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래 May 02. 2024

꿈속의 귀거래사

밤이면 꿈을 꾼다


내 키가 풀처럼 자가

풀숲에서 사랑을 하고

풀숲에서 알을 슬고

풀숲에서 잠이 들고


머리 위고 이슬이 내리면

이슬처럼 피어나는 풀꽃들


바람에 쓸리는 수풀 사이고

잃어버릴 듯 별이 보였다


나뭇가지에 걸려 새가 되는 별


아황산가스로 폐를 앓는 도시

대륙서 건너온 무명의 바람에

늘 목이 잠기고


걸어서는 닿을 수 없는

나날의 휘청거림

시내와 시내만 겨우 잇는 시내버스가

힘겹게 숨통을 열고


내 폐는 또 얼마나 썩고 있을까

기침이 날 때마다 떠나고 싶었다


사랑한 기억마저 다

잊힐 수야 있겠나


푸르러지 날마저

모두 하늘로 가라 하고


풀숲에서 풀꽃 되어

살고 싶었다.

작가의 이전글 [시낭송] 마른 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