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슬픈 시대의 자화상
이 영화는 어쩌면 송몽규를 위한 영화인지도 모르겠다.
동주라는 화자를 내세워서 송몽규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듯도 하다.
그 중간중간 들려오는 윤동주의 시는 극적인 분위기를 살려준다.
동주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시인의 삶을 꿈꾸는 동주. 혁명을 꿈꾸는 몽규.
어쩌면 극단적인 대척점에 있는 두 사람.
그렇지만 떨어지지 못하고, 언제나 함께였던 두 사람.
두 사람의 삶에서 서로가 어떤 의미였을지.
천재적인 인물이자, 행동하는 지성인 몽규를 바라보는 동주는 어땠을지.
감성적인 인물이자, 조금은 소극적으로 보이는 동주를 바라보는 몽규는 어땠을지.
그들이 지금의 시대를 살고 있다면 또 어땠을까.
비극적인 시대를 살다가지 않았다면 그들의 삶은 더 멋졌을까,
만약 지금의 시대를 살았다면 어떤 시를 썼을까.
영화 속 동주는 송몽규를 떠올리며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라는 구절이 담긴 자화상을 읊어 내려간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어쩐지 동주가 가엾어 보이는 것은 왜일까.
어쩌다보니 슬픈 운명을 맞이해버린 것과 같아서일까.
완성되지 않은 미완의 대기였던 젊음,
그들이 몇 개월을 더 견디거나 잡히지 않고 지내서 독립을 맞이했다면.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여서인지.
영화를 보고나서는 의문만이 가득해졌다.
그들의 삶과 시와 산문은 어떤 모습일지도 궁금했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우듯.
누군가는 윤동주의 시를 생각할 것이고,
영화 ‘동주’를 본 이들은 송몽규의 이야기도 생각할 것이다.
흑백으로 이루어진 영화 속 화면처럼
어둡고 힘들었던 시대를 살다간 사람, 잔잔한 삶을 살고 싶었던 사람.
어쩌면 그것이 영화 속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