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애기새를 물고 갔어요"

낮잠 자다 배고프면 밥 달라 쫓아다니는 마당냥이보다 낫기는 한가?

마당 정자 기둥에 새집을 만들어 달았다. 봄날 딱새가 들락거리며 집을 지었다. 새끼를 낳아 열심히 먹이를 물어 나르며 기른다.

새끼가 크며 집 밖으로 머리를 내밀기도 하고 잠깐씩 나왔다 들어가기도 한다. 날갯짓이 서툴러 떨어질 듯 위험하다. 조용하다가도 어미 새가 먹이를 물고 오면 시끄럽게 운다.

마당에 고양이가 산다. 어느 해 봄, 창고를 들락거리는 쥐를 잡기 위해 놓아둔 쥐덫에 아주 작은 아기 고양이가 걸렸다. 구조해 치료하고 먹이를 주었더니 떠나지 않고 마당에서 가족처럼 산다.

고양이가 정자 기둥에 매달린 새집에 어린 새가 사는 것을 알게 됐다. 아래서 목을 빼고 애기새를 잡으려 호시탐탐 쳐다본다. 애기새가 집 밖으로 머리만 내밀면 잡으려 뛰어오른다.

높다 생각했는데 고양이 뜀뛰기 실력이 만만찮다. 가만히 두면 새끼새나 들락거리는 어미새가 위험할 것 같았다. 고양이 손이 닿지 않는 좀 더 높은 위치로 새집을 옮겨주기로 했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이사를 시도하려는 순간! 집 안에 있던 새끼새가 무서움을 느꼈는지 밖으로 튀어나와 서툰 날갯짓으로 정자 바닥 이리저리 뒹굴며 떨어졌다 날았다를 반복한다. 순식간의 일이다.

잡아 새집에 다시 넣어주려고 쫓아다니니 아기새는 더 놀라 제대로 날지 못하는 서툰 날갯짓으로 여기 저리 파닥거리며 도망을 다닌다. 그 상황을 보고 있던 마당 고양이가 순식간에 뛰어와 아기새를 낚아채 멀리 달아난다.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지? 얼마나 빠른 지 멍하니 바라볼 뿐이다.

얼마 후 먹이를 물고 어미새가 집으로 돌아왔다. 아기새가 없는 것을 알고 새집 주변 여기저기를 허둥대며 날아다닌다. 한참을 시끄러운 소리로 조바심을 치더니 어디론가 날아가고, 정자 기둥에는 빈 새집만 남았다. 잠깐 시끄럽던 마당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고요한 일상으로 돌아간다. 적막하다. 고양이도 시치미를 떼며 예전처럼 편안한 자세로 낮잠에 들고...

어느 해 볕 좋은 봄날, 순간에 겪은 상황이 좀처럼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다. 많은 생각을 한다.

새들 편하라는 선한 마음으로 정자 기둥에 새집을 만들어 줬다. 새는 그 집이 마음에 들어 새끼를 낳아 기른다.

끈끈이 쥐덫을 밟은 어린 고양이를 구조해 마당에서 같이 기른다. 고양이는 딱새가 낳은 새끼를 먹잇감으로 여겨 새집을 호시탐탐 노린다. 아기새가 위험할 것 같아 새집을 고양이 손이 닿지 않은 곳으로 높이 옮기기 위해 다가갔다.

새집 안에 있던 새끼새는 자신을 위해 집을 옮기는 줄 모르고, 낯선 사람이 다가오는 것에 놀라 집 밖으로 튀어나왔다. 아기새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던 마당 고양이는 순식간에 먹잇감으로 물고 갔다.

원인 제공은 내가 했다. 새집을 지어 새를 그곳에 살게 한 것도 나였고, 새집을 옮겨주려다 새끼새를 놀래 켜 밖으로 나오게 한 것도 나였고, 그래서 결국 새끼새는 고양이 먹이가 되게 한 것도 나다.

선한 생각으로 한 일인데 새에게는 나쁜 결과가 나왔다. 고양이 입장에서는 호시탐탐 노리던 먹이를 손쉽게 챙겼으니 좋은 일이 생긴 것이다. 하나는 좋고 하나는 나쁘다.

나는 잘한 것인가 못한 것인가? 잘한 것은 무엇이고 못한 것은 무엇인가? 죄일까? 죄가 된다면 얼마나 큰 죄일까?

생각이 또 일어난다. 내가 만든 새집에 다른 새도 아닌 그 딱새가 와서 집을 지었을까? 다른 새가 왔다면 다른 일이 생겼을까?

왜 끈끈이 쥐덫에 애기고양이가 걸려 마당에 같이 살게 됐을까? 그것은 이미 정해진 운명이었을까? 아니면 어떤 인연으로 그런 일들이 벌어졌을까?

또 생각이 일어납니다. 아기새는 왜 자신을 구해주려는 사람한테 놀라 집 밖으로 튀어나와 고양이 먹이가 됐을까? 아기새는 고양이 먹이로 죽는 것이 운명이었고 그것으로 끝났을까?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이 됐을까? 지금은 없어졌을까 어디에 있을까?

아기새를 먹잇감으로 죽인 고양이의 죄는 얼마나 클까? 고양이는 죽으면 아기새를 물어 죽인 죄 때문에 벌을 받을까?

또 생각이 일어난다. 내가 인간으로 하는 생각이 고양이나 아기새 보다 더 현명한 것일까? 고양이나 아기새 보다 더 나은 존재인가? 마당에서 낮잠만 자다 먹이 달라고 쫓아다니는 고양이보다 나는 더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정말 내가 있기는 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