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기술의 발전으로 점점 더 편리해지고 있지만, 시공간은 이러한 변화의 혜택이 모두에게 고르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시각장애인에게 시각적인 정보가 대부분인 온라인 환경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벽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원하는 이미지 정보를 확인하고, 온라인에서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는 일상적인 과정조차도 시각장애인은 수많은 장벽 앞에 놓이게 되는 것이죠. 이렇듯 세상에는 정해둔 경계, 넘지 못할 선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를 만드는 시공간과 함께하는 이유는 팀원들마다 모두 다릅니다. 저마다의 경험 속에서 이 문제를 마주했고, 각자의 이유로 이곳에 모였어요. 그렇지만 친절한 기술로 세상이 정해둔 경계를 과감하게 지워버리고자 한다는 목표는 모두 공유하고 있답니다.
시공간이 단순한 기술 스타트업이 아니라 왜 시각장애인을 위한 AI 서비스를 만드는 소셜벤처로 존재하는지, 팀원 각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통해 그 이유를 들려드릴게요.
저는 미술사학을 전공하고 있어요. 미술사학은 이미지의 시각적인 정보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학문인데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미술사학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이미지를 “본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눈으로 시각적인 정보를 보고 인지하는 것에서 시작되는 공부를 하고 있기에, 시각적인 정보로부터 소외되고 있는 시각장애인의 문제는 더 시급한 문제로 다가왔어요.
특히 시각장애인은 온라인 환경에서 큰 장벽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사실 온라인 환경만큼 모든 것이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는 곳이 없거든요. 웹사이트의 버튼 하나, 배너 하나도 모두 시각장애인은 볼 수 없는 이미지이고, 누군가는 너무나 당연하게 누릴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에서도 시각장애인은 배제되고 있어요.
시공간에서는 누군가에겐 당연한 것들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합니다. 기술을 통해 기술적인 장벽을 해결하는 소셜미션을 실현하고 싶어 시공간과 함께하고 있어요.
- 한비 / 시공간 PM
시공간과의 인연은 전공 수업에서부터 시작되었어요. 영미드라마 수업에서 장애인 배역에 비장애인을 캐스팅하던 기존 극의 관행을 깨고, 극중 등장인물과 동일한 장애를 가진 배우를 기용한 작품을 배우며 장애인이 경험하는 일상 속 장벽에 주목하게 되었어요. 이러한 작품은 장애를 이해하는 데 있어 세심한 시선과 감수성을 길러주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느꼈어요.
그런 고민을 하던 중, 같은 영문학을 전공하는 시각장애인 선배를 만나면서 저의 작은 관심은 조금 더 구체적인 아이디어로 변했어요. 긴 분량의 작품을 매 수업마다 읽어야 하는 영어영문학과의 특성상, 선배는 점역되지 않은 작품이 종종 있기 때문에, 전자 교재를 활용해 리딩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해주었어요. 이를 통해 한편으로는 적절한 기술을 활용하면 제한되었던 일상 속 정보도 훨씬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죠.
저는 단순히 장애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 기술을 활용해 더 편리하고 동등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 행동에 나서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을 향상을 위해 친절한 기술을 만들고 있는 시공간과 함께하고 있답니다.
- 서원 / 소리앨범 PO
저는 네팔에서 교육봉사활동을 하며 다른 사람을 도우며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는 생각을 키우게 되었어요. 네팔에서 아이들이 순수하게 활동을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제가 더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네팔을 떠나는 날에 “See you again”이라는 한 학생의 말에 대답을 하지 못했던 것도 생각나네요. 앞으로 못 만날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대답을 하지 못했어요. 그러면서 봉사의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삶에 도움이 되고 싶어 준비한 봉사활동이었는데, 오히려 이런 일시적인 도움이 아이들에게 결과적으로 도움이 될 지 의문이 들기도 했고요. 그래서 “지속적이고 끊임없는” 활동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시공간은 이런 문제를 너무나 이상적인 방향으로 풀고 있어요. “픽포미” 서비스의 경우, 시각장애인이 쇼핑 과정에서 겪는 정보 접근성 문제를 해결해 시각장애인이 능동적인 소비자로서 인터넷 쇼핑을 할 수 있게 보조해요. 이렇게 지속적인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제가 생각했던 지속적이고 끊임없는 활동을 할 수 있는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 훈기 / 픽포미 PO
고등학교 시절 생물 선생님을 만나기 전까지, 저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특별한 관심도 지식도 거의 없었습니다. 장애인을 직접 마주할 일이 드물었고, 그들의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계기가 없었어요.
고등학교 때 만난 생물 선생님은 저시력 시각장애인이셨습니다. 학기 초, 선생님께서는 직접 자신의 장애에 대해 설명해 주셨어요. 시야 중앙에 큰 검은 원이 가로막고 있어 작은 글자를 읽는 데 시간이 걸리며, 사람을 바로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름을 먼저 말하고 대화해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이때 처음으로 전맹과 저시력의 차이를 알게되었고, 장애에 대한 저의 무지를 깨달았습니다.
수업이 진행되며 저의 인식도 달라졌어요. 선생님께서는 특수 안경과 큰 모니터 두대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하셨고, 그 외에는 별다른 도움을 없이 강의를 잘 이끌어 가셨습니다. 이전에는 장애인을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으로만 인식했지만, 적절한 환경과 도구가 잘 갖춰진다면 충분히 능동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처럼, 선생님과의 만남은 저의 인식을 바꾸었고, 정안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시각장애인의 진정한 니즈를 반영한 현실적인 변화를 만들고 싶어 시공간과 함께하게 되었어요. 타인에게 의지해야만 하는 도움의 형태를 넘어 주체적인 일상생활을 선물하는 것이 목표랍니다.
- 서연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 문제에 깊이 공감하게 된 계기는 배리어프리 화장품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였습니다. 처음에는 ‘시각장애인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화장품을 만들자’는 취지로 제품에 점자나 해설을 추가하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프로젝트가 진행될수록 시각장애인분들이 화장품을 선택하고, 배우고, 사용하는 모든 과정에서 겪는 장벽이 훨씬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시각장애인분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불편함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실감했어요. 우리는 너무도 당연하게 ‘선택’의 자유를 누리지만, 그들에게는 그 선택의 기회조차 보장되지 않는 현실이었습니다. 화장품이라는 한정된 범위에서 시작된 문제의식은 점차 확대되어 쇼핑, 교육 등 삶의 전반적인 영역에서의 접근성의 문제로 이어지게 되었어요.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열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공간은 소셜 비즈니스를 통해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며,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필요에 맞는 솔루션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저는 현재 이 문제를 오랫동안 고민해 온 소중한 팀원들과 함께 열심히 장벽없는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답니다.
- 지원
이렇게 다양한 계기로 모인 팀원들로 이루어진 시공간이 지향하는 바는 결국 한 가지로 모입니다.
친절하고 따뜻한 기술로 지속 가능한 임팩트를 만드는 것
시공간은 점점 더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의 시대 속에서 그 흐름을 단순히 따라가기보다는, 모두에게 동등한 디지털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한번 더 깊이 고민하고 있어요.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은 누군가에게는 시급한 문제로 여겨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공간이 꿈꾸는 세상은 시급해 보이지 않는 문제도 시급하게 만들며 모두가 동등하게 향유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랍니다.
앞으로도 시공간이 넓혀가는 ‘공간’과 ‘시간’ 속에서, 모두에게 더 많은 가능성이 생겨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