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박한 자아 찾기와 위대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
대니쉬걸은 세계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한 덴마크의 한 화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은 ‘아이나’ 혹은 ‘릴리’라고 불리는 사람과 그의 아내인 ‘게르다’이다. 두 사람은 화가로서 그리고 서로를 너무나 사랑하는 행복한 부부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 우연히 시작된 역할 놀이에 의해 그들의 삶은 혼란 속에 빠져든다.
‘아이나’는 자기 안에 숨겨두었던 자신의 정체성인 ‘릴리’가 다시 나타났음을 알게 되고, 그것이 자신의 진짜 자아라는 사실을 숨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스스로의 자아를 찾고, 인정받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그 사실을 알게 된 ‘게르다’는 혼란스럽다. 자신의 옆에 있던 ‘아이나’는 이제 자신은 ‘아이나’가 아닌 ‘릴리’로 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지만 그것을 막을 수 없
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마지막으로 한 의사를 만난 ‘아이나’는 성전환 수술이라는 것이 가능하다는 제안을 받게 되고, 자신의 목숨을 건 자아 찾기를 시도한다. 이 선택으로 ‘아이나’를 잃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게르다’는 그의 진정한 정체성을 인정하고, 그의 선택을 지지해준다, 그리고 완전히 ‘릴리’가 된 ‘아이나’ 옆에서 그의 곁을 지킨다.
이 영화가 실화여서였을까. 영화를 보는 동안 내가 저런 상황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게르다’였다면 혹은 내가 ‘아이나’였다면 과연 어땠을까.
영화 속의 ‘게르다’ 혹은 ‘릴리’는 자신의 정체성 앞에서 절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자신을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았고, 진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확신이 들었지만 완벽하지 않은 신의 선택에 좌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목숨을 건 선택을 망설이지 않았다. 진짜 자신의 자아를 찾기 위해서 자신의 목숨까지 걸 수 있을 만큼 간절했다는 것일까. 그 혹은 그녀는 누구도 가지 않았던 길을 선택한다. 그 모습이 절박해 보이기도 하고, 위대해 보이기도 했다. 어쩌면 그것이 자신에게 가장 당당한 선택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위대해 보이는 것은 ‘게르다’의 사랑이었다. 갑작스럽게 알게 된 남편의 정체성과 남편을 잃을지도 모르는 상황. 그리고 ‘릴리’가 되어버린 후 이기적으로 보일 정도로 행동하는 것을 바라보면서도 그 옆을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사랑해야 저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과 결정을 이해해주고, 힘이 되어줄 수 있는 모습을 보면서 저런 것이 진정한 사랑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과연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선택을 하면서까지 진정한 자아를 찾으려고 했을까. 그러한 남편을 보면서도 그 옆을 지킬 수 있었을까. 아마 어떤 입장에 있더라도 그런 선택을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이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성전환 수술을 세계 최초로 시도한 그 사람의 선택이 아닌 그 선택을 가능하게 한 무엇보다 위대한 진정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