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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브장 Mar 14. 2016

B급의 품격, 킹스맨과 베테랑

- 무거움을 덜어주는 가벼움의  존재감


킹스맨, 악당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기존의 007과 같은 첩보물들은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를 다뤘다. 냉전 관계라거나 국가의 음모라거나 악당들은 냉혹하고 평화를 해치려는 세력으로 그려졌다. 이에 맞서는 주인공들은 빈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전문적인 요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킹스맨은 동화를 비틀던 '슈렉'처럼 첩보물들의 모습을 비틀어서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우선, 악당의 모습과 음모를 꾸미는 이유가 독특하다.  힙합 패션을 하고, 어딘가 자유로워 보이는 악당 '발렌타인'은 지구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의 수를 줄이고자 한다. 지구온난화를 해결해서 지구를 지키겠다는 악당(?)... 그런데 어쩐지 그 마음이 이해가 가는 것은 왜일까. 인간이 지구온난화의 원인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인가. 그래도 그 해결책이 사람을 줄여서 인구를 줄이겠다는 식의 극단적인 것을 보면 악당이 맞긴하다. 

스웩 넘치는 악당 '발렌타인'


  그리고 인간을 없애기 위한 방법 역시 매우 특이하다.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핸드폰을 나눠주고, 그 안에 들어있는 칩을 통해서 사람들을 서로 싸우게 만들어서 사람들은 죽인다(역시 공짜는 무섭다...)는 계획을 세운다. 실제로 그것이 실행되었을 때의 장면은 이 영화의 B급 냄새를 물씬 풍기게 해준다. 


 악당의 계획이 실행되는 순간, 신나는 음악이 울려퍼지고 사람들이 서로 치고 박고 싸우는 모습들이 펼쳐진다. 잔인하고 끔찍해야 할 장면이지만, 그 장면이 하나의 춤처럼 무척이나 재미있기도 하고, 왠지 조금 황당하기도 하다. 이러한 장면은 오히려 리드미컬하고, 신이 날 정도로 감각적이기까지 하다. 영화 속에서 반복해서 나타나는 이러한 장면들은 킹스맨만의 매력이 아닐까.

치고 박고 싸우는 장면조차 장난스럽다

  그리고 주인공은 킹스맨과는 가장 거리가 멀어보인다. 주인공인 '에그시'의 모습은 진중함보다는 장난스러움이 가득하고, 매너보다는 자유로움과 반항의 이미지가 더 어울릴 것 같다. 그렇지만 우여곡절 끝에 킹스맨이 되어서 그 잠재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렇다고 갑자기 진지하고, 완벽한 요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그가 활약하는 과정을 보면 특유의 장난스럽고, 유쾌한 모습이 담겨있다. 영화의 마지막에 나오는 '에그시'의 침투장면은 앞에 나오는 싸움 장면처럼 리드미컬하고, 어떻게 보면 하나의 익스트림 스포츠를 보는 듯도 하다. 그리고 스웨덴 공주와의 대화 장면은 진지함은 버려둔 코믹 영화의 장면을 끼어넣은 것처럼 재미를 더해준다.


  이렇듯 킹스맨을 관통하는 것은 가벼움이라고 생각한다. 진지함을 거부하는 유쾌함과 하나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 같은 리듬감까지 영화를 보는 내내 흥이 넘친다. 그래서 불편하고 잔인한 장면마저 웃음 지으며 보게 만드는 딜레마에 빠지게 만든다.




베테랑, 통쾌함 뒤에 오는 허전함


  작년 예상외의 흥행몰이로 세상을 놀라게 한 이 영화를 이제서야 보았다. 유아인을 천만배우의 반열에 올려놓았고, "어이가 없네"라는 유행어를 낳은 이 영화를 보면서 문득 킹스맨을 떠올렸다. 무겁지 않은 액션과 밝은 음악의 조화가 풍겨오는 B급의 냄새라고 해야할까. 하지만 그것이 영화의 재미를 더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황정민과 경찰 동료들은 반듯하게 멋있거나 완벽해 보이진 않는다. 다만, 그들의 의리, 팀워크, 그리고 코믹함만이 가득하다. 그리고 반대편에는 열등감에 가득찬 돈이면 다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재벌2세로 나오는 유아인과 유해진의 모습이 나온다.

황정민과 유아인의 연기는 빛이 난다

 영화에 나오는 갈등과 사회적인 모습들은 한없이 무겁고, 씁쓸하게 느껴진다. 재벌의 악행, 하청, 일방적인 계약해지, 폭력, 자살 등 여러가지 문제가 뒤엉켜 있는 모습은 우리 사회의 어딘가에서 일어날 것 같은 일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정의감에 불타서 이 사건을 해결하려는 형사들을 막는 수많은 벽들 또한 어딘가 낯설지 않다. 


  하지만 영화에서 보여지는 장면들은 마치 성룡의 영화를 보고 있는 것처럼 재미있다. 특히, 형사들이 러시아 일당을 체포하는 첫 장면은 코믹한 액션의 진수를 제대로 보여준다. 콘테이너 사이에 끼어 있다거나 같은 편을 때리는 등의 장면들은 성룡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후반부에 나오는 형사들과 조태오의 경호원들과 대치하는 장면, 오달수가 공포탄을 쏘는 장면은 극의 무게감을 줄여주고, 재미를 더해준다.

격투장면은 조금 코믹하다

  물론 이 영화의 악당은 정말 용서하고 싶지도 이해도 되지 않는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면 어딘가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하다. 영화 속의 모습들이 실제로 일어날 수 없을 것임을 알기 때문일까. 그래도 영화를 보는 동안은 아주 속이 시원하고, 통쾌한 기분이 들 것이다.



무거워 보이지만, 결코 무겁지 않다


  두 영화를 관통하는 것은 진지함을 거부하는 유쾌함이었다. 바로 이러한 것이 기존의 영화들과 다른 B급 감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은 무거운 장르와 무거운 소재를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장치들이 곳곳에 놓여져 있다.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는 이들의 말하는 이야기가 결코 가벼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빛나는 액션과 때로는 진지한 모습은 영화가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게 무게를 유지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들을 더 많은 사람들이 가볍게 볼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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