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에 누워있는 할머니를 생각하며
수상한 그녀는 어쩌면 흔한 내용의 영화다.
나이 든 주인공이 정체불명의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은 후 젊어지면서 일어나는 이야기.
어디선가 한 번쯤 본듯한 내용이고,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봤을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였을까. 이 영화에 대한 평론가들의 평은 혹독했다.
물론 대중성과 작품성. 이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은 흔치 않다.
그래서 평론가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작들이 탄생하는 것이고,
뛰어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개봉관이 없어서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사라지는 영화들 또한 많았다.
하지만 평론가들이 말하는 것들이 영화를 보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닐 것이다.
이것은 영화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예술분야에서도 그렇듯 작품의 해석은 주관적이고,
한 작품의 가치는 그 시대의 분위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수상한 그녀의 내용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말하는 것은 나이 듦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힘든 삶을 살며 잊고 살았던 그들의 청춘과 잃어버린 그들의 꿈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영화의 시작 부분에 나오는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실제로 지금의 젊은이들이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부모님을 생각해본다면, 또는 나의 미래를 곰곰이 생각해본다면 그 생각을 달라질지도 모른다.
이 장면은 우리도 나이가 들어서 그들처럼 된다는 것을 모르고 잊던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과도 같다.
우리의 부모님들에게도 청춘이 있었고, 꿈이 있었음을 이 영화를 통해 새삼스럽게 생각해본다.
우연히 젊은 시절의 모습으로 돌아간 주인공(심은경)은 어려서 이루지 못한 가수의 꿈을 이루게 되고,
먹고 살기 급급해서 오랜 시간 잊고 살았던 가슴 설레는 사랑을 느껴보기도 한다.
젊은 나이로 돌아가 이제껏 참아왔던 혹은 잊고 있던 것들을 시작하게 되면서 새로운 인생이 펼쳐진다.
이 모습을 보면서 누군가는 잊고 있던 자신의 꿈을 생각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한국영화 특유의 재미와 감동을 버무려 놓은 신파적 코미디를 보여준다.
흔한 소재, 뻔한 스토리,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이 영화가 흥행한 이유에는 '심은경'이 있다.
이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영화는 '심은경'이라는 한 배우를 믿고 간다.
그것은 '심은경'이기에 가능했고, 영화는 이 배우의 미친 존재감을 마구 뽐내기 위한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그것은 연기력뿐만 아니라, 영화 자체에서 자치하는 비중에서도 압도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정우가 자주 보여주는 원맨쇼 영화와는 조금 다르지만 사실상의 원탑 주연 영화인 것은 확실하다.
영화 속에서 '심은경'의 존재감은 매 장면마다 압도적이고, 나오지 않는 장면도 거의 없다.
특히, 20대의 외모와 감성으로 70대의 역할을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심은경'은 마치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능숙하게 그 연기를 잘 해낸다.
그리고 이 영화의 백미는 '심은경'이 부르는 노래들일 것이다.
'나성에 가면'. '하얀나비' 등과 같은 노래들은 이 영화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결정적 요소이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예전의 노래들은 새롭게 편곡되어서 영화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여느 영화처럼 노래가 단순히 가수의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주인공의 삶을 대변하고, 시대를 보여주는 상징처럼 쓰여서 영화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노래들을 한 번쯤 검색해서 들어봤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상한 그녀'는 가족들이 함께 모여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이다.
그렇지만 그 주제는 무척 가볍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영화를 보면서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하여 혹은 잊힌 꿈에 대하여 이야기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나이가 더 들어서 또다시 이 영화를 보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지기도 하는 영화이다.
수많은 평론가들의 평점과 다르게 이 영화의 네티즌 평점은 높다.
좋은 평을 받기에는 어딘가 흔해 보이는 이야기에 약간은 부족해 보일 수 있는 구성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감동했다면 그 영화는 충분히 가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