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사람에게는
혼자 오르는 언덕이 있다
빈약했던 젊음의 무더운 여름
네가 생각나 오르던 언덕에
그대 닮은 산딸기 붉게 익어
내려다본 나의 외길은
멀고 긴 구비들
산길을 오르다 정물로 섰고
간간이 오는 편지를 실은
우체부 자전거 뒤를 따라
양 갈래로 갈라지던 기다림의 길들이
물결로 자지러지는 것을 보다
까치발로 크는 속 비린 그리움들
정녕 돌아가고 싶다
그대 기다리던 언덕에
너 닮은 긴 손가락 집을 짓고
늦은 편지가 오던
길들이 내려다보이는 마당에
산딸기만 한 정자도 하나 지어
추녀 저물도록 살다 보면
한가한 오후 끝서
부추꽃처럼 우는 풍경
하늘에 걸려 펄럭이고
기다리는 사람은 늘
그리움의 언덕에 집을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