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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민 Jun 08. 2020

흉터

5. 눈물을 잠갔던 사람

내 아버지는 우는 것을 정말 싫어하셨다. 자신이 우는 것도, 당신의 자식이 우는 것 또한 무지하게 싫어했다. 당신의 눈물을 본 것은 딱 한 번,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날 뿐이다. 경상도 사나이, 그 단어로 그 세대를 대표하는 분이다. 내가 달리기 라이벌과 싸워 눈에 멍이 들어온 날, 집 문을 부수고 나가셔서 그 날 돌아오지 않았다. 문제가 있다면, 나는 울보였다는 점이다. 시도 때도 없이 울던 나는 아마도 제법 사내 티가 나면서부터 눈물을 참는 연습을 해야 했다.
 5학년 5월 5일, 고기를 구워 먹기 위해서 불판을 받칠 돌을 주워 돌아오던 길에 그만 미끄러졌다. 내 몸에 비해 돌은 정말 컸고, 미쳐 손을 빼지 못해 바닥에 있던 돌과 내가 들고 있던 돌 사이에 손가락이 찧었다. 말 그대로 박살이 났다. 손가락 양쪽으로 뼈가 나오고 살이 삐져나왔다. 손가락에 피가 솟구칠 때쯤, 눈물이 펑펑 흘러나오는데 여지없이 당신의 목소리가 내 눈물샘을 잠갔다. ‘사내 새끼가.’ 당신과 병원을 가고 손을 꿰매고 돌아오는 길까지 나는 눈물과 함께 말도 잠겼다.
 당신이 살아생전에 우리는 참 말을 아꼈다. 당신이 스스로 세상을 떠나고 나는 가장이 되었다. 참 다행인 것은 눈물을 참는 것은 내가 잘하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엄마와 여동생 둘 앞에서 눈물을 잠갔다. 1년쯤 지났을 때 공장에서 일하던 중 손가락 끝이 반쯤 잘렸다. 사실 그때도 눈물은 나지 않았지만, 그즈음부터  지금껏 모아둔냥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운전하다, 걷다가, 술 마시다가, 자다가, 이야기하다가.
 눈물을 잠가 줄 당신이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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