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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때 웃는 자는 이상한 자

네덜란드 2

by 시금치빵

안녕하세요


열 시간의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시금치 빵입니다. 오랜만입니다.

핑계 아닌 핑계를 대자면 삶이 바빠 글을 쓸 여유가 없었네요.


아버지 나이보다 딱 34살 어린데도 발에서 나는 냄새는 감히 견줄 만합니다.

식사 중이었다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커버사진은 두바이 초콜릿입니다.

한국에서만이 아니라 독일에서도 유행이었나 봅니다.

(이 조그만 자식이 3유로가 넘다니요?)

유행을 좇지는 않지만 나만 빼고 하는 것은 서운한 성격상

키오스크(독일의 편의점)에서 판매하기에 먹어보았습니다

피스타치오 크림 맛이 좋네요. 아주 제스타일 이었습니다.

월급날에나 다시 만나기로 약속해 봅니다.


네덜란드 2 편으로 네덜란드 방문기를 마무리하고자

부서질 것 같은 몸을 이끌고 (20 퍼센트 정도는 부서졌을지 모릅니다.)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네덜란드 방문 주 일요일에 글을 쓰고 올려야지 하고 호기롭게 다짐했으나

이사를 하는 바람에 늦어졌네요.


미니멀리스트를 늘 꿈꾸는 맥시멀리스트는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 이사를 마무리했는데요.


차에 자리가 없어 트렁크에 짐들과 함께 탔습니다.

좋은 것들만 생각하고 싶지만 아직 짐정리라는 큰 산이 남았다는 사실이 저를 옥죄기도 합니다.

새 학기의 시작 다가올 전시준비 할 일은 많지만 시간은 역시나 저를 기다려주지 않는군요.


네덜란드에는 잘 방문했습니다.


애플파이 이야기로 글의 반을 채우더니 다시 만났을까요?


소풍 가는 전달은 설레서 잠이 오지 않듯 출발 전 새벽 4시까지도 잠에 들지 못했습니다.

23시까지 근무를 한 뒤 호기롭게 그다음 날 8시 버스를 예매한 시금치빵은

버스를 놓칠까 하는 부담감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 맞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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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버스에서는 콘센트가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혼자 모험가의 삶을 즐기고 있는 저는 늘 보조배터리라는 작은 펫과 함께하는 법이지요

하하 이럴 줄 알았지 하며 보조배터리로 휴대폰 충전을 했습니다.

누군가 묻는다면 혼자여행? 문제없지! 하면서도

오고 가는 티켓 호텔 예약확인 메일 공연 큐알코드 구글맵 무려 결제 카드까지

휴대폰이 없다면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디지털의 계속된 발전은 저라는 인간을 의존적으로 만드는군요.

휴대폰이 없어도 혼자 여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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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안에서 노트북과 노트를 챙겨 무엇이라도 끄적여 볼까 했습니다만

어디서든 잘 자는 것이 자랑이듯 빠르게 수면모드로 돌입했습니다.

IMG_6314.jpg 게슴츠레하게 뜬 눈으로 본 아름다운 풍경


8시간 정도를 달려 암스테르담에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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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퍼센트 정도 부수어진 엉덩이와 허리를 부여잡고

호텔까지 이동하기 위한 티켓을 구매합니다.

저는 하루정도 머무를 예정이기 때문에 24시간 티켓을 구매합니다.

한 시간 유효한 티켓은 3.40유로입니다. 실속 있게 9유로 티켓을 구매합니다.


네덜란드는 주로 GVB (Gemeente Vervoerbedrijf) 암스테르담 지방 자치 단체 회사에서

트램 버스 페리 등을 운영하는데요.

티켓은 GVB 어플로도 구매 가능하기 때문에 구매 후 휴대폰에 큐알코드를 넣어 다니며 기계에 스캔하면 됩니다. (어플 후기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종이 카드를 이용했습니다.)


(GVB라고 쓰여있지 않거나 색이 다른 경우에는 신용카드로도 지불이 가능하니

당황하며 하차하지 마시고 기계에 카드를 태그 하시면 나중에 돈이 빠져나갑니다.

색이 다른 버스에서 GVB의 종이카드가 먹히지 않아

기사님 앞에서 어이고 어이 고를 남발하자

기사님께서 친절히 영어로 페이 윗 유어 크레딧 카드 라고 하셔서 알게 되었습니다. )


구매시간(약 15시 30분경)을 확인한 후 티켓을 기계에 찍는 순간부터 하루라는 시간이 똑딱똑딱 머릿속으로 흐르기 시작합니다.

티켓은 재구매하면 되지만 왜인지 하루 안에 최대한 교통수단 이용하기라는 자신과의 임무을 수행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독일에서는 학생신분으로 한학기마다 새로 교통권을 발급해 주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가게 되면 교통비로 쓰이는 돈이 매우 아깝습니다.)


호텔로 30분 정도 이동합니다.

IMG_6325.JPG Olympic hotel amsterdam

170유로 상당의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환율로 계산해 보았을 때 약 25만 원 정도인데요.

단지 누워있는 장소로 쓰기에는 럭셔리 한 기분입니다.

집에서 처럼 마구마구 누워있고 싶은 충동이 들지만 저는 일정이 있는 사람이니 짐만 두고 이동하도록 합니다.

IMG_6328.jpg 직원분이 추천해 주신 IPA 마시자마자 붉은 시금치 빵이 되었습니다.

전에 친구를 따라 여행을 즐길 때

네덜란드의 라멘이 너무나 맛있었기 때문에 맛있는 라멘을 찾아 길을 떠났습니다.

밥을 한 끼도 먹지 않았기 때문에 입에 넣을 수 있다면 모든 집어삼킬 수 있을 만한 기분이 들어 설렜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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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푸드코트에서 갓 퇴근을 마친 직장인들 틈에서 라멘을 주문했습니다.

(외국인 알바몬이 출, 퇴근 없이 뿌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네요.)


기대만발도 잠시,


공연장에 18시에 가기 위해 최단거리 라멘집을 찾았던 저의 불찰일까요.

김치가 들어간 돈코츠 라멘과 가라아게를 주문했는데요

꽤 거금을 지출하고도 아쉽게도 상상하던 맛은 아니었습니다. (ㅠㅠ)


한국에서 먹던 선지해장국이 그리웠습니다.

한국에서 선지해장국 하나에 선지를 추가하고 밥 두 공기 정도 먹고 싶네요.

개인적으로는 밥 하나는 국물에 적셔 눅지게 다른 한 공기는 선지 그 자체의 식감과 함께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마치 밥 먹고 디저트로 시리얼 우유에 말아먹는 느낌이랄까요.

제가 사는 곳에서도 순댓국 정도는 찾을 수 있으나

한화로 2만 원이 넘어가기 때문에 겨드랑이를 꼬집으며 참습니다.


(얼마 전에 마트에서 선지를 파는 것을 보았는데 조만간 집에서 선지해장국을 끓여 먹을지도 모르겠네요.)

IMG_6622.PNG 네덜란드 NDSM

네덜란드 시내에서 페리를 타고 북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10분 안에 도착하는 공연장입니다.

페스티벌 공연 이외에도 여러 행사들이 있으니 문화예술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들러보시길.

배는 5분마다 상시 운행하고 한 번 운행할 때 200 명이 넘는 사람들이 승, 하차한다고 합니다.


공연장소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페리에서 5분에 한 번씩 수백 명가량의 사람들이 내리는 것을 보며

왜인지 시금치빵은 그때부터 누군가를 기다리는 척을 하기 시작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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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근처의 네덜란드스러운 풍경

대부분 풍차를 상상하실 수 있겠으나 풍차는 주로 시내가 아닌 외곽에 있더군요.


네덜란드에 온 것을 상기시키는 강가의 오줌 냄새..

이 냄새는 중심지로 갈 수 록 심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콧구멍이 두 개인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유럽에 여행을 오는데 냄새에 예민하신 분들은 코 밑에 바르는 허브라도 챙겨 오시면 좋습니다.


어릴 적에 네덜란드라고 하면 풍차에 전통의상을 입고 하얀 대형견과 함께 우유를 판매하러 다니는 상인들의 모습을 상상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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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 같은 상황은 없었습니다.

있었다면 저 또한 할로윈이 일찍 왔군 이라고 생각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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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근처의 그라피티들

아마 허가된 장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잠시 돌아다니는 와중에도 사람들이 스프레이로 그라피티를 하고 있더군요.


지인의 말과 인터넷 정보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과거 청어를 팔아 부자가 되었다는데요.

비린내 나는 네덜란드 부둣가에서 과메기 한점 먹고 싶습니다.


홀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척을 하다 사람들이 모여드는 와중 맥주라도 한잔 마실까 해서

주변 마트에 들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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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사람들은 밀키스를 매우 좋아하는 듯싶습니다.

여기도 밀키스가 있네요.


하이네켄 한 캔을 구매하고 다시 강가 벤치에 가 앉았습니다.

18시부터 공연장에 들어가고 싶었으나 갑자기 맥주 한잔에 센티해져 멍하니 강을 보고 앉아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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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도 자주 보이던 예쁜 노을을 담았습니다.

휴대폰 화질이 아무리 발전해도 눈으로 보이는 것 그대로를 담을 수는 없었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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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갈 것인지 말 것인지 계속 고민을 하던 와중 40유로가 넘는 티켓과

안 들어갈 거면 여기 왜 왔어의 치열한 자기 비하에서 벗어날 수 없어

공연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는데요


매우 매우 많은 사람들을 거치고 형님들의 손길 속에 검문 또한 거쳤습니다.

락커룸에 짐을 넣을 수 있었는데

락커룸 가격이 10유로가 넘어 저는 제가 지고 온 모든 제 십자가를 짊어진 채 공연을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IMG_6341.JPG 공연장으로 가는 도중 오묘한 한컷

메인 공연장으로 가는 도중 술이나 음료를 구매할 수 있었지만

홀로 온 여행객은 화장실 가는 것이 가장 두려운 법이어서 공연이 끝나고 음료를 즐기기로 했습니다.


공연이 시작되고 저의 최애곡이 나오자 저도 모르게 소녀팬처럼 환호성을 질렀네요.

중간중간 공연장이 밝아질 때는 머쓱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바로 옆자리에 있는 다른 청년도 혼자인 듯 보여

왜인지 외롭지 않았습니다.

(서로 심적으로 의지하게 되는 혼자 온 자들)


혼자 어색한 와중에도 즐기고자 야호 하며 손을 휘휘 저었는데요

뒤에 계시던 외국인 분이 동영상을 찍고 싶으셨는지

저에게 팔 좀 내려 영상 좀 찍게라고 하셨습니다.


순식간에 기가 죽은 시금치빵..

그분은 친구들도 있으시던데 굳이 혼자 있는 저에게 한마디 하시는 것이

매우 억울했습니다. 그 순간 모두가 팔을 들고 있었는데요..

소심한 A형인 저는 잠시 입을 비죽인 뒤 다시 공연을 즐기다 몰래몰래 자리를 앞쪽으로 옮겼습니다.

앞에도 삼삼오오 모인 분들이 즐겁게 셀피를 찍으셨고

공연 중 20장 정도 찍으셨는데 저도 배경처럼 3장은 추억을 함께했으리라 생각합니다.


IMG_6374.JPG 머리가 생긴 caribou 형님

공연이 끝나고 모든 기운이 빨려버린 저는 호텔로 부리나케 향했습니다.

5분마다 강 건너편으로 향하는 배를 기다리면서

공연하는 아티스트의 마스크를 메고 다니시는 분을 보았는데

매우 귀엽고 매우 부러웠네요 저도 다음에는 하나 장만해야겠습니다.


호텔에서 혼자 히죽히죽 웃으며 저도 짧게나마 찍은 영상들을 보았습니다.

바 직원분들과 짧은 스몰톡을 나누고 기분 좋게 자랑을 하니

맥주 두 잔에 취기가 올랐습니다.

잠들기 아쉬웠으나 호텔 주변에 딱히 즐길거리도 없고

호텔에 있는 바 직원들도 퇴근하고 싶은 표정이 보여 터덜터덜 방으로 향했습니다.


혼자 왔는데 큰 침대 하나인 방을 배정해 주지 라는 투덜거림도 잠시

싱글침대 두 개가 붙어있는 방에서 평소 습관처럼 대각선으로 누워 잠을 잤습니다.


오랜만에 글을 쓰다 보니 또 말이 길어졌는데요.

네덜란드 방문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놀라운 사실

다른 쓰고 싶은 글들이 많기 때문에 네덜란드는 3편으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독일 현재시간으로 월요일이 지나 화요일 새벽 두 시가 되어갑니다.

글을 수정하는 이 시점에는 시간이 훌쩍 지나 토요일이 지나고 있습니다.


다녀온 주에 부지런히 네덜란드 방문기를 연달아 업로드하고 싶었으나

뭐라도 풍성한 글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글을 썼다 지웠다 하게 만드네요


풍성한 한가위는 지났어도 풍성한 핼러윈이 되기를 바라는 점 해서

조만간 네덜란드 3편으로 만나자는 인사를 합니다.


한국인 여러분 외국인 여러분 한국사는 외국인 여러분 외국사는 한국인 여러분

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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