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극혐 중극혐 소극혐
안녕하세요 길냥이가 되고 싶은 시금치 빵 입니다.
개강이 하루 남은
정확히 말하면 개강이 11시간 30분 남은
일요일의 오후 아홉 시 반
이십 년 전 즈음 한국시간으로는
개그콘서트 끝나는 음악이 고통스러워 울부짖으며
자러 갈 준비를 했던
아직도 일요일을 일요일이라고 부르는 2024년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일요일이 일요일이 아니라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날이 오기도 할까요?
일하러갈준비해요일은 어떤가요
죄송합니다.
개그콘서트 엔딩음악에 맞추어 울부짖을 수는 없지만 개강이 바로 코앞에 닥쳐있고
또 이사를 해야 하는 대극혐의 상황에 현재 뭐라도 내뱉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는 상태입니다.
내일은 드디어 길고 길고 긴 여름방학
(7월 말부터 10월 중순)을 끝내고 새 학기가 시작됩니다.
중극혐의 상황이네요. 저의 여름을 누군가가 앗아간 것입니까?
독일은 비가 오고 추운 가을이 시작되었습니다. 순식간에 겨울이 오겠군요..
한국에 있는 지인분들이 가끔
너 졸업 언제 하니 너 아직 학생이니 결혼은 언제 직업다운 직업은 언제 가지는 것이니 라며
날카로운 질문들로 저에게 대미지를 입히려 하시는데
저는 이미 언데드 족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이런 말들을 하실 때에는 저에게 달달한 자본의 맛이라도 느끼게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현시대의 진정한 공격과 힐은 자본에서 시작되는 것 아니겠어요.
저도 임영웅 님 노래와 춤이라도 연습해서 들려드려 볼게요.
그러나 다들 제 걱정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말들은 어쩐지 극혐보다는 호에 가깝습니다.
이번 방학에는 일과 독일어 공부를 했습니다.
일은 많이 했고 독일어는 공부를 했다 하기가 애매하지만
친하지 않은 독일 친구에게 매일 하이텐션으로 연락을 하고
오늘 뭐 하니?로 스몰톡을 이끌었습니다.
잘 만나서 잘 놀지는 못했습니다.
한 번 초대받았는데 술을 너무 마셔 눈을 뜨니 집이었던 외국인으로서 겁도 없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죠..
인간의 기대수명이 2022년 기준 82.7세가 되었습니다.
저는 몸에 나쁜 것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양심상 저의 기대수명을 72.7 세로 하겠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몇십 년 이상 남아있네요.
점점 살아갈 수 록 인생이 알 수 없어집니다.
한국에서 대학교를 자퇴하고 독일 갈 준비 라는 것을 한 뒤
호기롭게 독일대학생활을 시작한 후
공부를 더 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다 보면 인생과 존재의 의미에 가까워질 줄 알았는데 말이죠
아직도 먼 것 만 같네요.
인생의 존재와 의미는 더욱 모르겠고 점점 저는 허상을 쫒는 것 같습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하셨던 말 중에
잊어버리면 안 되는 것을 가지고 살아라 하셨던 게 기억이 납니다.
공부를 하고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는 것은 잊어버리고 싶지 않은 것을 늘려가고 싶은 저의 소망인 것일까요?
유럽에 살기만 하면 행복할 줄 알았던 시간도 있었으나
여기도 한식당이 있고 양념치킨 불고기를 먹을 수 있으니
충분히 가지다 못해 과하게 가졌기 때문에 현자타임을 겪고 있는 것일까요?
누군가의 말처럼 저는 배가 부른 걸까요
월급날 기념으로 길냥이 정식을 먹었습니다.
트러플 마요 2.99유로
친구가 챙겨준 밥 0유로
아시아 마트에서 산 김 2유로
참치캔 3유로
배가 부르긴 합니다.
요즘은 알 수 없는 허기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습니다.
받는 것에 행복하기란 어렵고
받아보지 못한 것을 요구하는 것은 더 어렵네요.
사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 단순욕구에서 고차원욕구로 가는 것
그것에 대한 계속된 질문과 허기로움일까요
밥 잘 챙겨 먹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