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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브장 Sep 05. 2016

부산행, 지옥 같은 삶을 말하다

- 우리는 지금 부산행 열차에 타고 있다



연상호 감독, 그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개인적으로 부산행을 보게 된 이유는 단연 '연상호'라는 감독이 연출한 영화이기 때문이었다. 

애니메이션을 만들던 감독이 만드는 첫번째 실사 영화여서도, 이 영화가 칸영화제에 갔기 때문도 아니다.

그저 10년 전 우연히 보았던 그의 작품을 잊을 수 없어서 였다.

단편, 지옥: 두개의삶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보았던 연상호 감독의 단편 '지옥:두 개의 삶'은 강렬한 작품이었다.

삶의 마지막을 알게 된 인간의 극한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연상호라는 이름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기회가 된다면 단편작품이니 잠시 감상해보시길 추천한다!)


그런 그가 만들어낸 부산행은 많은 이들의 예상보다 더 흥행하며 천만이 넘는 관객을 불러들였다.



좀비, 그리고 부산을 향해 달리는 열차


좀비라는 소재는 사실 한국보다는 서양에 더 잘 어울리는 소재라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귀신이나 강시와는 조금 다른 괴기스럽고, 잔혹한 내용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부산행은 이 좀비를 한국적으로 잘 그려냈다. 총이 아닌 방망이로 좀비를 때리는 장면이나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떼로 몰려드는 장면은 어딘가 한국적인 느낌을 준다.


그렇다고해서 좀비가 나오는 장면들이 어색하다거나 어설픈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좀비들의 추격장면과 격투장면은 매우 역동적이고, 긴장감을 놓을 수 없을만큼 몰입도가 있다.

특히,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한칸씩 전진해가며 좀비들과 싸우는 장면은 흡사 설국열차를 떠올리게 한다.

앞으로 나갈 준비 완료!


물론 설국열차처럼 앞으로 나갈수록 화려한 모습이 나타나거나 놀라움의 연속은 아니다.

좀비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어려움을 겪지만 사람을 구하기 위한 3인방의 의지를 막기에는 벅차보인다.


열차 속의 공간은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을 압박해간다.

기차 안에서 좀비들이 점유하는 공간이 늘어나고 사람들은 좌석이 있는 열차에서 열차 사이의 통로, 그리고 열차에 있는 화장실로 점점 좁은 공간으로 몰려간다.

이러한 압박은 보는 사람들의 긴장감을 높이면서 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그리고 공간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생존을 위한 비정한 선택과 안타까운 죽음들이 이어진다.

갈수록 극한으로 몰려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영화를 보는내내 시간이 가는지도 모르게 만든다.



지옥 같은 우리의 삶을 말하다


부산행은 생사의 기로에선 인간의 두려움과 공포, 이기심을 극한으로 보여준다.

기차라는 작은 공간에 몰려 좀비라는 대상을 피해 살아남기 위한 상황을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그 안에서 보여지는 사람들의 모습은 어딘가 우리의 일상과 닮아있다.

영화에서 비정한 악역을 담당한 두사람


자기자신 밖에 모르는 펀드매니저로 나오는 공유는 위기상황에서도 자신만을 생각한다.

심지어 딸에게 조차 이럴 때는 자기만 생각하라고 가르치기까지 한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악역을 담당하는 김의성과 남자 승무원(장혁진)은 자신들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버리는 선택을 하는데 망설임이 없다.

더 나아가 끝없는 생존에 대한 갈망은 살아남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차별을 만들어내기에 이른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 나오는 할머니의 죽음과 그 이후의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삶에 대한 덧없음과 함께 냉혹하고 비정한 세상에 대한 적대감이 잘 드러나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다들 자신만을 위해 사는 것이 정말 옳은 것인지 질문을 던지는 듯 하다.


이렇듯 기차 안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하루하루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

누군가를 밀어내지 않고는 누군가를 버리지 않고는 내 목숨조차 부지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각종 시험, 취업 등등 서로가 살기 위해서 친구가 되지 못하고, 경쟁자로 살아남아야한다고 가르치는 사회이고,

낙오된 이들에게 차별과 편견이 담긴 시선을 보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영화 속 아이의 말처럼 그런 말 하면 나쁜 사람이라고 불려야 하지만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어쩌면 기차 안의 냉혹한 모습은 우리의 지옥 같은 삶이 담겨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한 줄기 희망을 말하다


부산행은 절망적이고, 극한의 상황을 보여주지만 결국은 희망을 말한다.

많은 재난영화들이 그러하듯 최후의 누군가는 살아남고, 그것이 희망의 상징이 되곤 한다.

조금은 신파적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언제나 선명하다.

절망적인 상황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모든 죽음과 희생 앞에서도 그것을 짊어지고 살아갈 누군가는 남아 있을 것임을.

이것은 이전에 비슷한 느낌의 영화들인 설국열차에서도 그러했고, 해운대에서도 그러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 희생하는 고귀한 죽음 앞에 냉혹한 사회는 조금 잊혀진다.

그들의 죽음을 누군가가 기억하고 살아나갈 것임을 알기에 그 죽음은 헛되지 않다.

물론 남은 자들이 가져야 할 아픔은 무겁고, 평생 안고 가야할 절망의 그림자가 될 수도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실제로 많은 사고들이 있었다.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 잊고 싶은 기억을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들이 가질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과 알 수 없는 자들이 쏟아내는 따가운 시선이 있겠지만

그것이 가지는 무게감을 누군가는 나누어질 수 있음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살아남은 자들이 쓰러지지 않고, 이 세상의 한 줄기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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