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득,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의심스럽다면...
당신의 연애는 어떠신가요.
영화 <내 연애의 기억>은 연애하면서 상처만 가득하지만 사랑을 찾는 한 여자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마치 박상민의 노래 '무기여 잘 있거라'의 주인공 마냥 지지리도 남자 복이 없는 여자.
그리고 또다시 이별의 상처에 술에 취해 집으로 가는 택시에서 한 남자를 만난다.
영화는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로맨틱 코미디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게 우연히 만나게 두 사람은 연애를 시작하고, 어느 커플처럼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내 옆에 있는 이 남자가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한다...
의심을 시작한 여자는 이제 남자의 모든 것이 의심스럽다.
생각해보니 이 사람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고, 불안한 마음이 든다.
여자는 경찰인 친구의 도움으로 남자에 대해 알아보고, 이 사람의 모든 것이 가짜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만약, 내 옆에 있는 사람의 모든 가짜라면 어떨까.
영화를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그 사람이 말한 모든 것이 가짜라면.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의 마음만은 진심이라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아마도 엄청난 배신감과 혼란이 찾아오지 않을까.
영화는 이제 이 배신감과 혼란의 이야기를 혼돈 속으로 몰아넣는다.
이 순간부터 이 영화의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지금부터 이 영화가 왜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로맨틱 코미디로 시작한 영화는 이제 흔한 로맨틱 코미디와는 다른 길로 움직인다.
분노와 배신감으로 몰래 남자를 따라온 여자.
그 순간, 남자는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의 마음만은 너무나 진심이었다고, 그래서 속일 수 밖에 없었다는 고백을 한다.
그리고 여자는 예상을 뒤엎고.. 남자의 진심에 마음을 열고 그를 용서한다.
하지만 모두가 마음을 놓게 되는 이 순간 영화의 히든카드인 스릴러가 시작된다.
알고 보니 남자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심지어 감정 따위도 없는 살인마였다는 조금은 당황스러운 전개.
그리고 달콤할 것만 같던 영화는 갑작스럽게 무서운 영화로 돌변한다.
로맨틱 스릴러라고 해야 할지, 로맨틱 코미디 스릴러라고 해야 할지.
어쨌든 웃으면서 마음 편히 보다가 무서워지는 이 영화는 보는 이의 가슴을 조리게 만든다.
특히, 송새벽은 특유의 어눌함과 순진한 표정을 보여주면서 그 뒤에 숨겨진 섬뜩함을 잘 표현했다.
오히려 송새벽이었기 때문에 그런 반전을 예상치 못했다는 것이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요즘 잘 보이지 않지만, 나름대로 꽤나 독특한 매력을 지닌 배우임을 틀림없다.)
이러한 전개가 무척 당황스럽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일 수는 있다.
감독의 의도한 바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약간은 억지스러워 보일 수도 있는 전개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어쩌면 이것이 영화의 중요 포인트일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당신의 연애에서 필요한 믿음과 사랑 사이의 고민 같은 것.
혹은 당신 옆에 있는 그 사람은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일지 질문을 던지는 것은 아닐까.
당신의 연애의 기억은 달콤한 가요, 아니면 잔인하도록 끔찍한가요.
생각해보면 이것은 연애가 주는 행복과 슬픔을 극단적으로 비유하는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의 연애에서 행복했던 로맨틱 코미디 같은 순간들과 끔찍하리만큼 싫은 스릴러 같은 순간.
모든 것이 공존하는 연애의 기억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더욱 조심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가벼운 마음으로 본다면 큰일 날 영화.
로맨틱 코미디 같은 포스터에 속지 마세요!!
- 그나저나.. 여러분은 당신 옆에 있는 사람을 믿을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