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1
안녕하세요
시금치빵 입니다.
여행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가슴 설레 계획하고 여행을 떠나기보다
오래전 예매해 놓고 까먹은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는 알림을 이메일로 받고
이런 이 공연이 바로 다음 주라니.. 하며 바로 다음 주에 계획된 일정을 위해 버스 티켓을 구매하곤 합니다.
*지루한 일상에서 가슴 뛰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랄까요.
조만간 1박 2일로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을 가게 되었습니다.
6개월 전에 산 콘서트 표를 환불할 수 없었기 때문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다녀오렵니다.
어쩌다 보니 수요일 밤까지 근무를 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버스를 타는 극한의 일정을 선택해 버렸습니다.
독일의 대학교들은 보통 10월 중순부터 겨울학기가 시작됩니다.
첫 수업에 가지 않고 콘서트를 보러 가게 되었네요.
성인이 되었다는 것이 실감이 납니다.
콘서트 가느라 학교에 가지 않아도
부모님이 혼내지 않는다니.
유럽에 사는 것 중 가장 큰 장점은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이 자주 공연을 하러 온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갈 공연은 Caribou라는 아티스트인데요.
이전부터 관심이 있어 웹사이트를 들락날락거리다
3개월 전 즈음 얼리버드 티켓을 예매했습니다.
한국에서 공연 보러 네덜란드에 오시는 분이 계신다면 반갑습니다.
공연에 오지 않으시더라도 노래를 들어 보세요
어느새 어깨춤을 추고 계실지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첨부합니다.
저와 3일에 하루정도는 출근길 혹은 등굣길 어깨춤을 함께하는 곡입니다.
https://open.spotify.com/track/1fUlSL7mPV3NUWFQy8R88w?si=9fcec0da0f334f33
몇 달 전 십년지기 친구의 유럽방문으로 네덜란드에 3일 정도 잠시 방문했었는데
워낙 여행계획을 세우지 않는 편이라 그런지
‘여긴 무조건 가야 해’라는 목표를 가진 친구의 뒤를 졸졸 따르기만 했습니다.
패키지여행을 하는 것 같아 호강하는 기분이 들었네요.
장성한 자녀가 동행하는 효도관광이 비슷한 기분일까요?
아침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떼지 않겠다는
3일간이나 지속된 저의 1인 시위를 묵묵히 받아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친구와의 네덜란드 여행을 떠올리다 보니
애플파이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단 음식을 즐기지 않고 줄 서는 것을 싫어하지만
효도관광을 적극적으로 즐겨 보고자
40분가량 줄을 선 후 라떼와 애플파이를 먹었습니다.
이런
세상에 마상에나
그동안 먹었던 애플파이들이 저를 배신했습니다.
매우 맛이 좋았습니다.
시나몬과 사과의 단맛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었고
사과의 익힘을 저는 굉장히 중요시 여기거든요
사과의 익힘정도도 훌륭했습니다.
지금 보니 구글 리뷰가 만 이천 개에 달하는 맛집이네요
애플파이집이 새벽 한 시까지 영업을 하는 것 또한 놀랍습니다.
구글리뷰를 딱히 믿지는 않지만 리뷰가 만 개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유명한 듯 보여 유용한 정보라고 말하기 민망하지만
한국인의 혀로 검증을 마쳤으니
네덜란드에 가신다면 꼭 드셔보세요
이 날 이후 저는 애플파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미지근한) 아이스 커피
내 돈으로 디저트를 사 먹었기 때문에 맛이 있는 것일까?
하는 자문자답을 마친 후 다시 먹었을 때
창문에 비친 저는 어린아이처럼 허겁지겁 애플파이를 흡입하고 있었습니다.
먹다 말고 다시 사진을 찍었는데요
덩치 큰 성인이 크림을 쟁반에 흘려가며 먹고 있었다니
친구가 한눈을 팔 때 한입에 모두 넣어버릴까 하는 파렴치한 생각을 했으나
보는 눈이 많아 겨우 저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했습니다.
당시 언젠가는 또 오면 되지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그날이 코앞으로 다가오니 애플파이에 오랜만에 가슴이 설레네요.
(애플파이와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5:5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애플파이는 조만간 만나기로 했으니 교통편을 선택해 봅니다.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은 제가 사는 북독일 기준 비행기로 한 시간 조금 넘게 걸립니다.
비용은 대략 편도 200유로 (10월 10일 기준)
왕복은 400유로
대략 한화 60만 원 정도가 되네요.
그렇기에 저는 돈을 시간으로 환산하여
버스를 타고 갑니다. (왕복 약 14시간 소요)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
어디서나 코 골고 자기 우리 집 명예회원이기 때문에
버스가 있다면 무조건 버스를 이용합니다.
버스비 왕복 63유로 정도로 예매를 마쳤습니다.
한화 대략 9만 원 정도로 비행기 표 가격과 비교해 보니 돈을 아낀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네요.
유럽 여행을 와 보신 분들이라면 아마 경험이 있으실 수 도 있는 초록색 플릭스 버스를 타고 갑니다.
버스 안에는 화장실도 있고 장거리인 경우 중간에 휴게소에서 20분 정도 정차하기도 합니다.
비행기 말고도 플릭스 트레인 (기차)로 가는 방법도 있고 ICE(이체에 라고 발음) 하는 독일 기차도 있습니다.
가격만 따지자면 버스가 가장 저렴하고
쾌적한 정도를 보자면 비행기 다음으로 ICE가 가장 쾌적하지만
ICE는 제가 사는 곳에서 출발하면 직행이 없고
중간에서 갈아타야 하기 때문에 마음 놓고 잘 수가 없더군요.
플릭스 버스에서 마음 놓고 숙면을 취하다가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 보면 여전히 4시간 정도는 더 가야 합니다.
남은 시간은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래 보려구요.
*유럽에서 비자가 있더라도 여권을 잊지 마세요*
지난 네덜란드 여행에서 여권을 잊어서 버스 기사님께서 중간에 문제가 생기면 책임질 수 없다.
라고 하셔서 외국인인 저는 덜컥 겁이 나 50유로가량을 공중분해 시킨 후 집으로 달려가 여권을 챙겨 같은 가격의 표를 다시 구매한 안 좋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 문제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기사님께서 중간에 여권검사를 해야 할 경우에 네가 문제가 되면 너를 태우고 달릴 수 없다.라고 하셨고
네덜란드에서 미아가 되어 히치하이킹을 하기에는 담력이 부족했습니다.
어릴적 어머니와 그것이 알고 싶다를 너무 열심히 보았던 탓일까요
짱구 극장판 불고기로드의 미선씨가 계속 생각나는 탓일까요
물론 여권을 요구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여권을 챙겨서 새로운 버스기사님을 만났는데 표만 보여달라고 하시더군요.
집에 다시 가서 여권을 챙겨 온 저의 노력은 안타깝게도 저 혼자만 뿌듯하게 되었습니다.
여권이 없어서 중간에 버스에서 내려야 했을 때의 상황을 상상해 보다가
프랑스에서 몇 번 이용해 본 블라블라카라는 카셰어링 어플이 생각났는데요
편하고 가격대도 괜찮았으나 자주 이용하지는 않습니다.
운전해 주시는 분께 더 이상 떠오르는 질문이 없을 때의 의 머쓱한 기분과 공기는 저를 참을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죠.
몇 년에 한 번 만나 뵙는 고모부의 차를 얻어 탄 느낌이라고 할까요.
교통편을 예약하고 나니 정말 돌이킬 수 없어졌습니다.
이제 숙박을 예약해 봅시다.
네덜란드의 숙박비는 독일에 비해 꽤 비쌉니다.
암스테르담은 관광객이 많아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돈을 많이 내신다면 멋진 <궁전호텔>에서 잠을 청하실 수 있습니다.
얼마 전 베를린에서 강의가 있어 청강 이후 하루 20유로 정도의 저렴한 게스트 하우스에서
수학여행 비슷하게 단체 여행을 온 독일 고등학생 친구들과 방을 쉐어했었는데
그들은 새벽까지 잠들지 않았고 저 또한 왜인지 사감선생님처럼 함께 잠들지 않고 깊은 밤을 보냈습니다.
저는 감독관이 아니었으나 그들은 제가 불편한지 저의 표정을 살폈고
저도 불편해서 원하지 않는 감독을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170유로 하루 숙박으로 호텔을 예약했습니다.
이 또한 암스테르담 평균 호텔 가격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긴 했으나
지갑 사정 기준 갑작스럽게 예정에 없던 호화로운 가격대가 형성되었습니다.
네덜란드에 다녀와서 열심히 일할 생각에 어깨춤이 절로 나네요. (진심)
마지막으로 1박 2일 관광을 위해서 짐을 꾸릴 텐데요.
너무 별 것 이 없어 무엇을 먼저 써야 할지 모르겠네요.
기억나는 대로 적어보겠습니다.
여권 (+비자카드)
로션
칫솔
치약
보조배터리
휴대폰
이어폰
충전기
노트와 펜
끝입니다.
이렇게 써놓기는 했으나 무엇인가 당연하게 빠뜨린 것 같은 생각이 들고
즉흥여행답게 수요일 출근 전 혹은 퇴근 후에 급하게 점검 후
백팩에 쑤셔 넣을 예정입니다.
얼마 전에 대화를 나눈 지인이 본인은 혼자 여행 가는 것이 힘들다며
혼자 하면 외롭지 않냐는 질문을 했는데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혼자 사색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혼자 있는 시간이 어색하지 않게 느껴집니다.
저는 혼자 있는 시간이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 것일까요?
비록 혼자라고 할지라도 어딘가에 가고 싶고 무엇인가를 보고 싶고 즐기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이가 탄
애플파이 맛이 기대되는 밤입니다.
한국인 외국인 외국 사는 외국인 여러분 모두모두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