 날 눈보라를 뚫고 찾은 곳은 후쿠오카 북부의 치쿠죠 마을. 오늘은 소바(메밀국수) 만들기 체험이 있는 날로 후쿠오카현 농업국의 추천으로 도시민 농촌체험 현장을 방문했다.

치쿠죠 소바 만들기 체험 교실

체험행사가 열리는 곳은 치쿠죠 소학교의 분교. 안타깝게도 이 마을 역시 과소화가 진행되면서 본교 ~ 분교 ~ 폐교 ~ 농촌체험장으로 변해 온 자리이다. 농촌체험장도 좋지만 농촌을 위해서라면 젊은 사람이 늘어 폐교가 안되어야 할 일이다.

체험장이 된 치쿠죠 소학교의 분교

체험은 교실에서 진행되었는데 건물 전체가 리모델링되거나 하지는 않고, 교실 몇 개만 깨끗이 정리정돈되어 있는 상태였다. 잠시 분위기에 익숙해지자 '시골학교 다움'이 느껴지며 오히려 현대식으로 리모델링한 것보다는 더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


테이블 위에는 소바 체험을 하기 위해 1인 1세트씩 동일한 도구가 가지런히 준비되어 있다. 사전 예약에 의해 2인 1세트로 이용할 수 있지만 비용은 1.5 인분이 된다.     

체험에 필요한 도구가 1인 1세트씩 가지런히 준비

시골이라서 '이것은 없고', '전부는 없으니 일부는 그냥 이런 식으로'라든지, '운에 따라 도구가 결정'되거나 하면 사람에 따라서는 모처럼의 농촌체험이 기분이 상하게 될 수도 있다.

도구는 동일한 것으로 제자리에 빠짐없이 준비되어 있다

반죽을 위해 준비된 물을 담은 요리용 비이커와 계량용 저울. 적당하게 넣으라는 것이야말로 프로 중의 프로에게나 가능한 것.


초보자에게 가르쳐 줄 때는 정확하게 가르쳐 주고 나서 본인이 응용할 수 있도록 해야 제대로 배울 수 있다.

물 등 액체를 잴 수 있는 계량용 비이커(좌)와 소바가루 등을 잴 수 있는 저울이 준비되어 있다

칠판에는 소바 만들기 순서가 미리 정리되어 있다.

칠판에 적혀 있는 소바 만들기 순서. 미리 준비해 놓는다.

집에 돌아가서 직접 만들 수 있도록 각 단계마다 만드는 방법과 순서를 사진을 넣어 제작한 유인물을 제공해 준다.


현장에서 한 번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이 매뉴얼과 도구만 있다면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단계별 방법과 순서가 사진과 함께 잘 정리 된 유인물을 가져갈 수있 도록 나눠준다
완성까지의 30단계의 장면이 잘 설명 되어 있다.

체험지도사인 토리카이 히로미츠 씨(남 58세)는 인근 마을의 일반인이다.


소바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체험객이나 체험지도사의 목표인 만큼 집에 돌아가서도 혼자 만들 수 있도록 꼼꼼히 가르쳐 주고 있다.


사실 나의 목적은 취재하러 온 것이므로 인터뷰를 해야 하는데 소바 연수생으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식으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ㅎㅎ

체험 지도사 토리카이 히로미츠씨(좌)와 필자(우)

반죽을 말아 칼로 자른 길이가 일정하기 위해서는 둥근 모양의 반죽을 네모로 만들어야 하는데 정해진 방법이 있다.


워낙 소바를 즐기는 사람들이라서 참가자들도 학교에서 해 보거나 TV 등에서도 보아서 아는 눈치인데, 아는 척을 안 하고 '오! 그렇게 하는 거냐?'며 연신 추임새를 넣자 체험지도사는 더욱 신이 난다.


현장 체험은 가르치는 사람의 기술이나 경험뿐만이 아니라 체험객의 협조와 매너도 중요하다.    

이날 소바만들기에는 아동 보다는 은퇴한 연령대가 많았다

한 시간 배워 이 정도면 저도 소바집 내도 되겠지요 ^^

 https://youtu.be/9T-LRRVO2BA

 https://youtu.be/Aw0uJXQWw5w


페이스북 등을 통해 체험객을 모집하는 포스터. 체험비는 1인당 2,000엔 (약 2만 원)이고 앞치마, 손 타월, 두건은 각자 준비해 가야 한다.


특히 시작하는 시간과 끝나는 시간이 자로 잰 듯 정확해 체험객의 일정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만들기 도구와 지도를 고려하여 1회 체험객은 10명 한정이다.

체험비는 1인당 2,000엔 (약 2만 원)이고 앞치마, 손 타월, 두건은 각자 준비해 가야 한다

소바 만들기가 끝나면 주방으로 만들어진 옆 교실로 옮겨가 소바를 삶아 먹으며 만들 때의 무용담을 나누거나 마을 사람들과 담소하며 먹는 시간을 갖는다. 나머지는 각자 포장하여 집으로 가져갈 수 있게 한다. 가져가는 양은 플라스틱 도시락 3팩(6인 분)이다.

방금 삶아 낸 소바국수 모양
여럿이 모여 앉아 직접 만들고 끓인 소바를 먹는 시간을 갖는다

【인터뷰

체험마을 사무장 후나키 요우코씨 (여 47세)

질문 : 현재 마을에서 맡고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

답변 : 이 마을 주민이고 체험마을 사무장을 맡고 있다.


질문 : 마을에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은 몇 년이나 되었나?

답변 : 5년째 접어들고 있다.


질문 : 주민들의 참여는 많은 편인가?

답변 :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데 자신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선택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질문 : 체험 프로그램 운영이 마을 사람들에게 소득이 되는가?

답변 : 음... 모든 프로그램이 직접적인 이익을 내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방문시나 이후까지 농산물 직거래로 연결되기도 하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다 보니 마을 사람들의 자존감도 높아지고 동네에 활기가 생겨 좋다고 하신다.


체험교사 토리카이 히로미츠씨(남 58세)

질문 : 현재 소바집을 운영하고 있나?

답변 : 그렇지는 않다. 소바 만들기가 좋아 개인적으로 배울 다니다 체험교사 과정을 이수했다.


질문 : 체험객들이 대부분 경험이 있어 보인다?

답변 : 일본인은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실과 시간에 배우기도 하고 가정에서 만들어 먹기도 해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다들 어느 정도 경험은 있다.


질문 : 체험 프로그램 진행하기가 힘들지 아니한가?

답변 : 전통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보람스럽고, 몇 군데를 다니며 체험 진행을 하다 보니 소일거리도 되고 있다.


엄마와 체험을 온 코자이 아이카 (여 13세)

질문 : 소바 체험은 몇 번이나 해 보았는가?

답변 : 농촌 체험은 여러 번 와 봤지만 소바 만들기는 처음이다. 소바를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다고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없는데 너무 재미있고 신기하다.


질문 : 친구들도 이런 식의 농촌체험에 참가하는 경우가 많은가?

답변 : 학교에서 가는 경우는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자주 있지 않다. 나는 어려서부터 엄마가 이런 곳을 자주 데리고 다니기도 하고 외갓집이 시골이라 그냥 익숙한 편이다.  


질문 : 친구를 만나 오늘의 소감을 말한다면?

답변 : 꼭 체험해 보라고 말하겠다. 밀대 하나로 (반죽이) 동그라미에서 네모로 바뀌는 것이 너무 신기하고 과학적이라고 느껴졌다. 그리고 소바도 맛있었지만 자투리로 만든 소바면 과자는 정말 완전히 반전이었다.  


체험을 하고 있는 지역의 공무원 오자와 이치로씨 (남 51세)

질문 : 현재 하고 있는 일은?

답변 : 인근 지자체 농업직 공무원인데 우리 지역에도 체험마을을 확대할 예정이라 오늘 벤치마킹 겸 체험을 왔다.


질문 : 농촌체험객이 그만큼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인가?

답변 : 그렇다. 이런 소바 만들기 교실 같은 경우는 은퇴자들이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기 위해 배우러 오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까지의 도시에서의 취미생활에서 벗어나 자연이나 전통의 멋에 관심이 늘고 있다. 또한 최근 일본은 외국인들의 지방행, 농촌행이 크게 증가하고 있어 우리 지역에서는 외국인 체험객도 시야에 넣고 준비 중이다.


질문 : 외국인이라면 동경과 같은 대도시나 관광지를 주로 찾지 않나?

답변 : 이전에는 그랬는데 최근에는 중국이나 동남아는 물론 서양사람들도 농촌을 많이 찾는다.


질문 : 왜 그런 변화가 일어난다고 생각하는가?

답변 : 매스컴 등에서 분석하는 것을 보면 도시는 이미 그런 나라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고 전자제품이나 명품 브랜드보다는 일본에만 있는 것에 관심을 갖는다고 한다. 일본인에게는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는 일상이지만, 외국인에게는 일본의 경치나 문화가 신기하고 특별한 경험이라고 한다.   


질문 : 정부나 지자체는 어떤 식으로 이런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보는가?

답변 : 그렇다면 바꾸지 말고 매만져야 한다고 본다. 있는 그대로가 자산이므로 뭔가를 확 뜯어고치지 않고 '일본 다움', '지역 다움', '농촌다움'을 잘 보존하고 세련되게 매만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외국인을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태도 등은 농촌사람에게 특히 약한 부분이므로 교육이나 단체가 왔을 때의 주차장이나 화장실 등 편의시설 등을 지원하는 것이 정부나 지자체의 몫이라 생각한다.  


【사계절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감자나 땅콩 등 작물 심기 체험
무농약 채소 수확하여 가져가기
떡 만들기 체험
마을 하천 물고기 잡기, 생태 체험

【위치

치쿠죠 마을은 일본 큐슈 후쿠오카현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다.

福岡県築上郡築上町大字本庄1478  TEL 0930-54-0204

▣ 문의

 ○ 채상헌

- 연암대학교 교수 (친환경원예계열 농산업창업전공 / 시골살이궁리소장)

- http://sigolsari.yonam.ac.kr  

- ka50@naver.com


#‎자세한‬ 내용은 농림축산식품부 6차 산업 홈페이지 자료실에 다운로드할 수 있는 형태로 공개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바람결 雪燈 물결에 여행자 맘도 출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