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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브장 Nov 24. 2019

영화 <스포트라이트>, 말할 수 있는 용기

말하지 못해서 일어났던 아픈 이야기들...

믿기 힘든 진실을 마주해야 할 때


우리는 믿기 힘든 진실들을 마주해야 할 때가 있다. 믿었던 사람의 배신이라거나 누군가의 죽음 혹은 숨겨진 권력의 비밀 같은 것들. 언젠가 알게 되었을 일이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그것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이 영화가 실화라는 것은 많은 의미를 가진다. 이 영화는 가톨릭 신부들의 아동 성범죄 사건의 진실을 밝혀서 보도한 보스턴 글로브의 탐사보도팀인 <스포트라이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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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글로브에 새롭게 부임한 국장은 한 신부의 성범죄 사건에 관심을 갖는다. 그리고 스포트라이트팀에게 이 사건을 자세히 취재해볼 것을 제안한다. 별거 아닌 일이라고 생각했던 이 사건의 실체는 파면 팔수록 거대한 사건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은폐되었던 사건이고, 지역 전체가 숨기려 했던 범죄의 기록들이었다. 영화는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가는 기자들의 모습을 마치 다큐처럼 보여준다. 영화 속의 기자들은 아주 기자 같지만 한편으로는 비현실적으로 냉철하고 확고한 판단을 보여준다.



그들은 이미 말하고 있었다


기자들은 사건을 알아보기 위해 피해자 모임의 리더, 피해자들의 변호사, 가해자였던 신부 등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은 그동안 왜 사건이 은폐될 수밖에 없었는지, 얼마나 많은 피해가 있었는지를 알려준다. 여기서 기자들은 왜 그동안 말하지 않았는지 묻게 되는데 그들은 반문한다. 왜 그때는 관심을 갖지 않았냐고. 이미 우리는 말하고 있었다고 말이다.


이 영화에서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도 다르지 않다. 이미 수많은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우리가 알지 못했을 뿐이다.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서 지나가버릴 때도 있고, 집단의 평화라는 이름으로 묻혀버렸을 수도 있다. 영화에 나오는 범죄가 아니어도 우리 사회에 있는 수많은 부조리와 폭력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렇지만 많은 이들이 침묵을 선택한다. 그것이 더욱 최선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럼에도 진실을 포기할 수는 없다


스포트라이트팀의 팀장은 로비는 자신에 대해 통렬한 반성을 보여준다. 그때 그 진실을 대충 넘긴 사람이 자신이었다고 그들을 탓할 수 없다고 말이다. 영화에서 흔들림이 없어 보이던 기자들도 기사의 발표가 임박한 순간에는 인간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것이 자신들이 살아온 지역사회와 자신과 함께 사는 가족들, 오래된 친구들에게 어떤 충격과 상처를 줄지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결국 진실을 향해 간다. 그 진실이 잠깐 상처가 될 수 있겠지만 앞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에 "아이를 키우는 것도 마을 전체의 책임이고, 아이가 학대당하는 것도 마을 전체의 책임이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이 말처럼 모든 책임은 모두에게 있다. 우리 사회가 작은 일이라고 조용히 넘어갔던 일들이 어떤 큰 사건으로 돌아올지 모르는 일이다. 이미 우리는 수많은 사건사고들로 이를 확인했다. 그렇게 삼풍백화점이 무너졌고, 세월호가 가라앉았다. 영화의 대사를 하나 더 빌리자면 우리는 운이 좋게 살아남았다. 단지, 그곳에 내가 없었다는 것에 감사하며 말이다.



말할 수 있는 용기


이제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정확히는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일 것이다.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숨어서 살게 되는 사회는 더욱더 진실을 숨기게 만든다. 지금 우리 사회가 그런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회사의 내부고발자는 쫓겨나고, 성폭력 피해자라고 미투를 외친 이들이 비난당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뉴스로 보는 현실이 이러한데 누구에게 진실을 말하라고 할 수 있을까.


저런 사명감 넘치는 기자들이 있다고 한들, 누군가 진실을 말해주지 않는다면 진실을 밝힐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말할 수 있는 용기와 말하는 이들에게 응원과 지지를 보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것이 더 나은 세상을 가는 길이 아닐까.



* 영화의 내용은 직접 보는 것을 추천한다. <스포트라이트>는 언론을 다룬 영화,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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